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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웅', 재미·감동·의미 다 잡았다…韓 뮤지컬 영화 새 역사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뮤지컬의 단점은 보완하고 영화적인 재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베이스가 된 안중근 의사의 묵직한 이야기에 전율을 일으키는 넘버,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더욱 가슴 저릿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뮤지컬 영화의 탄생, 바로 '영웅'이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영웅'이 감동적인 서사와 웅장한 넘버로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CJ ENM]

영화는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분)이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년 전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분)와 가족들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난 그는 일본군의 습격으로 동지들을 잃었고,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맹세했다.

이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안중근은 오랜 동지인 마두식(조우진 분), 우덕순(조재윤 분), 마진주(박진주 분)와도 뜨겁게 재회한다. 또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분), 18살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분)와 거사를 준비한다.

그 시각 명성황후(이일화 분)의 마지막을 목도했던 설희(김고은 분)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그가 곧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일급 기밀을 전한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은 일본 법정에 서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누가 죄인인가"를 외친다.

'영웅' 스틸컷. [사진=CJ ENM]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형장의 이슬이 된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동지들을 잃고 느꼈을 실의와 아픔,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영웅'은 이런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 그가 왜 진정한 '영웅'인지를 묵직하면서도 단단한 어조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담았다는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기존 뮤지컬의 서사와 넘버를 기본 뼈대로 삼아 새로운 넘버를 추가하고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던 설희의 과거사와 감정선이 깊이 있게 그려지면서 개연성이 살아났고, 이는 곧 몰입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됐다. 또 마두식과 마진주 캐릭터가 기존 중국인에서 함께 고생했던 독립군 동지로 바뀌면서 더 끈끈한 동지애를 보여준다.

가장 큰 우려로 여겨졌던 뮤지컬 영화 특유의 이질감도 그리 크지 않고, 장면 전환 역시 매끄러워 영화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마냥 진지하거나 슬픔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조연 캐릭터들의 소소한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해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고, 정성화를 통해 안중근 의사가 남긴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내 깊은 감동을 안긴다.

'영웅' 김고은 스틸컷. [사진=CJ ENM]

14년 동안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을 연기했던 정성화는 "영혼을 갈아넣았다"라는 말이 그대로 와닿을 정도로 안중근 그 자체가 되어 극을 이끈다. 또 김고은은 놀라운 가창력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설희는 목숨까지 내던질 마음으로 일본으로 넘어가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감정의 파고가 큰 인물인데, 김고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한 노래와 연기로 시선을 붙든다. 노래까지 잘하는, 김고은의 배우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순간이다.

'영웅'의 눈물버튼은 역시 나문희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나문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나문희가 왜 조마리아 역을 맡아야 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차원이 다른 연기와 존재감을 '영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영웅' 나문희 스틸컷. [사진=CJ ENM]

독립군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도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특히 이현우는 박진주와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첫사랑 러브라인을 형성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뿜어낸다. 어린 나이에 조국을 빼앗기는 아픔,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더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뮤지컬에서 영화로 옮겨온 명곡들을 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 '장부가',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등 익히 유명한 넘버부터 새롭게 추가된 설희의 넘버까지, 시청각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라이브 촬영을 고집하며 엄청난 고생길도 마다하지 않았던 윤제균 감독의 뚝심이 엿보인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도 이런 가슴 벅찬 뮤지컬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영웅'이다.

12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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