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준영 기자]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실제 사고 장면이 피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저의 사고 영상이 허락 없이 방영되었습니다"는 제목의 시청자권익 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마산역 사거리에서 사고를 당한 본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친구를 통해 마지막 회에 저의 사고 영상이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가 겪은 마산역 사거리 사고는 지난 2015년 7월 한 여고생이 승용차에 깔렸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일을 말한다. 이 사고로 여고생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반신 골절 및 장기 손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KBS는 지난 21일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에서 이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내며 아픈 주인공의 어머니에게도 기적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으로 사용했다.
작성자는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엄연한 저의 사고 영상이었고, 저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영상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때에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드라마의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하지만, 드라마를 시청하는 친구에게 전해 들으니 주인공 엄마에게 일어난 '기적'이라는 타이틀에 제 영상이 붙은 것 같다"며 "제 영상이 좋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쓰인 그 뜻은 알겠으나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너무나도 배려 없는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온몸에 남아있는 상처와 흉터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누군가의 눈빛에 의해 받아야 할 고통, 그리고 아직도 그 사고로 인해 제가 해야 할 수술에 대해 안다면 절대 이런 식의 방송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고 장소를 지날 때, 비슷한 사고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사고 날짜를 볼 때, 그 모든 순간이 피해자에게는 고통"이라고 했다.
끝으로 작성자는 관계자의 직접적인 사과와 장면 삭제, 사과 자막을 띄울 것을 요구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이 청원을 공유하며 "당연히 허락을 받았거나 자체적으로 촬영한 영상인 줄 알았다", "피해자에겐 평생 잊고픈 고통스러운 기억일 텐데 드라마의 감동을 위해 갖다 쓴 거라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등 피해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글을 남겼다.
KBS 제작진의 입장은 청원이 종료된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S는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이 시청자 청원에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한다고 밝혔다.
조이뉴스24 /권준영 기자 kjykj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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