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새 역사를 썼다. 56년 배우 인생의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각) 오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을 제치고 당당히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 것.
'미나리'는 낯선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1세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의 가족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카데미에 앞서 미국 배우 조합상(SAG)과 영국 영화 TV예술 아카데미(BAFTA)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에서 38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에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실제로 수상 직전에는 예측 사이트, 평론가 투표, 미국 현지 언론에서 유력한 수상자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아시아 배우로는 2번째 수상이기도 하다. 1957년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64년 만의 새 기록이다.
윤여정은 시상식 전 진행된 미국 연예매체 E뉴스와의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당연히 우리는 무척 흥분되지만,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매 인터뷰마다 재치 넘치는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는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역시 여유와 위트가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브래드 피트에게 "마침내 만나서 반갑다.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내 이름은 요정, 야정이 아니라 여정"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미국 영화인들의 말을 수정하더니 "하지만 잘못 불렀어도 오늘 용서해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돼 믿을 수가 없다. 나에게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한 뒤 '미나리' 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후보에 오른 이들도 언급한 윤여정은 두 아들과 자신의 첫 번째 영화인 '화녀' 연출자인 故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명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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