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후의 결전지인 러시아 카잔에 26일 오후(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마련한 전세기편을 통해 입성했습니다.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변화가 꽤 심합니다. 볼가강(江)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해가 반짝이는데 다른 쪽은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참으로 기묘한 날씨 속에서 대표팀은 독일과 최종전을 치릅니다. 경기 당일인 27일에는 영상 30도 정도가 예상된다고 하네요. 경기 시간에는 27~28도 정도라고 합니다.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날씨가) 중요하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영상 30도 정도가 된다더라. 하지만, 멕시코와 스웨덴전에서도 후반에 더웠지만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소치는 후반에 덥지 않았다. 한국전에서는 좀 더 더우리라 본다"며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날씨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죠. 한국은 2패를 거둔 상황에서 독일에 두 골차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주면 기적의 16강 진출이 가능합니다만 확률은 1%라죠. 악조건을 극복해야 합니다.
게다가 또다시 원정 분위기와 마주하게 될 전망입니다. FIFA가 대표팀에 통보한 것에 따르면 27일 카잔 아레나에는 약 4만2천5백명의 관중이 올 것이라고 합니다. 팬 ID 발급을 통한 입장권 구매 기준으로 독일은 8천5백명, 한국은 1천5백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독일 팬들의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에서 길어야 3시간이면 도착하고 항공은 물론 기차, 육로로 물밀 듯이 쏟아져 올 것이기 때문이죠. 그나마 멕시코보다는 덜 조직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표팀은 원정 분위기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된 느낌입니다. 우려했던 스웨덴을 일단 버텨냈고 멕시코의 일방적인 괴성도 견뎌냈습니다. 독일전에서도 충분히 흔들림 없이 경기를 치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축구의 나라 독일답게 어떤 응원을 보여줄지 궁금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계적'이라는 평가처럼 일사불란한 응원을 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박자에 맞춰서 할 것인지 궁금한 거죠.
응원에 대한 일부 모습을 이날 카잔 시내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카잔 중앙 광장에는 독일 팬들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알 수 없는 응원 구호를 내뱉으며 무리 지어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정말 반가운 일도 있었습니다. 입때껏 상트페테르부르크부터 니즈니노브고로드, 로스토프나도누 등 경기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중심가에서 보지 못했던 한국 팬들이 대형을 만들어 독일 팬들과 사전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가 정말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재미난 장면도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위쑹 빠레, 떼떼떼떼레~"라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한국 팬들이 다른 나라 팬들과 '영원한 주장' 박지성(37) 서울방송(SBS) 해설위원의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겁니다. 주변을 지나가던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팬들이 열심히 동영상으로 담더군요, 러시아 경찰들도 재미있는지 말리지 않고 지켜보다가 가볍게 주의를 주면서도 웃고 있더군요.
팬들은 12번째 선수라도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경기 전날 펼쳐지니 괜히 힘이 났습니다. 태극기도 곳곳에 보이더군요. 손흥민의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유니폼도 꽤 많았습니다. 한 콜롬비아 팬은 조이뉴스24를 보더니 "꼬레아 이겨라"라며 용기도 주더군요. 왜 응원하느냐고 물으니 "독일 축구가 재미없다"며 색다른 한국 축구를 보고 싶다는 겁니다. 어쨌든 조금은 우군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부 독자께서 이메일을 통해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왜 지적하지 않느냐는 문의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앞선 두 경기는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 왜 그런 상황이 생겼고 독일전 전까지 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승점을 확보하지 못했는지도 향후 되짚어 볼 것입니다.
그래서 전해드립니다. 일단 희망이 있으면 그 희망에 기대보자고요. 결과가 나온 뒤 따져봐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 독일전에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하네요.
/카잔(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조이뉴스24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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