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5전3선승제의 단기 시리즈에선 첫 판 결과가 무척 중요하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행방이 갈릴 수 있다. 실제로 2008년부터 시작한 11번의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7번(63.6%)에 달한다. 무엇보다 최근 4년간 1차전을 잡은 팀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리즈 마지막에 웃었다.
그래서인지 넥센 덕아웃은 27일 1차전에 승부를 걸었다. 이날 넥센은 평소와 달리 두 차례의 변칙 투수 기용을 시도했다. 우선 선발투수를 모두가 예상한 에릭 해커가 아닌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을 내세웠다. 로테이션 상으로는 해커가 나올 차례였지만 장정석 감독의 선택은 4일 휴식을 취한 브리검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등판해 기대에 걸맞는 투구를 선보인 그를 한 번 더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와 동떨어졌다. 이날 힘있는 SK 와이번스 타선을 상대한 브리검은 4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허용하면서 6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첫 3이닝 동안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억제했지만 1-1 동점이던 4회말 강승호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 이어 김강민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에 달했지만 전반적으로 공끝이 이전 두 차례 등판에 비해 무뎌졌고,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구사되지 않았다. 특히 고비에서 던진 승부구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 3회말 1사 1,2루에서 최정과 로맥에게 던진 공이 연속해서 머리로 향했는데, 평소 사구를 많이 기록하는 최정은 순간적으로 흥분, 배트를 마운드 옆으로 집어던지면서 걸어가려 했다. 양팀 선수들이 모두 달려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가을 불펜의 핵심 롱릴리프 역할을 맡은 안우진의 조기 투입도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넥센이 3-5로 따라붙자 5회말 무사 1,2루에서 두 번째 투수 윤영삼을 내리고 안우진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안우진은 보통 이기고 있는 경기의 '1+1' 용도로 활용하는 투수이지만 경기의 모멘텀이 바뀔 상황이 되자 넥센 덕아웃은 비장의 승부수를 건 것이다.
하지만 안우진은 김동엽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1사 2,3루에서 김성현에게 그만 좌월 3점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2점차였던 점수는 3-8, 5점차로 크게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간 뒤 결국 패배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날 안우진은 1이닝을 소화하며 공 24개를 던졌는데, 2차전을 대비해 더 이상의 투구를 중단하고 힘을 비축하기로 한 것이다. 비록 다음날 등판에 큰 지장은 없는 투구수라고 해도 필승조의 첫 번째 투수를 뒤진 상황에서 활용하다 경기를 내줬다는 점에서 손실이 큰 편이다.
넥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가을 들어 치른 4경기에서 4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특히 두 차례의 단기 시리즈 첫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플레이오프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인천 원정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 차례의 변칙 투수 기용에도 불구하고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남은 4경기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됐다.
조이뉴스24 /인천=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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