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대타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9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온 이성우를 믿었다.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상 다른 타자를 내새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류 감독은 이성우가 타석에 서자 번트 사인을 냈다.
주자 두 명을 모두 스코어링 포지션에 두는 것이 LG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한 작전이다. 그런데 이성우는 KIA 투수 문경찬이 던진 초구에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타구가 됐다. 2루 주자 채은성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으며 LG의 9-8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성우는 지난 2008년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일단 번트를 잘 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 내야수들이 모두 앞쪽으로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번 휘둘러 보자'고 마음억었다"고 끝내기 안타 상황을 되돌아봤다.
이성우는 "솔직히 타구가 잡힐 줄 알았다. 그런데 1루 주자였던 오지환이 내게 뛰어 오는 것을 보고 '끝내가 안타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류 감독도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 승리 원동력이 됐다"며 "이성우에게 번트 사인을 먼저 냈지만 수비 시프트를 본 뒤 판단을 잘 내린 것이 주효했다"며 "강공 전환이 잘 통했다"고 말했다.
이성우에게 그리고 팀 동료 뿐 아니라 잠실구장을 찾은 홈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밤이 됐다. 그는 "사실 지난 시즌 종료 후 야구 인생이 끝날 뻔 했지만 LG에서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성우는 성남서고를 나와 2005년 SK 와이번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어려웠고 상무(국군체육부대)를 먼저 다녀왔다. 그는 SK 아닌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고 2016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경기 출장수는 많지 않았지만 백업 포수로 묵묵히 제몫을 했다. 그는 2017년 친정팀 SK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 종료 후 방출되는 설움을 맛봤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베테랑 백업 포수가뛸 자리는 흔하지 않다.
이런 그에게 LG가 손을 내밀었다. 이성우는 "LG에서 주전 포수인 유강남의 뒤를 잘 받치며 올 시즌 마지막까지 동료들과 잘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다 경기 후반인 9회초 수비에 마스크를 쓴 백업 포수는 짜릿한 끝내기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이성우의 팀 동료인 오지환(내야수)과 진해수(투수)도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오지환은 시즌 10호 도루에 성공하며 8시즌 연속 두자리수 도루(KBO리그 통산 23번째)를 달성했고 5회말 3점포를 쏘아올리며 개인 통산 100호 홈런(KBO리그 통산 89번째)를 기록했다.
진해수는 홀드를 올리며 4시즌 연속 10홀드(KBO리그 통산 8번째)를 작성했다. 한편 LG와 KIA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3연전 둘째 날 맞대결을 펼친다. 류제국(LG)과 차명진(KIA)이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조이뉴스24 잠실=류한준 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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