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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헌트' 이정재, 칸 비행기 안에서 각색 "감독 두 번은 못하겠어요"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30년 동안 잘하고 있는데 내 커리어를 스스로 망치는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있죠."

'오징어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을 찍은 이정재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첫 연출작 '헌트'로 칸을 밟았던 그는, 이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정재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긴장된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까 하는 마음이 있다"라며 "반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정성, 역량은 쏟아부었다. 더이상 제 머리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배우 겸 감독 이정재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는 배우로 출연 제의를 받은 후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을 결심했고, 이후 각본과 연출까지 맡으며 열정을 쏟았다.

'헌트'는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 받았다.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주목을 받은 이정재의 첫 연출작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지만, 해외 관객의 평가는 엇갈렸다. 1980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로컬 색이 짙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이정재는 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각색 작업을 했고, 후반 편집을 다시 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국내 공개 뒤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칸 영화제에서는 로컬색이 진하고 80년대 정치사회를 몰라 쫓아가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10대, 20대 관객들이 외국인들이라고 생각하고 써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80년도의 일을 저도 상세히 알지 못했고, 저보다 연배가 어린 관객들은 더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해외에서도 많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 노력한 것 가지곤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칸에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각색을 했어요. 편집본을 다시 수정하고 후시 녹음을 배우들에게 부탁했어요."

이정재는 "큰 줄거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영화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2시간 동안 한 컷트가 바뀌어도 그 이후의 느낌의 이야기들이 달라진다. 칸에서 경험을 토대로 국내 버전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을 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배우 이정재가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첫 연출작이라는 무게감이 큰 만큼 '헌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본된 대본이 없을 만큼 시나리오도 계속 수정됐다. 80년대 시대 배경과 액션신, 해외 촬영까지 스케일도 크다. 배우 출신 감독 데뷔작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영화다. 이정재는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제작비를 허락해줬다"고 웃었다.

이정재는 첩보물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껴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독특한 시대적 배경으로, 색다른 첩보물을 만들어냈다.

"남자 배우들은 한번쯤 해보고 싶어해요. 사극에서 왕을 해보고 싶다거나, 의리있는 주먹 쓰는 영화를 해보고 싶은 것처럼. 남자 배우들이 첩보물을 꽤나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첩보 장르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좀 더 색다른 첩보물이 꾸준히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존에 좋아했던 첩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요즘 시대에 템포가 안 맞았어요. 서사 구조가 느리고 너무 감추기만 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많다보니, 제 나이가 봐도 '이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어요. 여기에 액션을 좀 더 넣어서 엔터테이너한 볼거리를 만들었죠."

소속사 공동대표이자 절친인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한 작품 안에서 만났다.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세 번 거절하고, 네 번째 만에 수락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화제가 됐다. 이정재는 "정우성을 멋지게 찍고 싶었다"고 했다.

"정우성은 워낙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라 누가 찍어도 잘생기고 멋지게 나와요. 그런데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 더 멋있어야 해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자신만의 목표, 목적이 건강해 보여야 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더 멋있어 보일지 집중했죠."

"'두 사람의 조합이 기다려졌다' '둘이 나와서 꽤나 좋았다'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정우성과 '우리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관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촬영했어요."

'오징어게임'으로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감독 데뷔를 하게 된 만큼 부담감은 없을까.

"'오징어게임' 때문에 부담이 됐다기보다, 30년 동안 영화를 잘하고 있는데 굳이 본인이 써서 내 커리어를 스스로 망치는건 아닐까 하는 그 공포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에요. 그런데 쓰면 쓸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관객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시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공포를 이겨내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바뀌게 됐죠."

배우 이정재가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감독과 배우를 병행하며 체력적 부담이 컸다는 이정재는 "절대 해서는 안될 작업이구나. 체력이 너무 떨어진다"라며 "제 성격상 모든 것을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잠을 못 잔 것이 컸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상업영화 재도전에 대해 묻자 "두 번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쉽지는 않은 기억이 있고, 아직까지 머리가 꽉 차 있다"고 웃으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고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한 번 더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음 시즌이 확정된 '오징어게임'과 감독 데뷔작 '헌트', 그 이후의 여정도 궁금했다.

"연기자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얼마나 좋은 작품이 올까.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하는 복합적인 생각이 들어어요. 자신감있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만큼 열심히 할 수 있는가 체험을 해봤기 때문에 다음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헌트'는 10일 개봉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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