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봉련이 '런 온'으로 다시 한번 신스틸러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런 언니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낸 이봉련의 탄탄한 저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던 순간이다.
이봉련은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에서 통쾌한 사이다 발언이 주특기인 박매이 역을 맡아 오미주(신세경 분)를 친언니처럼 챙기는 훈훈함으로 색다른 워맨스를 그려냈다. 또 오미주와 기선겸(임시완 분) 커플의 큐피트로도 활약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런 온'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로,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3.6%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 '런 온'을 떠나보내며 조이뉴스24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이봉련은 "지금껏 출연한 드라마 중 제가 가장 많이 나온 드라마였다"며 "재미있고 현장도 따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 "'모두가 다 다르다'는 공감, 신세경과 케미 호평 기뻐"
박매이와 오미주의 친자매 같은 케미스트리와 티키타카는 '런 온'을 재미있게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이봉련은 신세경과의 케미에 대해 "그간 '케미가 좋다'는 말을 익숙하게 들었었는데, 참여자로서 그런 평가를 들으니까 기분이 좋더라. 준비한 것을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고 촬영 하면서 맞나 망설였던 부분이 케미가 돋아나니 희열을 느끼게 되더라"라며 "세경 씨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정을 가졌더라. 사랑스럽고 편안한 동생이었다"라고 전했다.
박매이는 쿨하고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 속을 뻥 뚫어주는 대화법 역시 눈길을 모았다. 이봉련은 이런 박매이 캐릭터에 대해 "저와 닮은 지점도 있고, 정반대되는 기질도 있다"며 "현실에서 이렇게만 존재하긴 힘든 이상적인 캐릭터다. 많은 경험을 하고, 그것을 체화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 그렇지만 그것에 목매고 살지 않는다. 동생에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제가 동경하는 캐릭터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람은 모두 다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 남편과 있을 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모든 걸 다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연애를 할 때도 내 방식대로 안 되면 '왜 저래?'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와 비슷하길 원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길 강요하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이것이 공감의 큰 부분이었다"라고 '런 온'의 공감 포인트를 짚었다.
'런 온'은 이봉련이 지금껏 출연했던 드라마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드라마다. 이에 가족들도 굉장히 좋아했다고 밝힌 그는 "화사하고 예쁘게 나온다는 피드백이 반가웠다. 또 독한 말을 하기도 하고 뼈가 있는 말을 넌지시 하기도 하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진심으로 상대를 걱정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며 '이런 사람이 옆에 있겠다는 좋겠다'는 반응이 반가웠다"고 전했다.
이어 "'매이 언니 같은 존재가 내 주변에는 없는 것 같다'는 평을 본 적이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매이 언니 같은 사람이 되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본인에게도 매이 언니 같은 사람이 똑같이 생길 것으로 믿는다"라고 앞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청춘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 "극단 선배이자 남편, 나의 큰 조력자"
이봉련에게도 매이 같이 힘이 되어주는 조력자가 존재한다. 바로 남편이다. 이봉련은 2019년 10월 극단 선배 배우인 이규회와 결혼했다.
그는 "극단에서 만난 저의 가장 큰 조력자다. 저에게는 컨트롤 타워이고, 제가 어떤 것을 감당해내지 못할 때 남편의 한 마디면 끝난다"라고 전했다. 이어 "배우 일은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남편은 '내가 그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목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정작 본인은 목을 매면서 나에게는 '그러지 마'라고 한다. 그래서 같이 살 수 있다. 말을 그렇게 하고 실천까지 하는 사람이면 같이 못 살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또 이봉련은 "남편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동료이고 배우다"라고 덧붙였다.
이봉련은 '런 온' 외에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스위트홈',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영화 '국제수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세자매' 등 최근작에서 끊임없이 활약했다.
그는 이렇게 '열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누군가가 일을 하러 가듯이 저도 당연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동력"이라며 "물론 동력이 떨어질 때도 있다. 자신이 없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그 때는 다른 배우들이 하는 좋은 연기,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동력을 찾고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제가 공감할 수 있는지가 작품 선택시 가장 중요하다. 제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봤더니 천천히 잘 밟아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났고,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 동료들 덕분에 버텼던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필모그래피를 봤더니 허튼 짓, 딴 생각 안 하고 10년 넘게 이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 쌓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봉련의 배우로서의 장점은 다채로우면서도 마치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을 완성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다. 그는 "대중들이 바라보는 저는 익숙함과 아직 잘 모르는 생경함이 공존한다"며 "제가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쌍꺼풀 수술할거냐. 그거 할 거면 하지 마라'고 하셨다. 물론 무서워서 할 마음도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내 얼굴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더라. 내 주변에 스쳤을 것 같은 사람과 맞닿아 있고, 이걸 장점으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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