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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로코의 뻔한 공식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디테일&캐릭터&조합&케미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로맨틱 코미디에는 뻔한 공식들이 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도 마찬가지. 그런데 식상하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쉽게 쓰는 설정 중 하나는 당사자들이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인연이다. 성패는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서 갈린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제법 신선하다. 코마 상태에 빠져 13년을 건너뛴 여자 우서리(신혜선)와 트라우마로 13년째 마음의 문을 닫고 산 남자 공우진(양세종). 각각은 그렇게 새로울 것 없지만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케미가 극을 뻔하지 않게 이끌고 간다.

방송 초반에는 각각의 이유로 일일곱살에 멈춰버린 우서리와 공우진이 성장통을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매력이 중요한 시점인데 신혜선과 양세종은 걸출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우서리와 공우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열일곱의 순수함과 긍정마인드로 우진의 삶에 침투해가는 서리와 그런 서리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우진은 본격적으로 설렘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잘 되는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건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리느냐인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그 부분에서도 탁월하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조합해도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로맨스에서 빠지면 섭한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는 안효섭(유찬 역)이 하고 있다. 매우 제한적인 역할인데 이 작품에서는 새롭다. 유찬은 허당끼 가득한 고등학생이라 전통적인 키다리아저씨와는 캐릭터 자체가 다르다. 또 그가 지켜주려는 이는 고등학생 멘탈의 서른이다. 주고받아야 할 관계가 애매하다 보니 지루하게 퍼주기만 하던 키다리아저씨도 풋풋하게 재탄생됐다.

예지원은 삼각관계로 치닫고 있는 세 사람과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사도우미 제니퍼를 연기하고 있는데, 로봇 같은 독특한 말투와 표정과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공우진과 한 문장을 단어로 쪼개 한마디씩 주고 받는 찰떡 호흡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고 우서리에게는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자칫 몰입도를 저해할 수 있는 실험적인 캐릭터지만 예지원이 탄생시킨 제니퍼는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공우진이 우서리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 시청자들이 느낄 카타르시스와 우서리-공우진-유찬의 삼각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공우진과 유찬의 브로맨스가 남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모르는 과거의 인연이 가장 힘을 발휘하는 대목은 주인공들이 그 사실을 알게됐을 때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는 공우진이 자신이 짝사랑했던, 하지만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 여학생이 우서리란 사실을 알게 될 때다. 시청자들이 가장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여전히 조커카드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베일에 싸여있는 미스터리한 존재들이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궁금증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극 사이사이를 메워주고 있다. 서리의 보호자인 외삼촌 부부의 행방, 노란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으로 우진의 집 앞에 서서 바라만 보다 홀연히 사라지는 여성, 코마 상태인 서리를 보고 간 남자의 정체다. 이러한 요소들은 잔잔하게 긴장감을 유지시켜준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억지스러운 우연이나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12회까지 지루할 틈 없이 끌고 왔다. 남아있는 이야기들은 더 흥미로운 요소들이다. 딱히 더 무리하지 않아도 지금의 기조만 이어간다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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