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섬뜩하다는 반응이 최고의 칭찬이었어요."
청소년 성범죄를 다뤄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임기홍은, 그야말로 섬뜩한 얼굴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얼굴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얼굴, 태연하게 아이들을 범죄의 소굴로 밀어넣는 인물. 임기홍은 '악의 끝'의 서있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10대들의 이면을 예리하게 그려내 뜨거운 반향을 이끌어냈다.
두 번을 정주행 했다는 임기홍은 "처음 봤을 때 제 위주로 봤다. 쭉 봐도 저밖에 안 봤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감독님이 의도한 것이 잘 표현됐는지 살피며 봤다. '우와' 하면서 봤다. 색다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임기홍은 2018년 '무법변호사'에서 김진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오디션이 있는 줄 알고 김진민 감독의 사무실을 간 당일, '인간수업' 대열을 맡겼다. 임기홍은 "스태프 회의를 했고, 대열의 캐릭터를 들었다. 그날 타투이스트에게 몸 사진을 보내야 한다며 상하의를 탈의했다. 휘리릭 진행됐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에서 임기홍이 맡은 대열은 지수(김동희 분)를 궁지에 몰아넣는 유흥업소 주인이자 조직 폭력배다. 살인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악한 범죄자다. 임기홍은 "악인을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면서도 "극중 큰 역할을 해야하는 인물이라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임기홍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얼굴의 조폭과는 달랐다.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어수룩한 바가지 머리에, 작은 키와 다부진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임기홍은 "덩치가 커야 한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외모적인 부담감은 없다. 심적으로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대열은 살인을 앞두고도 웃으며 서늘한 농담을 던지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더 큰 공포감을 안겼다. 임기홍은 "사람을 해치는 보통 사람"을 연기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열은 게임도 좋아하고 예능도 좋아하고 맛집도 찾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여요.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인터뷰에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잖아요. 살인자들이 '나 살인할거야'라고 써붙이고 나쁜 짓을 하진 않잖아요."
'인간수업'에서 임기홍은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다. 팔, 다리, 가슴 등 온몸 문신을 한 채 동거 중인 연인 유흥업소 마담 미정(백주희 분)과 '19금 대화'를 주고 받는다. 강렬한 '문신 비주얼'을 위해 임기홍은 무려 12시간을 타투를 했다고.
"살면서 처음으로 타투를 했어요. 타투이스트가 와서 정말 온몸 앞뒤 구석구석을 다했어요. 처음엔 5시간을 잡고 했는데 여섯시간 해도 앞면을 다 못했어요. 결국 3명이 붙어서 했는데도 12시간 30분 걸렸어요. 용과 도깨비가 그려진 뒤태는 못 보여줘서 아쉬움이 있죠(웃음). 타투는 3,4일 정도 밖에 가지 않아 촬영 할 때마다 타투했죠. 전신은 한 번 했고, 나중에는 팔다리만 했는데 기본 1시간 이상 분장 준비를 했죠."
임기홍은 대열의 강렬했던 외모 이야기가 나오자 웃지 못할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는 "(감독님이) '몸을 키우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금을 들여 P.T를 받았다. 닭가슴살을 먹으며 한 달 동안 무리해서 몸을 만들었다. 첫 촬영 전에 한 번 들렀더니 감독님이 '근육이 아니라 살을 찌우라'는 의미였다고 했다"라며 "헛고생 한 것 같아 억울했다. 운동을 끊고 다시 몸을 만들려고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잘되진 않았다"고 웃었다.
임기홍은 극중 고등학생인 지수(김동희 분)와 규리(박주현 분)을 괴롭히는 인물이다. 살해 시도를 하거나 납치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아이들을 회유해 범죄 동업자가 되기도 한다. 폭력적인 장면에 대해 "애들을 많이 괴롭혔다. 오히려 제 걱정을 하면서 '미안해하지 말고 찍어달라'고 하더라. 감탄했다"고 말했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극중 대열은 이왕철(최민수 분)과 혈투를 벌이고 죽음을 암시했다. 임기홍은 '대열의 죽음'에 대해 묻자 "직접적인 죽음은 안 나왔다. 미스터리다. 시즌2가 있어서 단정을 못 지겠다"라며 "생사초를 먹고 살았을 것 같다"고 넷플릭스 '킹덤'을 언급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제 상상으로는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 같다. 나라의 근간을 좌지우지하는 큰 윗선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열은 안 죽었을 것 같다"라며 "시즌2는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은 청소년 성매매 및 포주와 같은 자극적 범죄가 'n번방' 사건을 연상 시킨다는 반응이 많았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녹여낸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내용을 여과 없이 담아내면서 범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홍 역시 '어른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끔 됐다고 했다.
"그런 부분을 끄집어낼 수 있어서 좋았고, 한편으로는 기뻤어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걸 떠나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보여줘서 사람들에게 질문거리를 던져주잖아요. 아이들의 잘잘못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문제이고, 어른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성인들의 지금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라 좋았어요. 저도 저를 돌아볼 수 있었고요."
임기홍은 2001년 데뷔한 후 공연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연기파 배우다. 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스물일곱이던 2001년 '홍가와라' 뮤지컬을 시작으로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지금까지 30편이 넘는 뮤지컬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비밀의 숲' '무법변호사'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등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임기홍은 "좀 더 다양한 배역을 해보고 싶었다. '인간수업'에서 악인을 하며 연기 갈증을 채웠다. 더 많은 인물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너는 내 운명' 황정민처럼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거나, 자식을 사랑하는 아빠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안해본 연기가 많아요. 연기 20년차인데 키스신은 커녕 제대로 손을 잡아본 연기도 없어요.(웃음) 늘 말만 하는 캐릭터였어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아서 기대가 됩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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