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광기에 눈이 먼 왕 유해진과 맹인 목격자가 된 류준열이 '올빼미'로 만나 극강의 스릴러를 완성했다. 굵은 기둥처럼 성장했다는 유해진의 말처럼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꽉 잡아주는 류준열의 재발견이 반가운 '올빼미'다.
10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안태진 감독, 배우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했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유해진, 류준열,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등이 출연했다.
유해진은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주는 왕 인조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류준열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가진 침술사 경수 역을 맡아 심도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경수는 낮에는 보지 못하지만 밤에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인물. 그는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의 눈에 띄어 입궁한다. 하지만 우연히 소현세자(김성철 분)가 죽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밝히려 고군분투한다.
안태진 감독에 따르면 인조와 소현세자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올빼미'는 주맹증을 가진 주인공이 궁에 들어가 목격을 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는 "진실을 목격하는 자에 대한 이야기다. 본다는 것이 중요한 상징이라 올빼미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제목의 의미를 전했다.
유해진은 이번 '올빼미'를 통해 인생 첫 왕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광기 어린 왕 인조를 연기한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쫓아갔다"라며 "왕이라 육체적으로는 괜찮았는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나 심리적으로 가는 것을 공부했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라고 전했다.
미세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과 섬뜩한 표정 등이 인상적. 하지만 유해진은 "따로 준비를 한 것은 없다"라고 하며 "최대한 어떻게 인물을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신마다 젖어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인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연극 시절 연습 방법이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게으른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류준열은 "'올빼미'는 그 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준비를 하면서 지금껏 안 했던 것들에 대해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궁금했다"라며 "맹인을 표현하는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묻어가면서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안태진 감독은 "준열 씨가 게으른 배우라고 했는데 전혀 안 그랬다"라며 "촬영 초반에 장염에 걸려서 미음만 먹고 고생을 했다. 미음만 먹고 촬영하니까 지쳐서 들어오면 준열 씨에게 전화가 와 3시간 정도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다가 잠도 못자고 했다"라고 고생했던 일화를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류준열은 "제가 전화를 걸면 '잠시만' 하면서 이어폰을 끼시더라"라고 덧붙였다.
맹인 연기는 물론이고 후반부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류준열은 "안 보일 때는 눈을 감을까 라는 얘기도 했었다. 밤에 눈을 뜨고 다니는 걸 보는 이가 없으니까 눈을 감으면 속이 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하지만 핸디캡을 가지거나 하고픈 얘기를 못하는 순간, 보고도 못 보는 척 해야 하는 이들의 얘기다. 꿈을 꾸는 듯한 눈을 표현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보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눈을 뜨고 연기한 이야기를 밝혔다.
또 그는 성장한 지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난색을 표하더니 "제가 처음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제 미래를 머리 속으로 그리면서 이런 작품, 이런 역할, 이런 자리는 단 한번도 꿈꾼 적이 없다"라며 "바란 것은 배우로 일을 하면서 남편, 아빠가 되어 가족들과 외식 가고, 해마다 해외여행 가는 정도를 꿈꿨다"라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배우를 하면서 찾아오는 작품이 굉장히 감사하고 특별한 일이라는 걸 점점 더 느낀다. 관객으로서 만나던 선배님과 촬영하고 밥 한 술 뜰 때 '내가 왜 여기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라며 "나에게 이런 작품이 찾아오고 이런 역할을 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좋은 이야기 안에서 좋은 배우, 좋은 역할, 좋은 미장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그런 것이 성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올빼미'는 유해진과 류준열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 유해진은 이런 류준열에 대해 "잘 서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둥이 굵어진 느낌"이라며 "제가 보기엔 굵은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라고 칭찬했다.
류준열은 "유해진 선배님이 왕 역할 한다고 했을 때 기뻤다. 관객으로서도 기대가 됐다. 같이 세 번째 작품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안도,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라고 유해진과 함께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다른 모습으로 만나고 싶고 다른 감정으로 연기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라며 "저도, 선배님도 따로 어떻게 준비하자는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와는 다른 세 번째였고, 또 다른 것을 배우면서 선배님이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전 작품과는 분위기가 굉장히 달랐고 자연스럽게 스크린에서도 잘 표현이 됐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올빼미'는 오는 11월 23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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