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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패션의 성(城)을 쌓아 올린 성(姓)


우리는 '홍길동'처럼 성(last name)을 이름(first name) 보다 먼저 기재 하지만 영어는 '길동 홍'과 같이 성을 뒤에 기재하게 되어 last name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같은 속담이 있듯 한국인의 성(姓)은 특정 몇 가지로 구분된다. 영어의 성은 이름 만큼이나 다양하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직업을 성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복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Smith는 '대장장이', 파란 눈을 가진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의 Cooper는 '통 만드는 사람', 세기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의 Taylor는 '재단사'라는 직업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Baker(빵굽는 사람), Fletcher(화살 만드는 사람), Mason(벽돌로 집을 짓는 사람), Ward(경비원), Webster(직물을 짜는 사람) 등이 있다.

[사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패션 브랜드가 된 이름들, 각 사 제공 이미지]

일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만큼 조상의 직업을 본인의 성으로 물려 주는 서양 문화가 있다. 대부분 유명한 패션 브랜드는 창립자의 성을 사용한다. 이중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이 세 가지 브랜드를 살펴 보자.

첫째, C자를 옆으로 나란히 뒤집어 놓은 로고가 유명한 샤넬은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프랑스인 가브리엘 코코 사넬(Gabrielle CoCo Chanel)의 성을 사용한 것이다. 1921년에 출시된 향수 No.5 는 샘플 중 5번째 샘플을 사용하여 붙여졌으며 번호를 최초로 사용한 아이디어와 둥근 모양의 관념을 깬 사각형의 향수 병이 유명하다.

또한 세기의 여배우 마린 먼로(Marilyn Monroe)는 'What do you wear to bed?(잘 때 무엇을 입고 자는냐?)'라는 질문에 "Chanel No.5. I don’t want to say nude(샤넬 넘버 5. 아무 것도 안 입고 잔다고 말하긴 싫어요)"라고 한 인터뷰 내용으로도 유명하다.

두번째 G를 상하로 뒤집어 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구찌는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이탈리아인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의 이름의 G를 사용한 것이다. 구찌 브랜드의 대 성공은 그의 세 아들에게 이어져 자손들이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 1950년에 출시된 둥근 대나무 손잡이로 유명한 뱀부 백(Bamboo Bag)은 승마용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3시간 동안 일본산 대나무를 둥근 형태로 구부려 만든 것으로 그 당시 획기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현재까지 구찌 가방에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L자와 V자를 모노그램(Monogram: 첫 글자를 합쳐 한 글자 모양으로 도안한다는 의미)으로 디자인한 로고가 유명한 루이비통은 프랑스인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1858년 주로 둥근 모양의 여행용 가방을 휴대하기 편한 사각형 모양으로 제작하여 판매한 것이 프랜드를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그 후 프랑스 '아르누보 양식'에 영감을 얻은 다미에(Damier:프랑스어로 체크무늬라는 의미)의 사각 무늬부터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가방을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 시키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패션 아이템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착안되는 듯 하지만 그 브랜드의 전통이 세기를 걸쳐 유지되는 이유는 창립자의 자손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이름의 명성을 위해 조상, 부모, 자식을 위한 마인드로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태어나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갖게 되는 성(姓)이지만 그 성에 직업을 보여주며 수 백년 동안 새운 패션 성(城)을 자손들이 이어 받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캐슬로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들의 브랜드를 입고, 들고, 신고, 때론 뿌리 때 마다 이름을 내 걸로 만든 노력을 로고를 통해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하다.

[조수진 '조수진의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청도대원학교 국제부 영어 교사와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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