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단발 머리에 짙은 화장부터 푸석푸석하고 메마른 얼굴까지,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돌아왔다. 특유의 공허한 눈빛과 물기 없는 표정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배우 이나영의 힘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4일 오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국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가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탈북 여성인 엄마(이나영 분)와 중국의 조선족 대학생 젠첸(장동윤 분)의 이야기. 젠첸은 병든 아버지의 부탁으로 오래 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오고, 오랫동안 몰랐던 엄마의 놀라운 과거를 알게 된다.
영화는 한국 땅을 밟은 젠첸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는 아들, 떠난 아들을 십 여년 본 엄마 사이에서는 물리적 시간만큼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국으로 도망친 엄마가 고작 술집에서 일하는 것을 보게 된 젠첸은 울분과 원망을 토하지만, 엄마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니"라며 건조하게 답할 뿐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엄마의 비밀은 탈북 여성의 삶과 얼키설키 얽힌다. 영화는 어느 곳에서도 보호 받지 못하는 탈북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범법 행위, 특히 성폭력 및 성매매 등에 내몰린 탈북 여성의 어두운 현실을 다소 잔잔하고 건조하게 표현한다. 극이 흐를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가는 엄마 역의 이나영 연기는 이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비밀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있다. 영화는 점층적으로 아들이 알지 못했던 과거를 또 한번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성적자기결정권, 더 나아가 행복추구권 등 인간의 기본권이 박탈당하는 모습을 개인과 가족 단위에서 전한다.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기 전, 감정을 격정적으로 딱 두 번 표현한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흘리는 눈물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현재 시점을 '평범'하게 그린다. 비극으로 점철된 주인공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이는 엄마와 아들이 쉽게 맞이할 수 없는 '평범함'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뷰티풀 데이즈'를 암시한다. 영화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국가·사회적으로 남북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부분이다.
'뷰티풀 데이즈'의 전체 분위기와 이나영의 연기는 같은 궤로 흘러가며 작품의 메시지를 더 시리게 전한다. 여기에 감춰진 비밀을 서서히 알아가며 느껴지는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아들 역 장동윤, 엄마의 행복을 따뜻하게 바라는 남편 역의 오광록 등의 배우들은 이나영과 함께 극을 빈틈없이 채워간다.
한편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조이뉴스24 부산=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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