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조용히 숨어 있다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재성(26, 전북 현대)이었다.
이재성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을 쉬었던 이재성은 충분히 충전해 홈팬들 앞에서 복귀했다.
전광판 선수 소개에서 이재성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 다음으로 함성이 컸다. 홈팬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목소리였다.
경쟁 심리도 작용했다. 손흥민, 황희찬(22, 잘츠부르크) 투톱을 2경기 연속 활용하는 대신 이재성을 플랫3 수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보냈다. 온두라스전에서 4-4-2 포메이션에서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 이청용(30, 크리스탈 팰리스)으로 배치했던 것과 비교됐다. 이청용의 부상으로 후반 10분 나왔던 문선민(26, 인천 유나이티드)이 골을 넣어 이재성에게도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측면 미드필더, 처진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등 공격 2선에서 어떤 역할도 충분히 수행 가능한 이재성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컸다.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휴식 없이 달려왔고 5월 20일 리그가 끝난 뒤 이날 경기 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충전을 끝냈다.
이재성은 손흥민, 황희찬 투톱에게 패스로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다, 보스니아 수비진이 체격은 좋지만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간파하고 빠르게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도 반복했다.
의도는 통했다. 0-1로 지고 있던 전반 29분 황희찬이 아크 오른쪽에서 시도한 패스를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 받았다. 골키퍼가 뛰어나와 각도가 없었지만, 왼발로 칩슛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빠른 판단력이 돋보이는 이재성의 움직임이었다.
팬들은 이재성의 골에 함성을 터뜨렸다. 가장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선수가 평소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에 흥미 만점이었다. 이재성은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로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세트피스 키커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왼발 키커라는 희소성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이재성까지 터져주면서 대표팀 내 공격 옵션은 확실하게 늘었다.
물론 90분 내내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후반 1-2로 밀린 상황에서 보스니아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몸싸움에서도 다소 밀리는 모습도 있었다. 남은 기간 체력 회복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재성은 유럽 매체에서도 대표팀 내 유럽파를 제외하고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꼽고 있다. 이날 골을 넣는 등 공격에서 활력소 역할을 해내며 월드컵에서 K리거의 힘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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