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유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일이 그들의 일상에 어떻게 미치는지 그리고 싶었다."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생일'은 이종언 감독,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의 말처럼 국가·국민적 트라우마로 깊이 새겨진 비극적 사건을 통해 남겨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의 5주기인 올해 '생일'이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을 모은다.
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이 참석했다.
'생일'은 2014년 4월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이며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다.
이종언 감독은 "많이 걱정하면서 만든 영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또 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보기 힘들 것 같다'라는 평도 많은 것 같다"며 "당연하다. 우리 모두 힘들었지 않나. 하지만 '생일'을 보시면 '단지 슬프고 힘들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특히 단편 '봄'은 독일 함부르크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돼 디테일한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또한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연출, 스토리펀딩을 통해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설경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촬영할 수 있는 스케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본을 읽고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참석해야 할 것 같았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에 시인은 시를 만들었고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노래를 만들었다. 저 또한 배우로서 참여해야 할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극 중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해외에서 일을 하며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정일은 자신을 유독 닮았던 아들 수호가 떠난 날 가족 곁에 있지 못한 것에 늘 미안함을 안고 있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냉랭한 아내 순남(전도연 분)과 아직은 조금 낯선 예솔(김보민 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조금씩 다가가고 수호의 생일을 하자는 주변의 얘기에 그날, 수호도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다.
설경구는 "전적으로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족 옆에 있지 못한 인물 정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하며 "관찰자의 역할도 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을 누르고 담담하려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예전 같았으면 혈기왕성하게 집어 던지고 했을 텐데 꾹 참아 보려 애썼다"고 농을 건네듯 말하며 "분노를 누르려고 애를 쓰면서 연기했는데 오히려 촬영이 종료되고 나서 현장에서 깊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전도연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서 출연을 고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정성 있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또한 '생일'에서 연기하는 매 순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내가 느끼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전도연은 당시의 신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극 중 순남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혼자만의 곳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하며 "순남을 연기하면서 제 감정이 앞서 갈까봐 걱정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점들을 의심하고 논의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극 중 전도연은 엄마 순남 역을 연기한다. 순남은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며 딸 예솔과 살아가야 하지만,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커져간다. 돌아온 남편 정일의 잘못이 아님에도 괜히 원망스럽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아들의 생일을 하자고 할수록 그것이 수호와의 이별을 인정하는 것 같아 자꾸만 거부한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생일'에서 18년 만에 재회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도연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묻자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받은 뒤 처음 제작사에 물었던 건 '전도연 씨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느냐'였다. 전도연 씨가 출연을 고사했다는 답변에 좌절했다"며 "열흘 후에 '전도연 씨가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정말 좋았다. 이것만으로 대답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전도연은 "설경구 씨와 저는 18년 전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통해 만난 적 있다. 그 후에도 사석에서 종종 뵀는데 어렸을 때 작업해 친오빠 같은 느낌이었다"고 운을 뗀 뒤 "극 중 부부관계라는 설정과 그 감정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제가 어떻게 연기를 풀어내든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설경구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경구를 믿고 쏟아냈다"고 말했다.
한편 '생일'은 오는 4월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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