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지난 2015년 10월 24일 창원 마신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NC 우익수 나성범은 두산의 9회초 공격이던 2사 상황에서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당시 NC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 자체 청백전에서 투수로 나선 나성범을 눈여겨 봤다.
김 감독은 당시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기회가 된다면 홈팬을 위해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고 '약속'을 지켰다. 나성범은 프로 입단 후 타자에 전념했지만 진흥고와 연세대 재학 시절에는 소속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지명타자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KBO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래서 당시 나성범의 실전 등판은 화제가 됐다.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은 아니지만 지난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올스타전'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드림 올스타 소속으로 경기에 나선 KT 위즈 강백호는 6회초 진명호(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등판했다.
강백호는 KT 입단 전부터 '투타 겸업'이 충분히 가능한 선수로 꼽혔다. 그는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야수 뿐 아니라 투수로도 뛰었다.
그는 등판 후 두 타자를 상대했다. 오지환(LG 트윈스)과 이용규(한화 이글스)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왔다.
문수구장을 찾은 팬들은 '깜짝쇼'에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그는 10구를 던졌고 이용규와 승부를 끝으로 박치국(두산 베어스)와 교체돼 좌익수로 자리를 이동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스타전에 어울리는 이벤트가 됐다.
강백호에 이어 박치국과 장필준(삼성 라이온즈)도 올스타전에서 투타 겸업 대열에 동참했다. 두 선수는 나란히 타석에 나왔다. 박치국은 나눔 올스타 투수 이보근(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치고 1루까지 갔다. 강백호가 투구를 할 때 만큼이나 큰 박수와 함성이 다시 한 번 나왔다.
올스타전 부대 행사 중 하나로 열린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차지한 이대호(롯데)는 강백호의 투구가 기억에 남았다. 그는 올스타전이 끝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백호가 공을 정말 잘 던지더라"며 "어깨가 싱싱한 것 같아 부럽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소속팀 롯데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이지만 경남고 시절과 롯데 입단 첫 해에는 '에이스'를 꿈꾸는 투수였다. 그는 "나도 투수 출신이지만 강백호가 투타 겸업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는 이제 (투타겸업이)안 될 것"이라고 웃었다.
이대호는 "강백호는 투수로도 괜찮을 것 같다. 재능이 아깝기는 하지만 타자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니 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투수' 강백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또 찾아올까. 어쩌면 올 시즌 KT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자리가 마련돨 수 도 있다. 물론 김진욱 KT 감독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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