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에는 얼핏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재미적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물론 ‘기생충’의 위대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깨알같은 요소는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기생충’의 궁금한 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포스터제작자는 오스카상 수상을 예견했다?
‘기생충’의 위대함을 영화주변 사람들은 일찌감치 알았나 봅니다. 영국의 기생충 아트포스터에는 돋보기로 봐야만 겨우 알 수 있는 오스카 트로피가 숨겨져 있습니다. 물론 이 포스터는 ‘기생충’의 영국 개봉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오스카상 시상식 훨씬 이전에 제작된 것입니다. 조각조각으로 이뤄진 포스터 그림을 자세히 보면 평상이 펼쳐진 조각 그림 중 평상 아래에 오스카 트로피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대단한 선견지명을 갖고있는 분입니다.
초인종을 누르는 이정은의 얼굴에 난 상처는?
외국인들이 특히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문광(이정은)이 비오는 날 초인종을 누를 때 얼굴에 상처가 나 있는데, 그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추측할 수 있는 장면이나 설명이 없습니다. 시나리오 자체에도 전후 설명 없이 ‘술 취한 문광이 초인종을 누른다’고만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사채업자에게 맞았을 수도 있고 복잡한 마음에 술을 먹다 누구한테 맞았을 수도 있고…’라고 했다고 합니다. 문광 역을 맡은 이정은은 그래서 한술 더 떠 “술을 먹다 사채업자한테 맞고 박사장네에 오던 길에 충숙이 던진 복숭아에 맞아서 얼굴이 부었던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했다고 합니다.
가족파티 장면의 옥의티를 찾아라
김씨 가족이 박사장 집에서 파티하는 장면에서 기정이 육포를 먹다가 개들의 간식이라는 사실 알고 멈추는 씬이 나옵니다. 기정은 이때 왼손에 육포를 들고 있었는데 초인종 울린 후에는 오른손으로 들고 있습니다. 실수로 생긴 옥의티라구요? 천만에…봉테일이 절대 그런 실수를 놓칠 리 없습니다. 이 장면은 팬들이 한 번 찾아보라고 일부러 그냥 놔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옥의티 장면을 찾은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네요.
세계적 히트곡 ‘제시카송’ 가사는 원래 3절까지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진원 작가에 따르면 “영화에 나온 부분은 봉준호 감독이 이미 시나리오에 명시해놓았고, 그 뒤 가사를 2, 3절까지 적어보라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의 완성도를 챙기는 감독의 디테일에 다시 한번 놀랄 따름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기생충’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노래는 정작 제시카송이 아닌 소주한잔이었죠.
출연진 작명에도 의미가 있다.
최근 기생충의 각본집이 공개됐습니다. 이 공개된 기생충 각본집에는 작명의 배경에 대한 얘기도 나옵니다. 부잣집 가사도우미 '문광(門狂)'은 '문을 열고 미친 사람이 들어온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하고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은 정치인 이기택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입니다. 충숙은 태릉선수촌 라커룸에 붙었을 법한 이름이라고 생각해 채택했으며 지하남 '근세'는 갑근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기생충 포스터의 잘린 다리는 누구 것일까?
두 가족 앞에 펼쳐질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예고하는 듯한 이 사진의 주인공은 ‘기정’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영화에서 기정이 죽는 장소가 마당인데다 핏기없는 창백한 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포스터에 있는 다리 사진의 실제 주인공은 출연배우가 아니라 마케팅 회사의 직원이라고 합니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쓴 이후에는 이 다리가 원래 트로피의 다리였다고 하는 패러디물이 봇물처럼 퍼져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궁금증이 컸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우리의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처럼 전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조이뉴스24 이한솔 객원 기자 js@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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