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길쭉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서 신하균의 보디가드 역할을 맡은 장진희의 이미지다.
영화에서 마약 밀매 조직의 수장 신하균이 가장 총애하는 부하이자, 험상궂은 조직폭력배들도 한 주먹에 때려 눕히는 가공할 파워를 가진 '선희'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수트에 하이힐을 신고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인 장진희를 만났다.
신하균의 "선희야"라는 대사와 함께 스크린에 등장한 신선한 뉴페이스 장진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런웨이를 누비던 톱 모델 출신이다. 각종 명품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던 화려한 과거는 이제 뒤로 하고 열정 넘치는 신인배우 거듭난 장진희는 "현장에서 막내 노릇을 하는 게 너무 좋고 재밌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다운 큰 키와 서글서글한 외모, 장난기 넘치는 성격을 가진 장진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영화의 흥행 이후 인지도 변화에 대해 묻자 "머리를 묶고 다니면 좀 알아보시는데, 단발로 풀고 다니면 못 알아본다"며 웃었다.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인 그는 "실제로 무술 단증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액션 스쿨에서 3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임필성 감독의 추천으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장진희는 '극한직업'의 오디션 후 배역을 맡게 됐다는 연락에 눈물을 흘렸다고.
"오디션에 합격하고 엄청 울었어요. 이병헌 감독님 팬이기도 하고,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했는데 그게 이뤄진거죠. 몇번의 단역 이후 첫 조연이기도 하고 제가 생각해도 '선희' 역에 잘 어울릴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선희라는 이름도 제 이름과 비슷하지만, 사촌동생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여러모로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흥행 스코어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장진희는 놀라움을 표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 수치이기도 하고 이렇게 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한 것이 너무 감사했다고.
"영화에서 원래 제 대사가 딱 세 마디 나오는데, 그 중 한 마디가 잘렸어요(웃음). 서운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캐스팅 해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거든요. 분량의 아쉬움 같은 걸 얘기할 처지가 아니죠(웃음). 영화를 촬영하며 오정세 선배와 많이 친해졌어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분이에요. 신하균 선배는 워낙 말수가 적고 촬영을 해야 하니 집중하느라 별 얘기가 없으셨거든요. 말을 걸기도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연기하는 포스가 너무 멋있더라고요. 액션도 너무 잘하시고요. 현장에서 합을 짜는데 한방에 하셔서 놀랐어요. '극한직업'의 액션왕은, 류승룡 선배에요. 손이 진짜 매워요. 수고했다고 어깨를 툭툭 하시는데도 몸이 울리는 것처럼 느끼질 정도로 힘이 엄청나요. 윤현민 씨도 해병대 출신인데다 힘을 타고났고요."
장진희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윤현민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신을 꼽았다.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가 다리를 사정없이 내려치는 장면을 찍으며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여러번 NG가 났다고. 가장 많은 액션 합을 연기한 이하늬와의 첫 만남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하늬 언니와 처음 만났을때 서로 놀랐어요. 너무 커서(웃음). 대부분 현장에서 보는 여배우들이 화면보다 작고 왜소하기 마련인데, 언니는 저만 해서 놀랐어요. 언니나 저나 여리여리한 느낌이 아니고 작품 때문에 체중도 불리고 운동량도 많다보니 더 크게 보였던 것 같아요. 하늬 언니는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서로 액션을 하면서 굉장히 조심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익숙한 동작들이 아닌데다 실수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나 맞추는 합이 길어서 조심하면서 부상없이 잘 했어요. 하고 나서는 성취감도 큰 장면이었고요."
'극한직업'의 이미지 탓일까. 최근 비슷한 역할의 작품들 제안이 많다는 장진희는 "액션쪽으로만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주변 분들이 걱정도 많이 하는데, 전 제 모습을 좋아해주는거라고 생각하니 기분 좋다"며 "액션을 꾸준히 하면서 드라마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모델로 무대에 설때의 긴장감과 연기를 할때의 몸은 너무 달라 쇼와 연기를 병행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장진희는 "현장에서 막내로 지내는게 너무 재밌고 좋지만, 아직 배우라는 호칭을 붙이는게 낯설고 쑥스럽다"고 수줍게 말했다.
16살에 모델로 데뷔해 10년의 경력을 뒤로 하고 신인배우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장진희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수수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연기 인생이 런웨이만큼이나 곧고 탄탄하게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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