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조병규가 '스토브리그' 이후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한층 성장했다. 수많은 선배 배우들을 만날 기회를 가지면서 그동안 배울 수 없었던 배우로서의 소통과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시청률도 높았고 한재희 역도 나름 귀여운 캐릭터 구축했으니 여러모로 윈윈이었던 시간인 셈이다.
조병규는 24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념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마지막과 올해의 시작이 '스토브리그'라서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조병규와의 일문일답.
◆'스토브리그'가 종영했다.-지난해 마지막과 올해 시작을 '스토브리그'라는 좋은 작품으로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성장할 수 있었다. 팀에서 가장 막내라서 형들 연기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현장에서 미숙한 점을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선배 배우들에게 어떤 점을 배웠나.-나는 내 얘기를 할 때 조심스러워하는데, 선배들과 제작진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걸 보며 그런 점을 배웠다.
◆한재희의 가구회사가 드림즈를 인수한다는 상상의 결말도 있었다.-감독님께 여쭤보니까 '그정도 집안은 아니다'라고 하더라. 외제차 탈 정도는 아니라고 하시던데, 내가 재벌 3세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 그래도 뭐 다행히 이제훈 선배님이 인수해주셔서 그게 맞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축구선수로 활약했던만큼, '스토브리그'를 보면서 체육인으로 공감가는 장면도 있었을텐데.-양원섭과 대학야구를 보러간 장면이 정말 좋았다. 프로팀 얘기를 하면서 대학야구를 하는 부분을 넣기 쉽지 않은데 그걸 보고 박수를 쳤다. 내 주변에도 대학 가서 축구를 계속 하다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모습에 공감을 많이 했다.
◆원래 야구를 좋아하나.-스포츠 종목에 관심이 많다. 이번 기회에 더 깊게 좋아하게 됐다. 스포츠에서 스토브리그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스토브리그'가 이렇게 잘될줄 알았나.-'스카이캐슬' 처음 했을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 '이게 많이 사랑받을까?'라는 생각. 또한 '스토브리그'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 드라마라서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첫방 나가고 '스카이캐슬'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잘하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생겼고 염려가 덜어졌다. 특히 엔딩의 남궁민 PPT 신을 보며 '숟가락을 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남궁민이 잘 이끌어줘서 좋은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남궁민은 어떤 선배였나.-배우로서 본 사람 중 가장 완벽하다. 형이 하는대로 이끌리듯 갔다. 그런 점에서 걱정이나 어려움도 없었다. 부담없이 연기를 했다.
◆박은빈과의 호흡은 어땠나.-박은빈은 만나 본 배우, 사람 중 제일 착했다. 작품 안에서 제일 선배라서 배울 점도 많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한 것 없이 일관된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 때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좋은 사람, 선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소통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이세영의 껌딱지였지만, 러브라인이 부각되진 않았는데.-많이 아쉽다. 나는 항상 표현했는데 걷어내시더라.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하면 살짝 걷어내야 드라마가 완성도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줄여나갔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드라마가 더 완성도 있게 될 수 있었던 건 스포츠 쪽에 집중하는게 맞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만족한다. 이후엔 재희와 세영은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작진이 조병규에게 금수저 캐릭터를 맡긴 이유는? -현실과 상반돼서 금수저 캐릭터를 맡긴 것 같다. 나의 재단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재희 캐릭터를 위해 더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재벌3세 역할이지만 사실 회사에선 잔심부름을 하는 말단직원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예쁜 옷, 좋은 시계 차면서 외적으로 신경쓰려고 했다. 관상은 워낙 금수저 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낙하산, 재벌3세라서 다행인 캐릭터는 네가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면서 위안을 입었다.
◆금수저 역이 내 옷처럼 꼭 맞던가?-그렇진 않더라. '스카이캐슬'에서는 천대받았다면, 이번에도 금수저 설정만 가지고 있지 말단 직원이었다. 금수저를 표현한 건 옷과 시계밖엔 없었다.
◆한재희 캐릭터를 연구하며 특별히 생각한 톤이 있나.-처음에는 '좋은 게 좋은거지' 하는 마음으로 드림즈를 생각했지만, 백승수를 만나고 나서 '우리도 바뀔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교화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드림즈를 생각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커져가는 느낌으로 연기를 이어갔다.
◆조병규가 꼽는 '재희의 최고 장면'이라면?-고세혁 팀장을 붙잡고 있던 와중에 백승수와 이세영이 다른 선수들과 계약을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직원으로서 밥값을 했다는 명분을 느낀게 그 장면이었다.
◆'스카이캐슬'과 '스토브리그' 등 두 작품이 다 잘 됐다.-2연속 잘됐다는 말이 참 좋다. 중간에 사실 몇 작품이 더 있다. 포장해주시니까 조용히 함구하겠다. 어쨌든 영광이고 기분 좋다. 다 나에게는 소중한 작품이다.
◆한재희를 제외한 '스토브리그' 최애 캐릭터가 있다면?-개인적으로 임동규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정말 입체적이었다. 처음에는 최고 빌런으로 나와서 마지막엔 시청자의 응원을 받으면서 마무리, 변화무쌍한 지점을 보여줬다. 나도 조한선처럼 멋있게 나이 먹어서 저런 역할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혼자산다'에서 17% 공약으로 번지점프를 걸었다.-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오기 쉽지 않아서 '설마 17% 나오겠어?' 싶었다. 그렇게 던졌는데 정말 17%가 넘었다. '입조심 해야한다'는 걸 느꼈다. 남궁민이 '번지점프 얘기 더 하지 마라'고 했었는데 걱정이다. 일단 나는 번지점프할 준비가 돼 있다.
