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사임은 두 전현직 정치인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선 감독은 "'어느 국회의원이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현직 정치인인 손혜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손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선발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 감독을 인신공격에 가까운 어조로 몰아붙였다.
◆현직 손혜원·전직 정치인의 합작품
오지환(LG 트윈스) 선발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추궁하던 그는 "선 감독이 지금 할 것은 사과하든지 사퇴하는 것"이라며 "선 감독 때문에 지금 프로야구 관중이 20% 나 줄었다. 아시안게임 우승했다는 얘기는 하지 마라. 금메달이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발언은 역풍이 되어서 그대로 손의원에게 향했고, 국정감사 직후 "손 감독을 선의의 피해자로 본 내가 바보다. 야구 적폐를 제대로 밝힐 것"이라고 의기양양해 하던 그는 수많은 항의와 비난 댓글에 이후 야구 관련 언급을 중단한 상태다. 많은 야구팬들은 "야구를 제대로 알고 추궁하라"거나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인신공격으로만 일관한 질의"라며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문제의 본질이 아닌 표피에만 집착하다가 대표팀 수장 사퇴라는 최악의 결과를 몰고 온 셈이다. 문제가 된 선수를 굳이 선발한 점, 논란이 불거졌을 때 침묵으로만 일관한 선 감독의 초기 대응부실이 화근이었다면 '야구'라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소재를 이용해 자기 홍보의 장으로 삼으려던 정치인의 욕심이 감독 사퇴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전직 정치인인 정운찬 KBO 총재는 선 감독 사퇴의 '마무리 작업'을 도맡았다. 한국프로야구의 수장으로서 조직과 야구인을 감싸도 부족할 판에 그는 기존 야구판의 컨센서스와는 동떨어지는 보신주의식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달 23일 역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총재는 "전임감독제도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선 감독의 존재 이유를 단칼에 부정했다. 심지어 전원 프로로 구성한 선 감독의 대표팀 구성에 대해 "아마추어 선수를 몇몇 뽑았으면 좋았을 거다. 이들이 있다고 해서 승패에 큰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까지 비판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장을 찾지 않고 TV로 선수를 살펴본다는 것은 마치 경제학자가 현장을 가지 않고 지표로만 분석하는 격"이라고도 했다.
◆"내 사퇴, 총재 소신 부합할 것"…선동열의 마지막 일성
이 발언들은 선 감독에게 큰 수모로 다가왔고,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방아쇠로 작용했다. 대표팀을 직접 관할하는 KBO의 최고 책임자가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감독을 대놓고 타박하는 모습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선 감독은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 전임 감독제에 대한 총재 생각도 비로소 알게 됐다. 내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쏘아붙였다.
한 야구인은 "야구라는 좋은 홍보수단을 이용해 자기 이름을 알리려 한 정치인의 과욕, 총재라는 자신의 위치는 아랑곳 않고, 당장 비난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혼자만 살겠다는 정치인 출신 총재의 무책임한 행동이 오늘의 이 사태를 불러왔다"며 개탄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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