[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으로 뜨거웠던 11일, 진상조사위원회는 "고의성이 아닌 과실"로 결론 내렸다. 불순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의 상처는 컸고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전지적 참견시점'은 계속 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서울 상암 MBC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 관련자들을 조사해 부적절한 화면이 프로그램에 사용된 경위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전지적 참견시점'은 지난 5일 방송분에서 이영자가 어묵 먹방을 선보이던 중 세월호 참사 속보 보도 뉴스 장면을 삽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 자료화면을 이용해 편집된 이 장면은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이 삽입됐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어묵과 함께 세월호 사진이 배치 됐다는 점에서 '악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해 논란이 가중됐다. 어묵은 극우 성향인 온라인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하는 데 사용한 단어다.
이와 관련 '전지적 참견시점' 제작진과 MBC, 최승호 사장 등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사과를 전했지만, 시청자들의 공분은 계속 됐다.
MBC는 내부적으로 진상 조사 위원회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오세범 변호사를 진상조사 위원으로 위촉했고,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편성국 부장)까지 사내 인사 5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기본적인 제작 경위 파악 및 예능본부 직원 외 관계자 면담조사,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따라 현장조사 등이 진행됐다. 조능희 위원장은 "편집실 및 CG실 등에서 모든 조사를 진행했으며 연출자와 FD, 엔지니어 등을 조사 면담했다. 또 본인 동의하에 제작진 6명의 휴대 전화와 SNS 관련 활동 현황을 조사했고, 단체 대화방도 모두 조사했다"고 조사 과정을 설명했다.
조사 결과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 및 자막 방송은 해당 방송 부분의 편집을 담당한 조연출로부터 비롯됐다. 5월1일 조연출이 FD에게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등 필요한 뉴스 멘트를 제시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FD가 전달한 자료 10건 중 2건이 세월호 관련 영상이었다. 조연출은 세월호 관련 자료가 포함된 뉴스 화면 3컷을 사용했고, 미술부에 흐림 처리 등 CG 작업을 의뢰해 편집을 완료했으며, 편집본에는 자막 작업이 진행됐다.
조연출은 이영자의 에피소드에 좀 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뉴스 속보'처럼 구성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또 편집 과정에서 세번째 뉴스가 세월호 관련 영상임을 인지했으나,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흐림 처리를 하면 뉴스 멘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CG 처리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어묵' 자막 사용 경위에 대해서도 "당시 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만든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특정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 조롱하는 데 사용되고 있음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프로그램의 실무 책임과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연출과 담당부장은 수차례의 시사과정에서도 해당 뉴스 화면이 세월호 관련 영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뉴스 자료의 길이도 짧았고 흐림 처리된 영상에 이영자의 CG 및 자막 등이 입혀져 있어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같은 사고 경위를 설명하며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 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세월호 화면과 어묵 자막을 사용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내렸다. 그러면서도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은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점"이라며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조연출 및 담당 연출, 부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회사에 공식요청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제작진의 '일베' 관련설에도 "일베로 판단될 만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수사 기관이 아닌 이상, 더 철저한 조사는 어렵다. 일베 가입 여부에 대해서도 본인의 양심에 맡겨야한다"고 말했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제작진은 물론 MBC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진상조사위원회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향후 사고 재발 방지 대책안을 내놨다.
오세범 변호사는 "이번 논란에 의도는 없지만 부주의는 있었다"라면서 사회적 참사나 대형 사건, 사고 등의 자료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간담회 이후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측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내용을 반영해 향후 관련자들의 징계 및 프로그램 재개 여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전지적 참견시점'은 방송 제작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라며 "지금 현재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부분 스톱되어있고 출연자들도 조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 발표가 있은 후 각 출연자들과 협의해 방송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지적 참견시점'은 폐지설이 흘러나오고 있을 만큼 프로그램 존폐가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다. 제작진의 무지와 문제 의식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부 출연진들이 상처를 입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시청자들은 다시 '전지적 참견시점'을 볼 수 있을까. 출연자들을 웃으며 마주 대할 수 있을까. 방송이 정상적으로 재개 된다고 하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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