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최대훈이 '괴물'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최대훈은 최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에서 이동식(신하균 분)의 죽마고우이자 문주시 시의원 도해원(길혜연 분)의 아들, 문주 경찰서 수사 지원팀 박정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괴물'은 21년 전 만양에서 벌어진 '이유연 사망 사건'을 둘러싼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추적을 담은 스릴러 드라마로, 박정제는 이유연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다.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말과 행동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폭시켰다. 최대훈은 캐릭터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고 심도 깊은 연기로 표현해냈다.
2002년 개봉된 단편 영화 '자반고등어'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와 연극 등에서 활약해온 최대훈은 2007년 KBS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각시탈', '육룡이 나르샤', '의문의 일승', '무법 변호사', '흉부외과', '자백', '사랑의 불시착', '악의 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최대훈은 '괴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며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극찬을 얻었다. 이에 최대훈은 오는 5월 13일 진행되는 '제 57회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최대훈은 '괴물'과 박정제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동시에 배우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 작품과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는데, 감회가 어떠한가.
"현실감이 떨어진다. 꿈만 같고 행복하다. 보내기 싫지만 보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를 실감하는지, 주변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SNS를 안해서 큰 실감은 못했는데 아내(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장윤서)가 잘해준다. 여섯 살인 딸 아이도 '아빠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준다.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은인이라고 생각한 연출님이 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잘 봤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박정제는 의중을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 많은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는데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기억이 없는 인물은 연기 시작하고 처음 맡아본다. 직접 경험을 했던 일이면 멋지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역할을 맡았을 때 어려움을 느껴 탐구와 연구를 한다. 그럼에도 정제는 어려웠다. 이 작품 안에서 연기를 해서 좋지만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지더라. 이건 개인적인 애로사항이다. 유약한 인물이고, 해리성 기억상실을 앓고 있는데 그 부분을 얼마나 표현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했다."
- '괴물'은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박정제는 엄마로 인해 괴물이 되어 버린 인물인데, 그의 괴물적인 면모는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악한 마음을 가지거나 계획된 이기심 보다는 무지함, 나약함, 아픔들로 인한 것이라 생각했다. 의도를 가진 사람과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공존하는데, 정제는 후자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괴물'은 '연기 괴물'이 많았던 드라마로도 평가가 되는데, 그 안에 속한 소감은?
"정말 연기 괴물들이 가득했다. 촬영 할 때 고양이가 지나갔는데 고양이마저도 연기를 하더라. 잠시 등장하는 분들까지도 잘하셔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개인적인 애로사항에 대해 심나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부분이 있나.
"수위 조절에 대해서 현장에서 많이 물어봤다. 저 뿐만 아니라 얼마만큼의 의도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했다. 뭔가 표현을 했을 때 그 의견을 짓누르지 않고 위축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잘 리드해주셨다. 그런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을 많이 믿어주신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 동식과 정제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하다 싶은 우정 관계를 이어왔고, 사건 발생 후에도 이는 변함이 없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했나. 또 신하균 배우와 대화를 나눈 부분이 있나.
"작가님이 촬영 전에 모든 배우들에게 그 캐릭터가 살아온 모습, 키, 몸무게, 생일에 사진까지 붙여서 자료를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그 자료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말로만 그 캐릭터 소개를 받았는데 이렇게 몇 페이지나 되는 자료를 받은 건 처음이다. 큰 도움, 힘이 됐다. 거기에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았던 동식과의 관계가 있었다. 기가 약하고 순한 아버지, 탐욕스럽고 기가 강한 어머니, 아버지를 가엽다고 느끼는 정제. 조금은 삐뚤어진 모성애에 눌려서 성장하다 보니 어느 누구와 눈도 마주치기 힘든 소심한 성격을 가졌다. 그 때 동식이 정제 앞에 나타난다. 괴롭히는 누군가로부터 수호해주고, 세상으로 데려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의 기능이 되어 주지 않았나 해석했다. 하균 형도 그런 전사를 알고 있었을거다.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그냥 부딪혔다. 친구 대하듯이 해주셨다. 특별하게 심도 깊은 대화를 장면 안에서 주셨던 것 같고, 그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렇게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다. 저 또한 '정제는 왜 그런 거지?'라는 질문을 계속 하면서 동생으로서 잘 따라갔다. 정말 좋은 형을 만나게 된 것 같다."
- 어려운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뿌듯함이 클 것 같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이 있다면?
"맞다. 사람이 에너지를 쏟은 만큼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만족이 두 배 이상으로 큰 것 같다. 다들 좋게 얘기를 해주시니까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저 스스로는 대부분이 다 아쉽다.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겸손하려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만족스러웠던 장면을 고르기 어렵고 다 아쉽다."
- 그렇다면 '괴물' 속 명장면을 꼽는다면?
