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 E&A의 곽신애 대표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
곽신애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공식적인 '기생충' 마지막 일정"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만 '기생충'과 관련된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곽 대표는 "각종 저작권 침해 사례를 체크해야 하고, 세계 흥행 스코어도 받아야 한다. 또 블루레이 출시도 예정되어 있고, 국내 영화제도 좀 남았다. 봉 감독님은 휴가를 가셔야 해서 제가 대리수상을 하러 가야 한다"고 향후 일정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해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수상 레이스를 시작한 '기생충'은 5월 30일 국내에서 개봉되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어 배급사 네온(NEON)을 통해 지난해 10월 11일 북미에서 정식 개봉된 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제72회 미국 작가조합상(WGA)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각본상까지 4관왕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마치고 귀국한 후 기자회견,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던 곽 대표는 "사실 시놉시스를 읽고, 또 칸의 성향을 보면 경쟁까지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칸에서 관심을 가지는 감독님이지 않나. 그래서 자동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황금종려상은 생각 못했다. 오스카도 현장에서 느낌을 보고 '어쩌면?'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미리 예상하지는 못했다. 남이 겪었다고 해도 신기할텐데 내 인생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놀랍다"라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화제를 모은 봉 감독의 소감도 곽 대표는 "소감 자체를 위해 고민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이라는 건 치밀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 평소 자신을 지나간 많은 이슈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찌르면 (소감이) 나오는 거다. 그 자리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미리 생각을 해놓은 것들이라 그렇게 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장르를 혼합하는 것은 어떤 전략이 있기에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전략도 없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 요소들에 자신의 생각, 스타일, 가치관이 안에서 부딪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이 나오는 거지 전략적이지 않다"라며 "자기 생긴 대로 한다. 그래서 초지일관하는 것 같다. 전략이 있으면 간혹 구멍이 보일 수 있는데 늘 같은 톤이다"라고 봉 감독이 평소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일을 진행하는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곽 대표는 "워낙 사람들이 봉 감독님을 좋아한다. 같이 일을 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한다. 모인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기쁜 상태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편안하게 시작한다"라며 "감독님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사실 영화 속 동네를 만들 때 조금 더 돈을 들여 크게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을 합리적으로 정한다. 스케줄도 마찬가지다. 지킬 수 있는 정도까지 하시는데 그것이 합리적이다. 제가 못 들어드릴 요구를 한 적이 없고, 이미 조정이 된 상태에서 말이 나온다. 그렇게 조정된 안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겠나. 정말 칭찬할 것 밖에 없다"라고 봉 감독의 장점을 언급했다.
이에 단점은 없느냐고 묻자 곽 대표는 "건강"을 꼬집었다. 그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데, 딱 하나 있다면 건강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시간을 지루해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지루해도 운동하고, 약 챙겨 먹는 시간을 꼭 써 달라'라고 부탁드렸다. 저는 영양제를 뭘 먹어야 하는지 알아보고 시간을 쓰는데, 감독님은 그런 고민과 연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하시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술, 담배를 하는 건 아니라고. 밤 11시만 되면 잠이 든다는 설명도 더했다. 그는 "일 욕심이 워낙 많아서 충분히 노동을 하고 오신 상태다. 그래서 일찍 잠이 든다"며 "술자리도 두 시간 정도 있다가 보면 주무신다. 그래서 깨워서 보내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의 친오빠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며 남편은 '유열의 음악앨범'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이다. 곽 대표는 측근인 두 영화인과 비교해 봉 감독이 유머로는 1등이라고 밝혔다. '봉준호식 유머'가 있다고 말한 곽 대표는 "말을 재미있게 한다. 코드가 맞는 사람은 웃고, 안 맞아도 웃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님은 정색을 하는 경우가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렇게 해볼까?'라고 하지 지시를 하지 않는다"라며 "감독님이 정색하는 걸 한 번 봤는데, 그것도 우리가 그냥 말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 때 상황 파악이 안 되다 보니까 모두가 '어떡하지' 할 때였다. 결정을 못 내리고 있으니까 감독님이 '무슨 상황인거야? 빨리 말씀드려' 이 정도가 유일하다. 그냥 그러신 적이 없다 보니 나만 '어?' 했던 거지 별 일 없이 다 지나갔다"라고 평소 위트 있고 배려심 넘치는 봉 감독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런 봉 감독이 있고, 마음 잘 맞는 스태프들이 있어서 '깜짝 놀랄 행운이자 빅이벤트'가 완성됐다. 곽 대표는 "인복으로 시작해서 우주의 기운이 다 도와줬다. 봉 감독님과의 작업은 기쁨인데, 결과까지 좋았다"라며 "불화라고는 없었다. 배우들 모두 다 배울 점이 있었고, 사람들이 다 좋았다. 우리 모두 '멤버가 환상적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놀기에도, 고민 상담을 하기에도 늘 좋은 멤버들이다. 아직 단톡방이 살아있다. 오스카 끝나면 공식적으로 폭파시키자고 했는데 아직 있다"라고 좋은 인연으로 만나 엄청난 성과를 얻게 해준 '기생충'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봉 감독은 현재 두 편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에 곽 대표는 "저희와 한다는 얘기도, 안 한다는 얘기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제작사를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우리 회사와 할 것 같은데...'라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말하고는 밝게 웃었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