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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김영광, 성장을 이끈 시간들(인터뷰)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다"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운동이 즐거워 태권도 체육관의 관장이 되고 싶었고, 만화에 푹 빠져 만화방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 김영광은 패션 모델로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핫한 브랜드의 쇼들을 쉴틈없이 누비며 톱모델로 활약했던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여느 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전향과 비슷한 행보였다.

다만 김영광의 걸음은 조금 느렸다. 변신을 향한 열망이나 입지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기보다, 주어진 역할들을 무리하지 않고 소화해내는 쪽으로 보였다. 그리고 김영광의 이런 시간들은 작품과 캐릭터의 결 사이사이에 켜켜이 쌓였다. 지금 그에게서 다른 어떤 청춘스타들도 갖지 못한 여유롭고 차분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면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 제작 필름케이)은 그런 김영광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 분)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 분), 좀처럼 타이밍 안 맞는 그들의 다사다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작품. 고등학생 시절 첫 만남을 시작으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 초년생 시기에 이르기까지 풋풋함과 설렘, 아련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감정의 첫사랑을 담아낸다.

극 중 김영광은 고교시절 열병처럼 좋아했던 첫사랑 승희를 잊지 못하는 우연 역을 연기했다. 우연은 뒤늦게 열심히 공부해 승희와 같은 대학에 가고, 꾸준히 승희의 주변을 맴돌며 여전한 마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투톱 주연의 상업영화에서 극을 이끄는 캐릭터로 분한 경험은 김영광에게도 처음이다. 장난스럽고 아이같은 고교시절 모습부터, 여전히 철없지만 사랑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후의 시간까지 그려내야 했던 이번 영화는 김영광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김영광은 "(언론 시사 후) 1년 치 칭찬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민망한듯 웃어보였다.

"영화를 재밌게 봤고 우연 역이 좋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저 역시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찍으면서도 너무 설렜고요. 극 중 우연은 저와 같은 나이의 인물이예요. 엠피쓰리부터 휴대폰의 기종도 제가 실제로 샀던 것들이고, 공감되는 면이 많았죠. 첫사랑의 설렘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는데 감독님은 '우연이가 김영광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뭘 준비하거나 보여주려 노력하기보다 느끼는 그대로 연기하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려 노력했어요."

실제 김영광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우연 역을 설명하며 김영광은 "그게 나의 본 모습"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모델 출신이니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실제로는 허당기도 있다.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면에서 '너의 결혼식'은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첫사랑의 추억을 소재로 하는 만큼 실제 첫사랑의 기억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광은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반장 친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신나게 답을 이어갔다.

"제가 처음으로 '내가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구나' 느꼈던 경험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반장 여자 아이였는데 공부를 잘 했죠. 저도 공부를 잘 하고 싶었어요. 짝을 바꾸는 시기도 아닌데 선생님께 '그 친구와 짝을 하면 공부를 더 잘 할 것 같아요'라고 쪽지를 남겼죠.(웃음) 선생님이 자리를 바꿔주셨어요. 그 친구에게 열심히 수학을 배웠더니 '몇 점 이상 받으면 선물을 해 줄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시험 시간이 다 돼가고,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걷어갈 때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친구들은 '왜 우냐'고 묻는데 말은 못 하겠고. 그래도 그 친구가 선물은 줬어요. 빼빼로였어요.(웃음)"

김영광의 초등학생 시절 첫사랑 소녀만큼이나, '너의 결혼식'의 승희 역시 매사 똑 부러지는 캐릭터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박보영이 승희 역을 연기했다. 김영광과 박보영의 만남은 영화 '피끓는 청춘' 이후 두 번째다. 박보영은 앞선 인터뷰에서 계산하지 않고 연기하는 김영광의 모습이 부러웠다고 말하며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게 됐다고 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광은 "촬영 중간에도 박보영이 내게 그런 고마운 이야기들을 많이 해 줬다"며 "현장에서 너무나 편하게 대해줘 고맙더라"고 말했다.

"'피끓는 청춘' 이후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시 친해졌어요. (박)보영이는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상대 배우였고 조금 더 편하게 연기하게 도와줬죠. 박보영은 힘이 있는 배우예요.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면이 있어요. 특별히 '내가 이렇게 보이게 연기할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줬어요. 현장의 승희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렇게 됐죠."

지난 2009년 MBC 드라마 '트리플'로 본격적인 연기 이력을 시작한 김영광은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신인 시절과 비교해 "크게 조급해하지 않게 됐다"고 지금의 자신을 표현한 그는 "나 자신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누군가에게 큰 자극을 주거나 도움을 주진 못하더라고 내가 '내추럴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알렸다.

"전에는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탈이 나는 면이 있었어요. '과한' 거죠. 연기를 너무 잘 하고 싶으니 욕심은 있는데, 그것이 제 시야를 좁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조사하지만, 그 디테일이 큰 그림을 못 보게 만든달까요? 나중에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하면 패닉이 오죠. 배우는 내 방식의 표현을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욕심만 쌓이면 결국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렇게 잘 어우러진 상태에서 신나게 연기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너의 결혼식'은 지난 22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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