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신태용호가 집을 떠나온 지도 벌써 13일째입니다.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기초 담금질을 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에 입성해 나흘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철저한 이단아 또는 존재감을 얻기 어려운 팀으로 분류됩니다. 지난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폴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니 월드컵을 알리는 영상이 보이더군요.
자세히 살펴보니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월드컵을 소개하더군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었는데 9회 연속 출전한 한국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벽에 래핑 된 월드컵 관련 홍보물에도 한국어는 없었죠.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 번도 본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중국도 대우를 받는데 말이죠. FIFA 공식 후원사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존재감과는 별개의 일인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한국어가 없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국민적인 무관심을 받으며 출발했습니다. 월드컵이 올해 열리는지 모르는 국민도 태반입니다. 오스트리아부터 러시아까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또는 정해져 있는) 장기 출장을 간다고 하자 지인들 상당수는 "왜?"라고 되묻더군요.
러시아를 찾는 팬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대회는 철저한 신분 확인과 테러 방지를 위해 팬 ID를 제작했는데 러시아가 25만장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2만2천5백장, 멕시코 1만6천장, 중국 1만4천5백장, 독일 1만6백장 등입니다.
한국은 붉은악마의 공식 원정 응원이 없습니다. 대신 개별 회원이 모여 경기장에 모인다고 합니다. 교민들과 모여 응원을 펼치겠지만, 3경기 모두 중과부적인 상태로 경기를 치르게 생겼습니다.
안타까운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16일 첫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출발 예정인 문주희(38) 씨는 "개별 예매를 했는데 스웨덴 응원석(N석)에 배정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꿔 보려고 시도를 하겠지만, 어려울 것 같다. 변경되지 않는다더라"고 합니다.
그나마 뭉쳐서 응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산개해서 상대국 팬들과 관전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이 1차전을 원정팀으로 치르기 때문에 응원석도 남쪽(S석) 관중석이 됩니다. 만약 좌석 변경이 되지 않고 그대로 경기 관전을 한다면 경기 상황에 따라 위험한 일도 발생할 수 있겠죠.
스웨덴은 러시아에서 멀지 않습니다. 정확한 수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4만3천319명을 수용하는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의 50%는 스웨덴 팬들의 노란 물결로 가득 찰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 13일 대표팀의 첫 훈련에서 만난 상트페테르부르크 거주 교민 배중현(31) 씨의 외침은 눈물겨웠습니다. 배 씨는 이날 200여 교민과 함께 훈련하는 선수들 앞에서 응원 단장으로 나섰습니다.
나름 응원 경력이 있더군요. 2006~2014년 붉은악마로 활동하다 개인 일을 위해 4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왔다고 합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넘쳐 목이 쉬어가며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등을 외쳤습니다.
선수들 앞에서 응원을 주도하던 배 씨는 "멕시코전 티켓을 정말 어렵게 구했다,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도누까지 버스로 27시간을 달려가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겠다"는 무한 열정을 과시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힘을 모아서 응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원정 경험이 부족한 신태용호를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오지 못하더라도 서울시청 광장에서, 호프집에서, 안방에서 일단 믿고 목소리를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이라고 말이죠.
조이뉴스24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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