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축구대표팀을 감싸는 화두는 '빌드업'이다. 수비에서 볼을 배달해 공격까지 안전하게 전진해 슈팅으로 골을 넣는 과정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다.
한국 축구는 상대의 압박에 습관적으로 볼을 후방으로 돌리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강한 상대를 대상으로 안전이 미덕이고 기회에 따라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상대의 스타일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모습이 곧 승리를 만드는 습관이라는 것이 벤투 감독의 판단이다.
좌우 측면 수비수가 공격 진영까지 넘어와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오버래핑도 더 잦아졌다. 가로지르기(크로스) 능력이 좋은 홍철(수원 삼성)과 이용(전북 현대)이 벤투 체제에서 중용되는 이유 중 하나다. 홍철의 경우 측면 수비와 공격 모두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박주호(울산 현대)의 부상 공백을 적절하게 메웠다.
물론 아직 빌드업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다. 9월 칠레와 평가전에서는 속도와 힘으로 무장한 상대에 수시로 볼을 골키퍼에게 돌렸다. 10월 우루과이에는 적절한 공간을 찾아 공략했지만, 파나마전에서는 볼 전개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
향후 11월 호주, 우즈베키스탄 2연전이 벤투 감독이 유럽파를 아우르며 실험 가능한 마지막 기회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없는 공격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심거리다.
물론 빌드업 과정의 척추를 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정우영(알사드) 두 중앙 미드필더에 장현수(FC도쿄)-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두 중앙 수비수로 사각형 공간을 만들어왔던 벤투 감독은 파나마전에서 공수 전개 능력이 좋은 만능 키 황인범(대전 시티즌)을 남태희(알두하일)과 함께 전진 배치했다.
기성용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면서 중앙 공간이 커지는 단점이 보였다. 볼 배급이 측면을 통해 중앙으로 이동하는 패턴이었다. 황인범의 활동량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줬지만, 정우영이 기성용 옆에서 버티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안정적인 빌드업이 이뤄져야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내려서는 축구를 하는 상대들을 공략 가능하다. 벤투 감독이 미드필더 숫자와 배치에 변화를 준 것도 결과적으로는 다목적 느낌이 강했다. 밀집 수비를 깨는 것도 정확한 빌드업이라는 것을 경기력으로 확인한 것이다.
기성용은 2-2로 비긴 파나마전 직후 "아시안컵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다"며 "2-2 상황에서 골을 넣으려 숫자를 더 늘렸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불안했던 모습은) 당연했다. 독일도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으려 그렇지 않았는가.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다"며 확실한 기회에서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역습을 허용하거나 실점 위기에 몰렸던 상황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역습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시안컵은 다르다. 세밀하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완성도 높은 빌드업을 보여줘야 원하는 우승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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