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배우를 캐스팅한 감독. 그리고 이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온 몸을 내던져 연기를 해낸 배우. 이 보다 완벽한 조합이 또 있을까. 박지훈과 최현욱, 그리고 홍경을 제대로 알아본 '약한영웅' 제작진의 선택은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 연출 및 극본 유수민)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분), 범석(홍경 분)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로, 지난 18일 8회 전편이 공개됐다.
공개 즉시 2022년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 웨이브 내 콘텐츠 순위인 '오늘의 TOP 20' 연속 1위 등 괄목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또한, 아이치이(iQIYI) 미국과 대만, 미주 '코코와(KOCOWA)' 채널 등 해외 동시 반영 플랫폼에서도 "올해 최고의 K-콘텐츠"란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유수민 감독과 '약한영웅'을 이끈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박지훈, 최현욱, 홍경 캐스팅부터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것을 예상했나.
"진짜 예상 못했다. 오히려 걱정을 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아직 많이 알려진 분들이 아닌데 예쁘게 봐주신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것 같다."
- 공개 즉시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 장르적인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다. 본 적 없는 화려함이 아니라 차분하게 따박따박 보여주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것에 공감을 해준 것 같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유수민 감독님을 처음 만났던 것이 미장센영화제 심사를 할 때다. 그 때 김성수 감독님과 같이 심사를 했다. 시사 때 김성수 감독님이 오셔서 보신 후 '역시 잘 찍어. 잘했어'라고 해주셨다. 그게 기억에 남는 반응이다. 저도 유 감독님을 거들어 작업을 했는데 대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 시청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나.
"거의 다 예상하지 못했다. 몰입해서 본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은 늘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여기 나온 인물에 대해 동의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해가 되고 이유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만들었다. 저 인물이 어떤 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이해를 하는 분들이 많다. 그것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웹툰의 드라마화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연시은 캐릭터를 좋아했다. 인물의 스킬이나 매력도 있지만, 연시은이 가진 고유한 태도가 좋다. 모두가 YES를 해도 NO를 할 수 있는 곧은 사람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그런 인물을 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 박지훈이 연시은 역을 찰떡처럼 연기했다.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됐나.
"제작사 대표님이 유 감독님께 추천을 했고 저도 봤다. 무대 눈빛과 극에서의 눈빛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더라.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되게 다르더라. 무대 뒤에서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면 다른 사람이었다. 'D.P.' 정해인은 잘생기긴 했지만 20대 청년의 얼굴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박지훈은 10대 후반 보편적인 학생, 소년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했다."
- 박지훈이 인터뷰에서 '한준희 감독님의 '20대 배우 중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최고의 배우'라는 칭찬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눈물 흘린 걸 몰랐다. 배우는 여러가지 요소 중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는 타고 나야 한다. 프레임 안에 그 인물이 서 있을 때 화면을 장악한다는 건 분위기의 영역이다. 그게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 쉬운 것이 아니다. 박지훈 본인이 가지고 있고, 그걸 알고 해냈기 때문에 좋은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박지훈이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20대 배우로 우뚝 섰지만, 촬영 전 아이돌이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 있지는 않았나.
"사실 대선배 연기자라고 해도 무조건 걱정이 된다. 그 분의 연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돌이라서 걱정이 된 건 없다. 이미 우리는 무대와 연기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을 많이 봤고 훌륭한 엔터테이너는 훌륭한 배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극의 영역, 코미디의 영역, 가수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의 기준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박지훈 뿐만 아니라 최현욱, 홍경 역시 맞춤옷을 입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각자 다른 종류의 매력과 깊이, 밀도가 있다. 박지훈이 분위기라면 최현욱은 매력이 뛰어나다. 그 또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사람 궁금하다 하는 매력이 너무나 뛰어난 배우였다. 홍경은 연기를 정말 잘한다. 이건 배우의 중요한 덕목이다. 연기를 그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드라마틱한 라인을 살려 연기했는데 8회까지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D.P.' 때 조현철도 힘들어하면서 굉장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는데, 홍경도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종류의 특장점이 있는데, 유 감독님이 원활하게 잘 조율을 했다."
- 수호 같은 경우 원작의 캐릭터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아예 싸움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웹툰 같은 경우 스크롤을 내리며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프레임이 흘러가다 보니 직관적일 수밖에 없다.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정서를 제공해야 따라갈 수 있다. 원작에서도 멋있고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극에서는 범석까지 세 명의 인물 갈등 구조가 세세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관계를 위해서 재정비를 하게 됐다. 세 인물 다 다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그래야 8부작을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마련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홍경이 범석 역할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끌어갔나.
"'해보자, 잘하자' 했다.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저희도 이 작품에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 그리고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걸고 작업을 한다. 신인 배우들의 도전, 모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캐스팅을 한 것이다. 처음부터 잘할 줄 알았다. 두려울 수 있겠지만, 결정에 대해서는 '어차피 잘할건데' 하는 마음이었다."
- 앞서 '주연은 물론이고 단역까지도 극 안에서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라고 했던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 말처럼 극 안의 모든 배우들이 잘 보이고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신인 배우들임에도 주목을 받고 호평을 받고 있다 보니 뿌듯함을 느끼실 것 같다.
"물론 보람이 있다. 꼭 신인 배우를 해야지 하는 건 아니지만, 예산과 스케줄도 있고 관객들을 위해서 만든다. 그들이 업계에서는 덜 알려졌을 수 있지만 다들 독립영화, 웹드라마, 무대 등 자신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전작을 봤을 때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캐스팅을 했다. 물론 이 배우들이 주연에 가까운 작품을 처음 하게 됐을 때 책임감은 생기는 것 같다. 이들을 대중들이나 업계에 잘 소개해야 하는데 필모그래피에서 첫 인상이지 않나. 그래서 배우들에게 '결과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배우들 필모그래피에는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다. 중요한 결과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박지훈 캐스팅을 잘했다 생각하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너무 많다. 8회는 폭발적인 장면이라 다들 좋아해주시는데, 저는 1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시리즈를 하든 1회가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 1회 후반부 모든 시퀀스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했지? 심지어 촬영 초반이었을텐데'라고 생각했다. 저도 1회 편집본을 보고 놀랐던 것 같다. 본인의 뺨을 때리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고, 다시 또 발성을 잡아서 무심하게 던지고 하는 모든 순간 박지훈의 표정을 보고 '됐다' 하는 느낌이었다. 그 부분에서의 연시은이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돌 이미지가 강하고 또 활동도 하고 있는데, 그 갭 차이가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설득이 된다는 부분도 너무 훌륭했다.
"박지훈은 멋있다. 연기도 그렇지만,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도 너무 훌륭하다. 힘든 내색을 진짜 하지 않는다. 프로구나 싶었다.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많은데 정말 한 번도 싫은 내색 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주인공 포지션은 연기도 중요하지만 현장 분위기도 좌지우지하고 힘들 때는 독려를 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역할이 있다. 주연 배우는 키 스태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고, 현장에서의 본인 위치, 또 어떻게 스태프들을 배려해야 하는지를 아니까 그 현장에서의 태도가 참 멋있었다. 부족하니까 조금 더 찍어야 한다고 하면 군말없이 다 하고 본인 의견도 경청하면서 낸다. 그런 부분들이 너무 좋았다."
- 가장 공을 들인 캐릭터는?
"셋 다였다. 이들은 유기적이다. 세 명은 떨어질 수 없게끔 붙어있는 밸런스가 중요했다. 어디서 누군가 이렇게 나오는 부분이 있으면 받아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받쳐줘야 한다. 세 명의 밸런스에 공을 제일 많이 들였던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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