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이만수 박경완 박병호…그리고 김재환?
두산 베어스의 주포 김재환(30)이 사상 5번째 포수 출신 홈런왕에 도전한다.
김재환은 시즌 122경기를 치른 13일 현재 40홈런으로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로맥(SK, 38개)과 2개 차다. 김재환의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47개 가량 예상해볼 수 있다.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이 발휘된다면 50홈런 고지도 넘볼 수 있을 만큼 페이스가 뜨겁다.
김재환은 독특한 경력의 보유자다. 인천고 시절 우투좌타 포수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이명기(KIA), 이재원(SK)이 그의 고교 1년 선배들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엔 홈런과 전혀 거리가 멀었다"고 했지만 그의 야구재능을 눈여겨본 두산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그를 지명했다.
프로 입단 후에도 그는 한동안 포수로 활약했지만 2011년 갑자기 불안감에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스 증상을 겪게 됐고 이후 1루수로 포지션 변경했다. 2014년 송일수 감독 부임 이후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포수 포지션을 떠나 본격적으로 타격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좌익수로 최종 보직이 확정된 2016년부터 타격이 만개하며 이후 3년 연속 30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에는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토종 선수로는 최초로 40홈런을 기록하며 포수 출신 홈런왕을 향해 스퍼트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포수 출신인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환은 고등학교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참 열심히 한 선수"라며 "4번타자 역할을 꾸준히 잘해주니 고마울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와 홈런경쟁을 하고 있는 홈런랭킹 3위 박병호(32, 넥센) 또한 포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남고 시절 거포 포수였던 그는 프로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고정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미국 진출 전인 2012∼2013시즌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바 있다.
KBO리그 역사상 포수 출신 홈런왕은 박병호 이전 두 명 뿐이었다. 1983∼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 현 KBO 육성위원, 그리고 2000·2004년 박경완 현 SK 배터리 코치 뿐이다. 박경완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 2004년에는 SK에서 홈런왕에 등극했다.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35) 또한 전주고 시절 포수였으나 프로에선 외야수로 전향했고, 이후 2011년 삼성에서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다.
이만수와 박경완이 포수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홈런왕에 오른 것과 달리 박병호와 김재환은 포지션을 변경한 뒤 만개한 점이 눈에 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공수를 겸비하기가 무척 힘든 자리라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수비부담이 워낙 커서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 능력까지 바라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한편 포수에서 시작해 포지션을 바꾼 뒤 입지를 굳힌 선수 중에는 KT 위즈 마무리 김재윤(28)도 있다. 아마추어 시절 포수였던 그는 미국 야구를 경험하고 돌아온 2012년 KT에 합류했다. 2014년까지 포수로 활약한 그는 뛰어난 송구능력 덕분에 투수로 전업했고, 이후 팀 불펜의 핵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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