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 류승룡이 일상 로맨스로 돌아왔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한발짝 성장하는 현으로 분해 스스로도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7년째 글을 못 쓰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이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인생도 꼬여가는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담은 작품.
극 중 김현은 전 부인 미애(오나라 분)와 이혼하고 재혼을 해 두 번째 결혼 생활 중이다. 현 아내는 아이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지만 7년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중 현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 분)을 만난다. 유진의 습작을 우연히 접하고 고심 끝에 그에게 공동 집필을 제안한다.
현을 중심으로 전처 미애와 그의 친구이자 미애의 숨겨둔 남친 순모(김희원 분), 미애와 자신의 사이에서 나온 아들 성경(성유빈 분) 등의 관계가 구성돼 있다. 복잡다난한 이들의 관계를 통해서 현은 자신의 일로, 타인의 일을 보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조이뉴스24와 만난 류승룡은 자신도 현을 통해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 "조은지 감독이 건넨 시나리오, 너무 매력적이었죠
류승룡은 조은지 감독과 전작 '표적', '개인의 취향'에서 배우로 호흡한 바 있다. 평소에도 절친한 관계였지만, 친분을 떠나 그가 건넨 '장르만 로맨스'의 시나리오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조은지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연출이었으나 그의 첫 연출작인 단편영화를 보고선 믿음이 생겼다.
"친분과 무관하게 오로지 시나리오만으로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단편을 보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작품을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극에 참여하게 됐다. '장르만 로맨스'는 한 장르로 명명하기엔 너무나 많고 진짜 우리 인생이 담겨있다. 인생을 '재밌다', '아프다' 등 한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지 않나.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말 그대로 장르만 로맨스이고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 담겨있다. 모든 인물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설렘을 느끼고 아픔과 시련을 겪고 성장한다. 상황만 극단적이지 않을 뿐이지 모든 것들을 담았다.
"극에서 등장하는 모두에게 아픔이 있고 잘하려고 했던 게 잘 안 되고 슬럼프를 겪고 상황들이 풀리지 않는다. 잘하려고 하는데 오해가 되는 것들이 인생하고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또 상처를 주지 않나. 이런 것들이 인생의 모습들을 잘 투영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극의 중심에 있는 김현은 모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지만 온전히 마음 붙일 곳은 없다. 아이를 위해서 해외로 가족을 보내 혼자 생활하고 있고 글은 써지지 않는데 마감엔 계속 쫓기고 있다. 류승룡은 그런 김현을 보면서 '이 친구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저도 어느덧 아들로서, 사위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배우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다보니 김현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힘들 때 어떻게 위로를 받았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타적인 삶을 살다보니 그런 부분들에서 김현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사실 김현은 어떤 인생에 투영을 해도 인생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 같다."
자신과 닮은 인물이지만 평범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극, 코믹, 스릴러, 휴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였지만 평범 자체를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인생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 지질하고 비호감이지만 힘을 얻는 순간에는 응원을 얻어야 하고 밉지 않아야 핟다. 그런 것들이 해소되는 순간이 있어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진정한 마음들, 진심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
◆현과 함께 성장한 류승룡, "인간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죠"
현의 아들 성경은 이웃집 누나 정원(이유영 분)을 짝사랑한다. 기혼자임에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한 성경은 그에게 급속도로 빠지고 결국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것을 깨닫고 큰 시련을 겪는다. 현은 그런 아들을 보며 "아프겠다"라고 말하며 위로해준다.
"현이 아들에게 해준 '아프겠다'라는 대사가 아들과 저 모두에게 성장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유진도 아프겠다, 얘도 아팠겠다'하면서 서로에게 나눠준 장면인 것 같다. 조은지 감독님이 의도를 담아서 설정을 하신 것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인간 관계에 대해서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과 여러 일을 통해서 나름의 성장을 겪는다.
"저도 촬영을 하면서 관계에 대해서 다시 곱씹었던 것 같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타인에게 툭툭 던지는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관계는 주고 받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 데이지 않을 정도로, 다만 차갑지 않게. 그게 가장 좋은 관계라는 것을 곱씹었다."
사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게 대인관계다.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져서도 아닌 적당한 관계. 류승룡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살아가면서도 다시금 이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태양하고 지구의 적당한 거리, 세이프존이 있지 않나. 조금만 가까워도 타버리고 멀어지면 얼어버리는 것처럼 적절한 거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살아 가다보니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되는 적절한 유효거리를 두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저도 관계에 상처를 받으니까 여러 경험을 통해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배워가는 게 아닐까."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를 접한 관객들도 영화가 의미하는 바를 다시금 깨닫고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장르만 로맨스'를 보신 관객들도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를 채웠으면 좋겠다. 장르로 로맨스면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휴먼 코미디인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활짝 열고 재밌게, 부담 없이 보신다면 오히려 웃음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얻어가는 여운이나 감동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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