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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우즈벡전 연장전 영상, 흔들리던 김학범호를 깨웠다


김판곤 위원장의 회상 "김학범 감독 보는데 눈물 날 것 같더라"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한 남자축구의 터닝포인트는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이었을까, 아니면 김학범(58) 감독이 처음으로 선수단을 혼냈다는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이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 병역 혜택이 주어지면서 유럽에 도전 가능한 기회도 열렸다.

당장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몸값이 폭등할 전망이다. 이적료로만 1억 유로(한화 약 1천3백억원) 수준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럽에 진출했거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경우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지난 1일 일본과 결승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금메달까지 오는 과정은 힘들었다. 2일 귀국길에 올랐던 김판곤(49)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을 자카르타 시내에서 어렵게 만나 김학범호의 에피소드를 살짝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대표팀과 다른 항공편 이용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우즈벡전 연장 30분 비디오를 틀어주고 혼냈다더라

김 위원장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부터 인도네시아로 넘어와 관전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한국의 수비가 무너지는 등 정신이 없었던 경기였다. 본부석에서 관전하던 김 위원장은 "이러다 한 경기만 보고 귀국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즈벡은 올 1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래 육성한 '황금 세대'들이 자리 잡았다. A대표팀을 오가는 선수들도 있다.

김 위원장은 "말레이시아에 패하면서 험난한 길을 걷게 됐는데 16강 이란은 껄끄러웠고 8강 우즈벡은 이 세대 최강팀이었다. 4강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때문에 주목 받았고 결승 일본은 부담 그 자체였다. 내심 아랍에미리트(UAE)가 올라오면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김 감독이 쉬어가는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메달의 가치가 더 깊지 않았나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감독도 결승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즈벡전이 끝나고 가장 힘들었다. 절실함, 간절함이 더 필요했다. 선수들의 눈과 표정에서 그게 없어졌다.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많은 선수가 뒤에 처져있었다. 이 부분이 힘들었다. 선수들은 이기고 나서도 나한테 많이 혼났다. 이 정도 절실함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어떻게 선수들을 혼냈을까, 다음날 훈련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는 김 위원장은 "본인이 한 번 선수들을 강하게 다뤘다고 하더라. 들어보니 우즈벡전 연장 30분 동안 치른 경기 영상을 비디오 미팅에서 보여줬다는 거다. 앞선 90분까지는 서로 볼이 오는 게 두려워서 회피하는 모습이었는데 김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승리를 위해 집중하던 연장전 영상을 계속 보여주면서 '(남은 경기에서는) 이렇게 뛰어야 한다'라고 호통을 쳤다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경기를 보는데 골을 넣은 뒤 전진하지 않더라. 볼을 뒤로 돌리면서 안정지향의 경기를 하려고 하더라. 상대는 이기겠다고 달려드는데 우리는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연장에 가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해보겠다는 의지들이 보였다. 일본과 연장전에서도 과감했던 이유"라고 답했다.

"벤투 A대표팀 감독에게도 '이것이 한국 축구의 DNA'라고 전해"

조별리그 2차전 말레이시아전 1-2 패배가 김학범호를 흙길로 밀어 넣었다. 키르기스스탄을 이기고 2승 1패,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하필 토너먼트를 첫 상대가 껄끄러운 이란이었고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란에 압도하며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의 골로 2-0으로 이기며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줬다.

우즈벡전이 다소 흔들렸지만, 한국 특유의 승부 근성이 살아나 베트남과 일본을 이긴 것은 긍정적이었다. 이는 A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란과는 A대표팀, 연령별 대표팀 할 것 없이 힘든 상대라는 것을 벤투 감독도 알고 있었고 한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과 통화를 하면서 이란전을 잘 보라고 했다. '봤는가, 이것이 한국 축구의 DNA다'고 말했더니 이해하더라. 일본전도 마찬가지"라며 3일 소집하는 A대표팀 운영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김 위원장이 부임한 뒤 처음 선임한 감독이다. U-23 챔피언십에서 김봉길 전 감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지휘봉을 내려놓도록 했다. 그는 "어디선가 그러더라. 김 감독의 성과가 곧 내 선택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김 감독이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냈다는 그 자체가 고마웠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표팀은 올림픽과는 달리 시간이 부족하고 선수 구성도 애매한 소위 골짜기 세대들인 경우가 많다. 이번의 경우 손흥민, 조현우(대구FC)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와일드카드가 합류해 더 급조된 팀처럼 보였다. 이들을 놓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한 김 감독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지겠다"며 중도 사퇴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번에 경기한 세대는 4년 전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토너먼트 승부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잘 해냈지 싶다. 김 감독도 '과감하게 검증받겠다'며 승리욕을 보여주더라. 충분히 해내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준비 지원에 집중해야…

자연스럽게 도쿄올림픽 준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감독선임위 소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시상식을 앞두고 정몽규 회장님과 김 감독을 만났다. 우즈벡전이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하는데 눈물이 나올 것처럼 보이더라. 그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같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회피했다. 김 감독도 대회를 치르면서 느끼고 얻은 것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며 도쿄올림픽 예선 겸 2020 AFC U-23 챔피언십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즉 김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계약 기간은 당연히 도쿄까지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금메달을 얻었으니 아랫세대들을 찾아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본인은 자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도 투자하고 추격하고 있다. 정말 힘든 준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일본을 보니 만만치 않더라"고 전망했다.

의외로 준비 시간은 없다. 일본, 이란 등은 U-21 대표팀으로 이번 대회를 나왔다. 반면,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해 2020년 1월 예정된 U-23 챔피언십 겸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정확하게 1년 4개월 남았다.

김 위원장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얻었으니 이제 A대표팀에 시선을 돌리려 한다. 벤투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집중해 봤다. 서로 소통하면서 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싶다"며 새로운 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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