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의 남지현과 박지영 모녀가 건강한 홀로서기를 선택하며 "돌아가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를 남겼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2021의 첫 번째 작품인 2부작 드라마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연출 장지연, 극본 최이소) 최종회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 강수지(남지현)와 강경혜(박지영)의 마지막 여정이 그려졌다.
캠핑장에서부터 모녀를 도왔던 노정열(문상훈)은 축의금을 노리고 접근했고,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와준 건 다름아닌 구성찬(김범수)의 친모 구숙청(서정연)이었다. 직접 키우지는 못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찬을 지켜봤던 그녀는 결혼식에서 아들이 도망간 이후 계속 모녀의 뒤를 지켰다. 그리고는 성찬이 머물고 있을 것이라 추측되는 장소를 알려줬다.
수지와 경혜는 이번 여정을 통해 죽을 듯이 싸웠지만, 그로 인해 어느새 한층 더 가까워졌다. 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수지는 보란듯이 성찬이와 결혼해서 잘 살고 싶었는데 엉망이 됐다. 여행 내내 그런 딸이 못마땅한 것처럼 보였던 경혜는 사실 누구보다 수지를 걱정했다. 그리고 성찬을 찾아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지는 그토록 애타게 찾던 성찬에게 이별을 고해 충격을 안겼다.
성찬이 결혼식 장에서 도망쳤던 이유는 "결혼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가족이란 걸 가져본 적 없기에 더 무서웠다는 것. 성찬의 해명은 수지에게 상처만 남겼다. 또한, 그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단지 엄마에게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선택한 건 옳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 동안 엄마가 정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로 결심했다. 수지의 결정은 홀로서기였다.
경혜는 억장이 무너졌다. 수지가 말하지 않았지만, 딸의 뱃속에 생명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딸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랐는데, 수지까지 미혼모를 만들 수는 없었다. 이에 "그냥 여기서 같이 죽자"며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엄마에게 수지는 죽어도 아이를 지키겠다고 외쳤다. 경혜는 차를 멈춰 세웠다. 딸이 끝까지 하고 싶다고 한 건 처음이었다.
경혜는 30년 전, 자신을 도와줬던 기호(남미정)의 민박집으로 수지를 데려갔다. 기호는 먹고 살 돈도 없고, 먹고 살 이유도 없어 뱃속의 수지를 없애려던 경혜에게 보금자리와 일거리를 제공했다. 그 덕에 먹고 살 돈이 생겼고, 먹고 살 이유였던 딸을 지킬 수 있었다. 이후 혼자서 수지를 키우며 울 일도 많고, 후회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곳을 떠올렸다. 그래서 딸 수지 역시 그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박집에 데려왔다.
끊임없이 경로를 이탈했던 수지의 여행은 마침내 끝이 났고, 길에서 만난 모든 순간들이 다음 길을 떠날 힘이 됐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돌아온 경혜는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았고, 수지에겐 보너스 복덩이가 생겼다. 독립출판사를 차려 책도 냈다. 하지만 500부 중 팔린 건 고작 40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수지는 두렵지 않았다. 또 길을 잃어도 "어떤 길이어도 헤쳐나갈 준비가 돼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장지연 감독, 박지영과 남지현은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누구든 인생에서 한 번쯤 익숙한 것들을 뒤로하고 혼자 나아갈 시기가 찾아온다. 시청자들에게도 '잘 할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던 장지연 감독, "경로를 이탈해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엔 목적지엔 다다른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는 박지영, "엄마, 열심히 살아줘서 정말 고맙고, 그것에 힘을 얻어 나도 열심히 스스로 살아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던 남지현.
이러한 바람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었다. 경로를 이탈한 모녀 수지와 경혜의 여행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됐고, 다시 찾아간 일상에선 각자의 자리에서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가 기분 좋은 잔상을 남겼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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