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가수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 파격 연기 변신에 나섰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거친 아이유부터 "태어나줘서 고마워" 대사 하나로 심금을 울린다.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칸을 홀리고 대선배 송강호의 극찬까지 얻어낸 아이유의 배우로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31일 오후 용산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이 참석했다. 배두나는 해외 촬영 일정상 불참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는 칸 국제영화제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으며 '브로커'는 공식 폐막식에 앞서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송강호는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을, 강동원은 상현의 파트너 동수를, 배두나는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을 연기했다.
이지은(아이유)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 역을, 이주영은 수진과 함께 브로커를 쫓는 후배 이형사 역을 맡았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제 칸에서 돌아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상태다.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배우들과 이 자리에 서서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브로커'에 대해 "보편적인 주제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가치없는 생명이 어디있겠나"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이니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전달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육시설을 통해서 취재를 하다가 느낀 건 엄격한 비판의 화살이 어머니에게 향해 있다"라며 "상황을 둘러싸고 본질적인 문제,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싶었고 그 부분을 깊이 다루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전했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극장에서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하루 빨리 이런 날이 오길 기다렸는데 기쁘게 생각하고 반갑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대해 "호명이 되었을 때 지금도 복기가 잘 안 되는데 패닉이 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쁘다는 감정에 앞서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약간의 패닉 상태가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에게서 먼저 문자가 왔다. 그 분들은 새벽에 보고 계셨던 것 같다"라며 "이후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고 과찬을 받고 있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천천히 감동을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라고 말한 뒤 크게 웃었다.
배우로서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나선 아이유는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멋진 배우들과 작업해서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칸에서 어제 입국했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 환대해주셔서 아직 얼떨떨하고 설레는 상태다.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후반부 등장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와 장면에 대해 "시놉시스 단계에서 글을 읽고 그 지점에서 눈물이 고였다"라며 "슬프게 읽었으니까 막연하게 슬프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이 되어 마지막에 찍었는데 막상 현장에 갔을 때는 굳이 슬프게 대사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말을 하는 소영이가 힘줘서 슬프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담담하게 했다. 감독님도 그 버전을 오케이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자신이 연기한 소영에게 "늦은 시작일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아가게 되어 축하하고 응원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보육 출신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간다. 생에 대한 의문이나 불안을 안고 어른이 되었던 분들의 감정을 접했을 때 그 책임이 어머니에게만 있는가, 나를 포함한 사회의 책임, 어른의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한마디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소영의 입을 통해서 말을 하게끔 신을 만들었다. 저는 직설적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사를 쓰지 않는 편인데, 동수가 불을 끄게끔 상황을 만들고 목소리 대사가 울려퍼지는 신을 만들어나갔다"라고 해당 장면을 설정하게 된 계기와 전달하고픈 의미를 밝혔다.
아이유는 스모키 화장과 거친 욕설 연기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대본의 욕설은 일본식이라고 느껴져서 '한국식 욕을 제가 의견을 더해도 되냐'고 여쭤봤다. 감독님이 자유롭게 한국식 욕을 하라고 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욕들 위주로 대사를 꾸려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활동을 하면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욕을 하는 건 처음이라 집에서 연습도 많이 하고 촬영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라며 "다행히 현장에서 상대 연기자들이 화가 나게 연기를 잘해주셔서 짧은 테이크로 마무리를 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송강호는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그 다음이다. 실패하고 봉고차에 탔는데 발로 앞자리를 찬다. 이지은의 즉흥 연기다. 저희는 진짜 놀랐다"라며 "그래서 리액션이 저절로 나오게 됐다. 좋아하는 연기가 많지만 봉고차 장면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라고 아이유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강동원 역시 역할을 위해 보육원 관계자들과 보육원 출신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그는 "가장 인상깊었던 지점은 두 가지다. 어린 친구들이 보육원에 차가 오면 자기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닌가 기대를 한다고 한다. 동수도 그런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도움을 주신 신부님께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 궁금했던 질문을 드렸다. 어머니가 안 보고 싶으시냐고"라며 "연세가 있는 신부님이셨는데 '지금은 보고 싶다는 감정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마음을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강호와의 재회에 대해 "12년 만에 다시 뵈었는데 그 사이에 뵙기도 했고 같이 해서 좋았다"라며 "한 번 호흡을 했기 때문에 대화가 없어도 잘 맞았다. 이번에 배울 수 있어서 즐거운 촬영이었다"라고 전했다.
송강호는 이런 강동원에 대해 "막냇동생 같은 친근함과 외모와는 다르게 풋풋하고 소박함이 있다. 너무나 따뜻한 친구다"라며 "배우로서도 늘 노력하고 집중하려고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앞으로도 훌륭한 연기와 작품을 할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말 없이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경지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남달랐던 호흡을 언급했다.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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