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조민수가 데뷔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기 철학을 밝혔다. 신인 시절 출중한 실력과 철저한 원칙을 지켜 온 선배들과의 작업을 통해, 조민수는 그 어떤 순간에도 대본을 숙지한 채 빈 손으로 현장에 가는 원칙을 지키게 됐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의 개봉을 앞둔 배우 조민수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민수는 닥터백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다. 자윤의 출생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자. 자윤이 느끼는 모든 혼란을 지켜보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조민수는 '마녀'의 완성본을 처음 본 소감을 말하며 "'박훈정 감독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성있는 영화의 색채와 관련해선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고 말하며 "대중성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영화에 다양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영화를 볼 때는 '이 장면을 왜 넣은 걸까' 생각한 순간도 있었지만 집에 와선 박수를 보냈다. 그러지 않았다면 너무 뻔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더라"고 평했다.
"대본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이 나왔어요. 대본은 굉장히 명쾌해서 편집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1, 2부로 나눈 느낌과 의도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칫 루즈할 수 있는 앞부분을 두고 간 것 아닌가 싶고요. 박훈정 감독이 작가 출신이라 그런 것도 같아요. 대중들의 관점으로 볼 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필요한 부분이고 '박훈정의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마녀' 속 조민수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알 수 없는 미소 뒤의 카리스마는 기존의 영화들이 그려낸 여성 캐릭터들과는 다른 결의 정서를 대변한다. 애초 남성으로 설정됐던 닥터백 역은 조민수를 만나 여성 배우의 캐릭터가 됐다. '마녀'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알리며 조민수는 "연기자로서 갈증이 있는 것 같다"며 "반복되는 캐릭터는 재미가 없더라"고 답했다.
"'마녀'는 일단 너무 재밌었어요. '브이아이피' 전에 '마녀의 시나리오가 쓰였다고는 들었어요. 남자 역을 여자로 바꿨다는 이야기에, 누군가 나를 신뢰한 고마움이 먼저였죠. 그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게다가 애초에 남자로 배역을 썼으면 이미지로 체화된 것이 있었을텐데 나로 바꿨다는 고마움, 신뢰해줬다는 고마움이 들었어요."
1986년 데뷔 후, 3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로 살아 온 조민수는 신인 시절 함께 작업한 선배들의 조언을 여전히 가슴에 새기며 산다. "예쁜 척 하지 않고" "대본은 무조건 숙지해 현장엔 빈 손으로 가고" "상대 배우와 주고 받으며 연기하는 것", 이 세 가지의 원칙이 지금의 조민수를 만들었다.
그는 "내게 세 명의 어른이 있는데, '욕망의 문'의 故김기팔 작가, 故김순철 선배, 박근형 선배"라고 말한 뒤 이들과의 작업으로부터 느낀 점들을 이야기했다.
"제가 화장품 모델을 할 때였는데, 김기팔 선생님은 제가 어찌 캐스팅됐는지 궁금하셨나봐요. 연기를 열심히 하는데 혼을 냈어요. '어디 예쁜척 하냐. 안방에서 사람들이 보는데, 예쁜척 하는 거 아니다. 어디 카메라를 들여다보냐'고 하셨죠. 아무것도 모르고 욕을 막 먹었어요. 그때 '배우는 예쁜척 하는 게 아니구나' 느꼈어요. 두 번째 어른은 故김순철 선배예요. 아무리 전날 약주를 해도 현장에 대본을 안 들고 와요. '배우는 대본 외우고 오는 건 아주 기본이야' 하셨죠. 저는 지금까지도 현장에 대본을 안 가져가요. 숙지를 해야만 하죠."
그런가하면 배우 박근형은 조민수로 하여금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연기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려 준 선배였다. 그는 "박근형 선배와 연기하는데 내가 내 것을 잘 하는 줄 알고 하던 중 그 분이 뭘 탁 던졌을 때 내 안에 생각도 못한 뭔가가 탁 터져 올랐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 때 '연기는 주고받는 거구나' 느꼈다. 다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배울 수 있던 것들"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조민수는 작품에 들어가면 머리맡에 대본을 두고 잠든다. "당장 대본을 외우든 아니든 뭔가 기억나면 메모라도 한 번 하고 자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장에 대본을 안 들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바빠도 대본은 외우고 가야 하죠. 대본을 못 외울만큼 바쁘면 안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이건 그냥 내 이야기예요.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래야 흡족하고 '연기하며 사는구나' 싶어요."
'마녀'는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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