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명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 정도로 충격의 연속이다. 복수극 이면엔 사회의 폭력에 스러져버린 약자들의 눈물이 어려있다. 보면 볼수록 안타깝고 가슴 얼얼한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인 2역 파격 연기 변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박진영이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 아침, 쌍둥이 동생 월우(박진영 분)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박진영 분)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다. 영화 '야수', 드라마 '구해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주원규 작가의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물탱크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쌍둥이 동생 월우의 복수를 하기 위해 소년원으로 들어간 형 일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월우의 죽음은 단순 사고로 사건 종결됐지만, 일우는 월우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린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그곳에서 그는 동생을 돌봐주던 상담교사 조순우(김영민 분)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비밀을 숨기고 있는 손환(김동휘 분)을 통해 월우가 죽던 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월우를 폭행한 문자훈(송건희 분) 그리고 무자비한 힘으로 군림하는 교정교사 한희상(허동원 분)의 폭력에 맞서 목숨을 건 복수를 계획한다.
극은 비참하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하는 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조명하며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폭력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일우의 복수에는 이유가 있다. 마치 맹수처럼 복수의 대상에게 거침없이 달려든다. 얼굴이 피로 물들 정도로 찢기고 밟혀도 독기 어린 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죽을 때마저 웃고 있었던 동생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하지만 손환이 전한 그날의 진실, 그리고 자신 또한 동생을 외면하고 폭력으로 또 다른 약자들을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회환의 눈물을 쏟는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동생을 향한 죄책감으로 일그러진 일우의 얼굴은 가슴 먹먹한 여운을 안긴다.
박진영은 이런 일우와 월우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원톱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폭발시킨다. 그간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 전작에서 보여준 단정한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쌍둥이 형제 1인 2역으로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소년원에 들어간 설정으로 인해 삭발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피로 뒤덮인 얼굴 위 독기와 울분으로 가득찬 눈빛을 장전했다.
여기에 속옷만 입은 목욕탕 액션을 비롯해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온 몸을 내던진 액션으로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또 정신지체 장애 3급인 월우 역시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해냈다. 박진영의 완벽한 재발견이자 앞으로 그가 보여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조순우 역의 김영민은 후반 반전을 담당한다. 조순우는 일우의 조력자가 된 상담교사로, 교정교사 한희상과는 완전 대비되는 선한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 날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순우의 착한 얼굴은 더욱 큰 충격과 소름을 유발한다. 김영민은 이런 조순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극을 깊이 있게 이끈다.
김동휘, 송건희 등 신예 배우들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컸다고 할 정도로 힘든 배역임에도 완벽하게 캐릭터에 스며들어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물론 극 자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특히 끝없이 이어지는 욕설과 폭력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기도 한다. 복수의 결말 역시 통쾌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을 비롯해 폭력은 그 어떤 순간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처럼 아픔 속에서도 또 살아갈 희망을 얻는 아이러니함 등 여운이 짙게 깔린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12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청소년 관람불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