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정부가 체육계 강력한 자정을 요구한 뒤에야 대한체육회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제22차 이사회에 앞서 최근 체육계에 확산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해 쇄신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강조한 이 회장은 "은폐나 묵인 방조 시에 연맹을 즉시 퇴출하고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겠다"며 쇄신안을 들고나왔다.
특히 성폭력을 두고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원천 차단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확충 ▲성폭력 조사 및 교육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 실시 ▲선수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시민사회 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즉시 시행한다며 확실한 개선도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대책을 어떻게 실행해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성폭력 가해자의 취업 차단의 경우 피해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보호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없었다.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선에서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에 여성 부촌장을 선임하는 것도 단순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이날 참석한 한 대의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여성 부촌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촌장은 남성이라는 뜻인가. 여성 훈련관리관 채용도 마찬가지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사회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다수 이사진은 입을 닫았다. 당초 이사회에서는 공석인 선수촌장과 체육회 사무총장 선임이 우선이었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1~2주 뒤로 논의를 미룬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낙연 총리까지 고강도 개혁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뒤늦게 움직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회의장 밖에서 침묵 시위를 한 체육계 시민단체들의 핵심 요구사항도 이 회장의 사퇴였다.
심지어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사태가 터지기 무섭게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대책을 발표한 상황에서 체육을 관장하는 이 회장의 대응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일단 이 회장은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 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행사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회장이 맡은 단체는 하나같이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취를 감췄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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