◆'나혼자산다'에 우연히 출연한 윤병희와는 친해졌나.-선배님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나혼자산다' 이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포상휴가로 간 사이판에서도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친근한 형님이자 동네 이웃이 생겼다. (진솔한 이야기가 무엇이냐) 형의 육아얘기를 나눴다.
◆연인이자 동료배우 김보라는 드라마에 어떤 평가를 내렸나.-서로의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사적인 일을 제외하면 소통하지 않는다. 공적인 일은 터치하지 않는다. 우린 잘 만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업계에 있다보니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이신화 작가가 마지막회 대본에 배우들마다 편지를 썼다고.-"우리 드라마가 '오피스 스포츠 드라마'인데, 스포츠 드라마로 비춰질 수 있었던 걸 오피스라는 장르는 똑똑히 살려줘서 고마웠다. 씩씩하게 불평불만하게 살려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적어주셨다. 처음으로 대사도 좀 있고 화면에도 많이 나오다보니 내 욕심 때문에 드라마를 망치지 않을까 했는데 위로를 해주셔서 그 부분을 보며 힘이 많이 됐다. 조연출, 막내 분까지 다 써주신 걸 보면서 작가님께 경외심이 생겼다. 정말 감사했다.
◆'스토브리그'가 '과몰입 드라마'라는 걸 실감한 적은?-나는 촬영장에서 줄곧 '낙하산'이라 불렸다. 재희라고 불리지 않았다. '낙하산 대기하실게요', '낙하산 들어가실게요'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난 당당한 낙하산이라서 그 별명에 프라이드가 있다. 최근 풋살을 하러 간 자리에서도 한 분이 '낙하산이죠?'라고 물어서 맞다고 하고 재롱을 떨었다.
◆백승수 이세영이 실제 상사라면 어떨 것 같나.-둘 다 상사로서는 별로다. 남궁민이나 박은빈이 상사면 진짜 좋을 것 같지만, 백승수나 이세영이 상사면 고래 싸움에 휘말려서 내 등이 많이 터질 것 같다. 나같은 후배는 너무 좋을 것 같다. 나는 극중에서 삐쭉거리긴 해도 나름 말 잘 듣는 캐릭터였다. 부려먹긴 편할 것 같다.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있다.-첫 시작을 단역으로 시작했다. 나름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걸어오면서 중간에 힘들어서 쉬거나 나가떨어졌으면 이런 좋은 작품까지 오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내가 휴식을 스스로에게 줄 만큼의 배우는 아니라 생각한다. 아직 나이도 어리니까 더 밀어부쳐보려 한다.
◆'스토브리그' 시즌2에 대한 열망도 크다.-시즌2 정말 하고 싶다. 시즌2에서는 운영팀장으로 시작하고 싶다. 사원은 너무 힘들더라. 하하. 그래서 운영팀장으로 등장해 '선은 네가 넘었어'를 한 번 외쳐보고 싶다. 나는 아직 유리잔 던질 짬은 아니다. 백승수는 비선실세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한재희 운영팀장과 이세영 단장이 다시 백승수를 모셔오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배우들도 '스토브리그' 시즌2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다들 너무 하고 싶어한다. 적어도 한국시리즈는 우승하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냐는 반응이다. 길창주는 군대 갔다와야하지 않나. 길창주는 시즌2 시작은 자신의 군 제대로 시작되길 바라고 있다.
◆'스토브리그' 한재희 캐릭터와 조병규는 얼마나 비슷한가.-제작진 분들이 내 옛날 필모그래피를 다 봐주셨다. '스카이캐슬' 이전에 방정 떨거나 을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 모습을 원하신다고 생각해서 처음에 캐릭터 구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제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속 없이 헤헤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기하면서 어렵긴 했는데, 쉬지 않고 여러 캐릭터를 맡다보니까 시청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차기작도 많이 들어왔겠다.-그렇진 않다. 그저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보험이 생긴 것이다. 어렵지 않게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안심이 생긴다. 그렇다고 내가 한 게 없기 때문에 (드라마의 흥행에) 크게 취하고 싶진 않다. 난 내가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보조출연, 단역으로 시작하다보니 역할 하나 하나 받을 때 감사함이 있다. 나중에도 바뀌지 않으려고 채찍질 하고 있다. 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겸손함을 가지려고 한다.
◆'나 혼자 산다' 출연 계획은?-핫한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게 아니다. 연락이 오면 심사숙고해 열심히 해야하겠지만, 드라마 한 번 나가는 것보다 '나혼자' 나가는게 더 불안하다. 의도치 않게 어떤 행동이 논란이 돼 연기에 제약을 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더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늦기 전에 학원물을 더 해보고 싶다. '스카이캐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학원물을 별로 못 해봤다. 오히려 20대 후반의 역할이 많았다. 그래서 다시 교복을 입고 대중에게 젊은 조병규, 소년 조병규의 모습이 살아있음을 보여드리고 싶다.
◆작품을 하면서 배우를 넘어 사람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나.-작품하고 일 하면서 배우로서 성장 많이 했다. 인간적으로도 성숙해나가고 있다. 예전엔 내 연기, 내 태도밖에 못 봤다면, 이젠 스태프와 같이 만들어가는 법, 상대와 소통하는 법 등을 하나하나 다 배우고 있다. 인간적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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