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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BIFF]"도전+날카로운 비판 정신"…박찬욱X코스타 가브라스, 거장들의 만남(종합)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서로의 작품성을 극찬하며 부산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코스타 가브라스&박찬욱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그리스 정치영화 거장으로,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어른의 부재'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이콘 섹션에서 상영된다. '어른의 부재'는 그리스 경제 위기와 유럽 연합 간의 정면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이날 박찬욱 감독은 '2019 성우하이텍 부산바다마라톤' 대회로 인한 해운대 일대 거리의 교통 통제로 약 25분 늦게 현장에 등장했다. 이에 먼저 무대에 오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데 특히 박찬욱 감독님 영화를 좋아한다. 이 세상에 많은 감독들이 있는데 미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개성적이다. 한국적인 감수성과 한국 역사 요소가 많이 배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감독들도 알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많은 여성 감독이 배출되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소개 받은 분들이 3분인데 적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등장한 박찬욱 감독은 "차 안에서도 마음만은 달리고 있었다"라며 "제 잘못은 아니지만 늦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 대해 "원래 잘 아는 사이다"라며 "필생의 프로젝트로 만들려고 하는 영화가 있다. '엑스'라는 영화인데, 소설 원작이 있는데 코스타 감독님이 불어로 먼저 만들어 판권을 가지고 있다. 제가 다시 만들려고 하는데, 코스타 감독님과 아내분이 제 영화의 프로듀서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언젠가 꼭 만들어 저의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다. 게다가 아들이신 알렉산더도 프로듀서다. 코스타 감독님 가족을 프로듀서로 모시고 몇 년동안 일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를 좋아한다. 전 세계에 600여 편에 달하는 흡혈귀 영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박 감독의 '박쥐'를 좋아한다"며 "최근에 또 봤는데,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의 '박쥐', '올드보이', '스토커', '아가씨' 네 편만 봐도 너무나 다른 세계를 가진 영화다. 한 감독님이 이렇게 다른 세계관, 독창성을 표현하셨는지 놀랐다"고 극찬했다.

 [사진=조이뉴스24 DB]
[사진=조이뉴스24 DB]

이에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감독님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보면 '과연 한 명의 감독 작품인가'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며 "이렇게 계속 도전하고 실험하는 선배 거장들을 보고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많은 감독님들에게 배우고 싶어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소재에 맞는 형식을 고민한다. 그래서 각기 다른 종류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올드보이'의 경우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우리 속에 내재돼 있는 무의식의 폭력을 다룬다. 다른 영화들은 어리석은 폭력이나 거친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올드보이'는 다르다"라며 "또 다른 영화인 '아가씨'도 제가 좋아하는데, '아가씨'는 또 완전 다르다. 세밀한 감수성과 대승적 사랑이 있다. 박찬욱 감독님이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유럽에는 그런 감독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쑥스러워하며 "앞에 했던 영화의 감성이 그 다음 영화의 변화를 이끄는 것 같다. 앞의 영화에서 한번 해본 것은 지루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다음 영화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스타 감독의 신작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20대 감독처럼 비판 정신이 날카롭다. 영화의 에너지가 화산처럼 터질듯이 부글부글 끓고 있더라"라며 "흔히 나이가 들면 예술가들이 도사, 현인이 되는 것처럼 차분하고 조용하고 이것저것 다 좋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분은 아직도 분노가 있고, 용서가 없더라. 다시 한 번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 관객이 제일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이야기의 영화다. IMF 사태와 비슷한 사태를 그리스도 겪었다. 그 일을 다루고 있다. 협상 과정 이면에서 어떤 일이 이뤄졌는지, 자본가 그룹이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리려 했고 진보적인 이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실패를 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역시 "다른 감독들에게 많이 배운다. 특히 여성 감독님의 감수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며 "사실 주변에서 말렸다.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비전이 바뀐다.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변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저는 '젊었을 때가 더 좋았는데'라는 말을 절대 안한다"고 해 눈길을 모았다.

한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부산지역 6개 극장 37개 상영관에서 85개국 303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조이뉴스24 부산=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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