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매회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세 번째 시즌이 시작했다. 이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시작한 '펜트하우스3'는 첫 방송에서부터 전국 평균 시청률 19.5%, 순간 최고 시청률 21.9%를 기록,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수많은 패러디와 인기를 탄생시킨 김순옥 작가가 시즌3의 키워드를 공개, 기대를 높였다.
SBS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다. 매회 예상치 못한 전개로 충격과 신선함을 선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드라마는 불륜, 치정 소재에 학구열과 부동산 투기 문제, 학교 폭력 등을 더해 작품에 빠져들게끔 했다. 그가 다룬 소재들은 드라마 인기를 힘입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김순옥 작가는 시즌1, 2에서 가장 큰 내용을 차지했던 학교 폭력과 부동산 투기 문제 등을 다룬 이유에 "아이들의 입시를 치렀고,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가까이서 접했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담합하는 모습을 봤고, 몇 해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값이 두 배가 되면서 괜한 상실감에 우울하기도 했다. 내 몫이 아니라고 담담해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학교 폭력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저도 놀랐다. 시즌 1에서는 학교 폭력 문제가 보기 불편하다며 드라마를 중단시켜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나오고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시즌 2에서는 오히려 같이 마음 아파해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 용기도 얻었다. 다소 불편하지만, 가정폭력, 불공정한 교육, 부동산 문제의 폐해를 조금이나마 건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펜트하우스' 이야기의 중심이자 시발점인 민설아가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시즌 1에 등장한다. 이는 자극적인 연출과 수위 문제로 시청자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김순옥 작가는 드라마 방영 금지 요청이 국민청원에 올랐던 일이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고백하며 민설아를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집필 중 가장 힘들었을 때가 국민청원에 올랐던 것이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민설아'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환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괴롭히고, 언어폭력을 가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줬을 거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다. 극 중의 제니(진지희 분)처럼 때론 가해자가 될 수도, 때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지난 시즌 2에서는 '인과응보'를 강조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은 극의 말미 벌을 받아 죗값을 치렀다. 특히 심수련(이지아 분)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주단태(엄기준 분)는 가장 큰 벌을 받기도 했다.
"시즌 1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시즌 2는 '죄에 대한 인과응보'가 포인트였다. '어떤 인간의 욕망도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끝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라는 작의처럼, 한 칸을 가진 사람이든 아흔아홉 칸을 가진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결핍 때문에 불행하고 그 불행함 때문에 계속 죄를 짓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집이 열 채인 사람은 집을 열한 채 사지 못해서 억울하고, 백 명한테 사랑받는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불행한 거 같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장면으로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는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는 이상 깊었던 장면으로 주단태를 비롯한 헤라펠리스의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장면들을 꼽았다.
"시즌 1에서는 감독님께서 잘 빚어주신 덕에 대본보다 좋은 신들이 많이 나와서 참 감사하다. 특히 20회에서 헤라 클럽 사람들이 봉고차에서 탈출하여 똥물을 헤엄쳐 건너는 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마리(신은경 분)의 내레이션에서는 헤라팰리스의 환상적인 파티를 언급하는데, 실제 화면에서는 살겠다고 똥물로 뛰어들어 서로 먼저 가겠다며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 대비되게 잘 표현되었고, 시청자들도 첫 번째 응징에 희열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으면 시즌 2의 비극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시즌 2에서는 변하지 않는 인간들을 향한 두 번째 응징이 펼쳐지는데, 심수련이 나애교로 분해서 주단태 차에 치이는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 자신은 별장 지하에 갇혀 있다가 경찰들에게 '오늘이 며칠인가요?' 묻는 장면을 가장 재밌게 썼던 기억이 난다. 엄청 생각이 안 나서 힘들었던 시기에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넘어 유행으로 자리 잡자 '마라맛 스토리', '저세상 속도 전개', '불패신화', '순옥적 허용' 등 많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러한 말들에는 익숙한 드라마의 전개와는 거리가 있으며 죽었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있다. 이와 같은 시청자의 반응에 김순옥 작가는 개연성 부족임을 인정했다.
"'순옥적 허용'은 아마도 개연성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말이지 않나. 인정한다. 드라마가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부활절 특집'이냐는 말도 들었다 (하하하). 한 번은 게임회사에서 광고 제의도 왔었다. 아마도 '절대 죽지 않고 반드시 살아나는' 설정이 게임 캐릭터로 딱 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고쳐야지!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또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 부족한 드라마를 감싸주고 변호해 주기 위해 시청자들께서 만들어주신 신조어들이라 모두 너무 감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있는 '펜트하우스'를 집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김순옥 작가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끔찍한 신이 나오면 많이 걱정됐다. 인간의 극한 감정과 사건을 다루다 보니 잔인한 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최소한으로 억제한다고 했지만 보기 불편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많이 신경이 쓰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면들을 잘 살려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우리 배우들은 정말, 선물 같은 존재들이었다. 연기로 개연성을 만들고,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대본에 충실해서 그 감정에 이입하려고 최선을 다해주었다. 대본을 믿고 따라주었다. 아마도 그 신뢰는 술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하하). 초반에 캐스팅하고 자연스러운 술자리를 통해 '서로 믿고 가자!'라는 동지애가 생긴 듯하다. 그 후엔 코로나 때문에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게 제일 서운하다. 시즌 1, 2 쫑파티도 못 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나중에라도 다 같이 뭉쳐서 거하게 제가 쏠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윤희 역을 맡은 유진에게 가장 감사함을 표했다. 시즌 1에서 민설아를 죽인 범인으로 드러나면서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악성 댓글을 받기도 했기 때문. 그는 "어떻게 하면 가장 오윤희다울까만 고민하면서 대본에 집중했다"라고 털어놨다.
