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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례적으로 LA에 위치한 기차역 유니언 역(Los Angeles Union Station)과 돌비 극장(Dolby Theater) 이 두 곳을 병행하며 개최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기차역을 오래된 극장처럼 연출하였으며, 가고 싶을 때 마다 쉽게 가는 극장을 동네에 있는 기차역으로 연출한 기획자의 의도가 느껴져 어느 해 보다 특별한 시상식이였다.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박수 갈채와 멋진 의상에 마스크 벗은 배우들의 모습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또한 여느 시상식과 같이 레드카펫(red carpet)에서 배우들의 사전 촬영이 있었다.

공식 행사에서 귀빈을 환영하는 뜻으로 귀빈이 지나가는 통로에 깔아놓는 붉은 융단은 귀빈에게 맨땅을 밟지 않게 하겠다는 극진한 환영과 영접의 뜻을 담고 있으며 이 빨간색은 권위를 상징해 귀족과 왕실에서만 사용한 유래를 지닌다. 또한 중세시대 염색 공장에서 가장 비싼 색이 빨간색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레드카펫은 'Give someone red carpet treatment(누구를 극진히 대접하다)'와 같은 사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배우 윤여정이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LA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의 단아하고 심플한 아카데미 드레스룩.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
배우 윤여정이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LA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의 단아하고 심플한 아카데미 드레스룩.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듯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84세인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에게 돌아 갔다. 74세의 나이로 101년의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은 마마르 할림(Marmar Halim)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으며 쇼파드 오뜨(Chopard Haute)주얼리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의 검은색 클러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구두를 신었으며 그레이 색의 헤어는 우아한 드레스와 매우 잘 어울렸다.

언제나 그랬듯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역시 그녀다운 영어로 모두를 감동 시켰다. 소탈한 영어, 짧고 간결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동시에 늘 유머를 잃지 않는 그녀의 영어는 많은 인터뷰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었기에,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시상자로 등장한 ‘미나리’를 제작한 브래드 피트(Brad Pitt)에게 “드디어 우리가 만났네요.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어요?"라는 농담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하였다.

함께 후보로 지명된 글렌 클로스(Glenn Close)에 대한 배우로서의 찬사를 “I don't believe in competition. How can I win over Glenn Close? I've been watching her so many performances.”(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배우를 이길 수 있겠어요? 저는 그녀의 수많은 작품을 다 봤어요. All of us played different roles. We cannot compete with each other. Maybe I am luckier than you.”(저희 다섯 명 모두 다른 역할을 했는데 서로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러분 보다 약간 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웃음을 자아 냈으며, 할머니이자 엄마인 ‘순자’ 역을 대변하듯 두 명의 아들에 대한 감사함은 그녀답게 전했다. “I like to thank to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 So this is a result because mommy works so hard.”(저를 나가서 일하게 만들어준 두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그래서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결과에요.) )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 냈다.

영화의 제목들을 보면 스토리가 예상되는 게 있는 반면, 제목에서 언급 된 것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안소니 홉킨스의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에는 '양'이 등장 하지 않으며, 브래드 피트 주연의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1994)' 또한 가을과 관련된 메시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양들의 침묵'은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형사 역인 조디 포스터가 꿈을 꾸고 "꿈속에서 보인 양들이 울고 있었지만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대사를 하며 살해되는 희생자들을 '양'에 비유한 것이다. 한 가문이 몰락(fall)하는 이야기를 다룬 '가을의 전설'은 'fall'을 '가을'로 오역한 실수가 오히려 의문점을 자아낸 영화다.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미나리는 영어로 ‘water parsley’라는 단어가 있지만 한국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영화 속에서 실제로 두 번 정도 등장 한다. 할머니 순자가 손자 데이빗을 데리고 미나리를 보여 주며 “미나리 원더플”(Minari is wonderful)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물을 찾아 다니며 농사를 지으려다 실패한 제이콥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알아서 잘 자라네”(It’s growing well on its own.)라고 말한다.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던 4월25일은 작년에 이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의 모든 것이야 말로 ‘원더플'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뜻 깊은 날이다.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정명화 기자(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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