"동식이 유연이를 찾았을 때 눈시울이 많이 뜨거워졌다.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배우로서 탐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싶더라. 또 소장님(천호진 분) 돌아가셨을 때도 마음이 아렸다. 대본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한기환(최진호 분)이 범인으로 드러날 때였다. 한기환이 유연을 친 사람이라는 걸 못 들었다. 모른 채로 연기를 하는 것이 극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는 걸로 합의를 했었다. 앞 장면들과는 또 다른 질감의 충격이었다."
- 전체 스토리를 모르고 연기 할 때의 장단점이 각각 있을 것 같다.
"장점은 그걸 마주했을 때 생동감, 살아있음의 함유량이 있다. 단점은 미흡한 준비가 될 수 있다. 공연이나 영화는 전체를 다 보고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는 대본을 뒤늦게 받아보고 변화도 생긴다. 거기에 대해 '어렵다', '끝을 알고 하면 좋을 텐데'라고 토로했을 때 '순간에 충실해. 니가 할 일은 그거야'라는 얘기를 듣고 당연한 말임에도 깨달음을 얻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 현장이 배움의 터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거나 놀랐던 장면들이 있나.
"이규회 선배님은 대학로에서 이미 알고 있던 사이다. 또 제 친구의 남편이기도 하다. 인연과 기회가 없었던 것이지 형님은 이미 대중 앞에 서고 계셨고 더 많은 대중 앞에 나와도 손색이 없는 분인 걸 알고 있었다.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던 배우 중 한 명이다. '괴물' 속 배우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고 순간순간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면서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화면만 봐도 감탄을 했다. 신록 배우도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시원시원하게 연기한다.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보고 저 또한 자신감을 얻었다. 여진구 선배님의 나이를 넘어서는 당당함, 신하균 형의 살아있음과 탄탄함, 길혜연 선배님의 관록에서 나오는 노련함. 이런 모든 부분이 놀라웠다. 촬영 나갔다 오면 '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 도해원이 과거의 학대를 언급하면서 '엄마 이제 안 할 것'이라고 말하던 장면 역시 충격이 컸는데, 연기할 때 감정은 어떠했나.
"길혜연 선배님이 워낙 잘 주셔서 제가 뭘 하기보다 충격을 받으면 됐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눈빛과 낮지만 조곤조곤 파고드는 목소리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41세로 되어 있는데 진짜 울고 싶었다. 동식이를 의지하지만 어머니에게 길들여져 있고, 그 끈을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틱틱거리고 '그만해라',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고 하지만 동식이와 엄마 없는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존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저는 방송을 보면서 제가 좀 더 잘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 계속 아쉬웠다고 얘기하지만, 이번에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갈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호평을 받았다. 후보가 된 소감도 궁금하다.
"안 믿긴다. 현장에 가봐야지 느껴질 것 같다. 후보가 너무 쟁쟁하다. 다들 잘하시고 모두가 다 수상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 사이에 낀 것만으로도 우리 집은 경사 분위기다. 어머니를 비롯해 아내, 장모님이 정말 많이 좋아하시고, 그 분들을 보니 행복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뜨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계기로 삼고 차분하게 잘 걸어가고 싶다. 정말 행복하고 꿈같다."
- 현실 부모이기 때문에 더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괴물' 촬영 후 달라진 점들이 있나.
"얼마 전에 아내와 얘기를 했다. 딸에게 조금 더 맛있고 따뜻하고 좋은 것들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의도가 상대에게도 행복한 건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얼마 전에 유치원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이걸 왜 하냐'고 물으니 '이거 하면 엄마, 아빠가 좋아하니까'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일화처럼 진짜 그 존재를 위한 노력, 지원이 뭔지에 대해 아내와 상의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좀 더 예민하고 기민하게 무엇이 좋고 옳은 삶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굉장히 자상한 아빠인 것 같다.
"원래 애기를 좋아한다. 같이 놀다 보면 치유 받는 시간이 되게 많다. 많이 느끼고 배운다. 자상한 아빠인지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만, 되도록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아버지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사춘기도 올 테고. 돌아오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딸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 혹시 극 캐릭터에 실제 생활 영향을 받으시는 편이신가. 아니면 분리를 명확히 하려고 하나.
"예전에는 많이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제는 받는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오면 집안에 알게 모르게 그런 기운이 커진다.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즐거운 역할을 할 때는 그 기운을 가져와도 되지만 안 좋은 기운을 집에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며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집 번호키를 누를 때 얼굴 표정을 좋게 풀었던 기억이 난다. 분리해야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웠다. 집에서 일상 말투를 하다가 밖에서 다르게 써야 할 때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 이번 '괴물'은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정제 같은 역할은 처음이었다. 처음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괴물' 같은 장르를 더 해보고 싶다. 제가 스릴러, 느와르 장르의 작품을 많이 못 해봤는데 앞으로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 되고 싶나.
"누구에게라도 배우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것이 배우였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연극학과 들어가서 '무슨 공부해?', '직업이 뭐야?'라는 질문을 했을 때 배우라고 말을 못했다.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제 직업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감추지 않고 배우, 연기자라고 하고 싶다. 최대훈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저 사람 나오는 건 재미있어', '봐야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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