"유진에게 이 기회를 빌려서 감사함을 전한다. 시즌 1에서 민설아를 죽인 살인자가 되면서 많은 욕을 먹고, 본체 또한 '멘붕'이 왔을 터인데, 한 번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았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 선하고 예쁜 얼굴로 잘 소화해주어서 감사할 뿐이다."
기성 배우뿐만 아니라 하도권, 김로사, 김동규, 김도현, 김영대, 한지현, 최예빈, 이태빈 등 신인 혹은 그간 주목받지 못한 배우들도 '펜트하우스'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김순옥 작가는 "그분들이 일궈낸 것"이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또한 시즌 2 첫 회에서 사망한 김로사 배우에게 미안한 마음도 함께 덧붙였다.
"배우는 현장을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 현장에서 대본에 숨을 입히고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장 로건리 같은 박은석, 가장 마두기 같은 하도권, 가장 양집사 같은 김로사, 가장 주석훈 같은 김영대를 기대했다. 다행히도 젊은 배우들이 선배들과 직접 호흡하면서 때론 배우고 때론 경쟁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잘 성장시킨 거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최고의 배우가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 세 명의 비서님들이 이번 시즌 3 스페셜 '히든룸'의 문을 열어주고, 끼를 맘껏 발산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김로사 배우님 미워하지 않는다. 정말 사랑한다.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지만, 존경하고 진짜 팬이 됐다. 늘 응원한다."
'펜트하우스'가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추측 글이 쇄도했다. 그중에서는 극 중 주단태의 이름이 '단테의 신곡'의 단테파 주피터(제우스)를 모티브로 따와서 만든 이름이라는 의견, 배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의견 등이 있다.
"캐릭터 이름은 보조작가들과 회의하면서 지었다. '배로나'는 오페라 축제가 떠오르는 이탈리아 도시 이름을 따왔고, '주단태'라는 이름은 딱히 제우스를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가장 강렬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름으로 지었다. 제일 먼저 지은 이름은 '오윤희'인데, 누구나 주변에 한 사람쯤 알고 있을 법한 흔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사실 극 중 이름 짓는 게 참 어렵다. 그쪽엔 재능이 없는 편인데, 이번엔 운이 좋게도 이름들이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해서 다행이다."
잠시 휴식기를 거친 뒤 지난 4일 첫 방송 된 '펜트하우스3'에서는 시즌 2에 이어 구치소에서 생활을 보내고 있던 천서진(김소연), 주단태, 강마리, 이규진(봉태규 분), 하윤철(윤종훈 분), 고상아(윤주희 분) 등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지난 시즌2 마지막 회에 사망한 로건리(박은석 분)의 진범이 주단태였으며 그는 자신의 죄를 모두 로건리에게 떠넘겨 구치소에서 나왔다. 모두가 기다린 만큼 첫 성적 역시 그간의 성적을 모두 갈아치우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순옥 작가는 이 모든 일이 "꿈 같은 일"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꿈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시작할 때 너무 많이 욕을 먹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할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얼떨떨하다. '언니는 살아있다' 최종회가 24% 나왔을 때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했었다. 앞으로는 내 드라마에서 이 시청률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그런데 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려고 한 이야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기회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펜트하우스3'는 파멸로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김순옥 작가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계속 궁금증이 남는 작품이 됐으면 바란다고 밝혔다.
"시즌 3의 주제는 '파멸'이다. 인간이 죄를 짓고, 온 세상이 다 무너져버리는. 그러나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고, 무너진 돌 틈 사이에서 새싹이 태어나겠지. '천서진이 평생 어떻게 살아갈지 계속 보고싶다'고 한 시청자의 댓글이 생각난다. 작가로서 참 감사한 글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모든 캐릭터가 어떻게 살지 궁금해해 주신다면,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이 될 거 같다. 저도 어릴 때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극 중 인물들을 떠올리며 행복해지길 바라고, 꿈에서조차 교류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지금 사는 집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저는 진짜 머리 아파서 펜트하우스에서 하루도 못 살 거 같다."
끝으로 김순옥 작가는 시청자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배우들과 작가, 연출, 스태프 모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떤 결말로 인물들이 최후를 맞게 될지 지켜봐 달라. 여러분이 추리한 모든 것이 맞을 수도, 하나도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결말이 여러분을 잠시라도 짜릿하게 해주길 소망한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는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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