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거구의 몸과 위협적인 눈빛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약자 앞에서 강하나, 벼랑 끝에 몰리자 내면의 나약함을 보인다. '오징어게임' 속 빌런 덕수, 허성태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허성태는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출연 소감과 작품 비하인드 등을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17일 공개 이후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허성태는 "인생에서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제 인생에서 벌어질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리둥절하다. 체질상 이런 것을 못 즐기는 상황인데 겁도 나고, 더 조심하려고 한다.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주변분들이 '즐겨도 된다'고 한다. 유해진 선배님도 전화와서 '지금을 즐겨라'고 말씀해줬다. 인스타 팔로워수를 보면서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고 웃었다.
작품의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오징어게임'은 다소 잔인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이 잔인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고 있다. 개개인의 드라마가 있고, 가족들과 내 주변을 위해서 희생하면서 살아간다.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라고 짚었다.
'오징어게임'으로 허성태는 글로벌 빌런이 됐다. 허성태가 연기한 덕수는 조직의 돈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우연한 기회에 접한 '오징어 게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인물이다. 상금에 눈이 멀어 폭력 등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며 판을 무력으로 장악하는가 하면, 자신의 죽음이 눈 앞에 보이는 극한 상황에 처해지자 목숨을 구걸한다.
허성태는 "덕수는 최초에 없는 인물이었다"라며 "긴장감도 주고 강하고 센 캐릭터다. 목숨을 잃게 되는 순간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치졸함과 비열함, 소극적인 모습이 다 있는 인물이라 많이 애착이 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악역을 많이 연기해왔던 그는 "'남한산성' 때부터 (황동혁) 감독님과 알고 지냈으니, 제 본모습을 잘안다.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 소심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그런 것을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줘서 살려보자고 했다. 달고나 할 때 총소리에 깜짝 놀란다든가, 생명에 위협이 있을 때 비굴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해왔다"라고 말했다.
허성태는 얼굴부터 어깨까지 이어지는 타투와 체중 20kg 증량을 통해 덕수 캐릭터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완성했다.
허성태는 "작년 초에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작품들이 연기돼 5개월 정도 쉬었다. 살이나 뺄까 싶어 73kg까지 감량했다. 감독님이 '덕수는 마동석까진 아니어도 덩치가 있어야 한다. '오징어게임'에선 센 캐릭터인데 어좁이다'고 놀렸다. 그래서 한 달 반 가량을 15~17kg 벌크업 했다. 제 인생에서 짧은 시간에 몸을 키운 적이 처음이다"라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악역 역시 기존에 해왔던 연기대로 하려고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황동혁 감독의 주문이기도 했다.
허성태는 "감독님이'성태 씨가 잘하는걸 해달라'고 했다. 한국에서만 방영되는 컨텐츠였다면, 새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을 거다. 고민의 결과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첫 작품이라, 제가 예전에 했던 연기나 호흡법이라 할지라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극중 한미녀 역을 맡은 배우 김주령과 수위 높은 화장실 베드신도 화제가 됐다.
허성태는 "어려운 신이 많았다. 욕도 쓰고 부딪히기도 했다. 김주령 배우는 연약하고 말랐다. 부딪히는 신이 많아서 제가 걱정하면서, 케어하면서 찍었다. 강한 신들마다 자연스럽게 잘 넘어갔다.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잘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을 자신있게 인생작이라고 표현한 허성태는 "너무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인생이 없을 것 같다"고 활짝 미소 지었다.
허성태는 '오징어게임'으로 주목 받으며, 그동안의 배우 인생이 조명되기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연봉 7000만 원을 받는 회사원으로 일했지만, 지난 2011년 SBS 예능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허성태는 영화 '밀정'에 출연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고 영화 '말모이' '창궐' '범죄도시' '터널'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늦깍이 대세 배우'가 됐다.
결은 다르지만, 허성태의 배우 여정 역시 처절함과 함께 했다.
허성태는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도 스테이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떨어져서 고향으로 가야 했다. 처절함이 있었다"라고 돌이켰다. 그는 "준비할 때 채찍을 가하는 스타일이고,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에 가서 불안해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서 그만 하라고 할 정도로 대사를 계속 한다든지 불안해하는 성격이 있다. 강박관념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허성태는 영화 '야행'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에도 출연한다.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출연도 앞두고 있다.
허성태는 "다양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어 다행이다"라며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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