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문가영이 '사랑의 이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문가영은 지난 9일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에서 KCU은행 영포점 예금창구 4년 차 주임 안수영 역을 맡아 유연석, 금새록, 정가람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로, 사랑에 대한 각각의 이해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린 캐릭터들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감정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들 사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마지막 회는 유료가구 기준 전국 3.6%, 수도권 4.4%(닐슨코리아)를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문가영은 '영포점 여신'으로 불리는 안수영의 서사와 감정선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에서 밝고 통통 튀는 연기를 주로 했던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멜로 여신'으로 거듭나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공고히 했다.
이에 문가영은 10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의 이해'를 떠나보내는 소회와 함께 '인생 캐릭터'가 된 안수영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 '사랑의 이해'가 종영을 했는데 결말까지도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열린 결말이기도 한데 어떠한가.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수영이가 왜 그랬나' '왜 도망을 갔나'라면서 명쾌한 답을 물어본다. 저는 수영을 기점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얘기를 하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해석을 할 것 같아서 정확하게 말을 안 했다. 결말도 저희의 시선 처리에 따라 의미 부여를 할 것 같아서 고민을 했다. 서로 바라보고 끝을 낼지, 아니면 다른 곳을 볼지. 저희는 다른 곳을 보다가 한 번 서로를 보고 간다. 그래도 돈가스는 먹지 않았을까. 시선은 달라도 한 방향으로 걸어갔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다시 헤어졌을 수도 있고, 결혼했다가 이혼했을 수도 있지 않겠나.(웃음)"
- 마지막 방송을 배우들 다 같이 모여 봤다고 들었다. 오랜만에 배우들과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
"배우들, 스태프들 다 모여서 봤다. 확실히 반응이 뜨겁더라. 여기저기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촬영할 때 늘 붙어있다가 잘 쉬고 만나니까 다르더라.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못 본 사이에 방송이 나가고 있어서 서로 서로 '이 댓글 봤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 고구마 같다는 반응이 있기도 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과몰입을 하면서 주목 했던 드라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나왔던 로맨틱 코미디 속 로맨스와는 다르게 불편하리만큼 현실적이다. 내 마음 속에는 있는데 보여주기 싫은 감정을 저희를 방패 삼아서 내뱉었기 때문에 그 순간적인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해줬던 것 같다. 12부 엔딩 후 '답답하다'라며 안 보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시청률은 오히려 올랐다. 답답하다고 하는 것이 과몰입을 했다는 증거다. 캐릭터에 이입을 했고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 오히려 기분 좋은 평이었다."
- 지금까지는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사랑의 이해'를 통해 '퍼석한 문가영'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줬다. 처음 이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연기하면서는 또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갈망이 컸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작년 27살의 가치관과 원했던 순간들이 잘 맞아 떨어진 타이밍에 이 대본이 들어왔다. 로코 속 밝은 모습을 보신 분들에게 저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지금까지 표현을 하는 캐릭터를 하다가 내색하지 않고 내 안에서 해결하는 감정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해도 되나' 싶어서 초반에는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문가영과 닮은 모습이 있어서 이렇게 되어도 되겠지, 하면서 수영이를 알아갔다. 답답해들 하시지만 그것이 수영이를 사랑했다는 증거인 것 같다."
- 연기를 하면서 답답했던 점도 있었나.
"저는 수영이를 이해하지 못한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답답하게 된 것도 저희 드라마의 계획일 수 있다. '사랑의 이해'는 상수의 사랑 이야기다. 처음도 상수(유연석 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보시는 분들은 수영의 서사와 입장을 더 보여줬으면 하시는데, 상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수영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없었다. 사실 우리도 과거에 만났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보내주지 않지 않나. 각자의 합리화만 있을 뿐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수영을 기점으로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가치관에 있어서 '왜 저럴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인간관계를 봤을 때 그런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 그럼 반대로 상수나 종현(정가람 분)이 답답하거나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있었나.
"저는 네 명의 캐릭터를 다 사랑한다. 물론 안수영을 가장 사랑하지만.(웃음) 모든 캐릭터를 통합적으로 공감하기 보다는 이 캐릭터의 이 감정, 그 상황의 감정에서 예전에 내가 겪었던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는 수영이를 연기다 보니 굉장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후반부 수영의 선택을 도망, 혹은 회피라고 보실 수도 있다. 틀린 해석이 아니다. 이건 보는 입장에서 해석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라는 것도 내가 제 3자로 떨어져 있을 때 객관적이고 지인의 연애사는 논리정연하게 말하게 된다. 회오리 안에 있는 사람은 모른다. 나에겐 큰 일이고 수영의 환경과 계급 사이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애매하게 걸쳐진 관계들,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를 끊어내고 싶은 순간이 한번 쯤은 있지 않나. 현실에선 직장이 있고 실행하기 어렵다 보니 이런 선택도 수영에겐 용기다. 그 방향성이 나를 아프게 하는 선택이고, 또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영이가 자라온 환경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가가는 상수도 용기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을 포기하고 물러서는 것도 용기인 것 같다."
- 은행 내에서 수영은 늘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 이 부분에서 화가 나고 씁쓸하기도 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땠나.
"수영은 은행, 가정의 관계에서도 동떨어져 있다. 그룹에 속할 수가 없다. 하지만 수영이 없는 자리에서 수영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반응을 보면 현실적이란 얘기가 많더라. 미경의 대사 중에서 '날씨 얘기'라고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늘 날씨가 어떤지 체크하고 쉽게 내뱉는 말이다. 이것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작가님들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여러 은행을 다니며 조사를 하면서 현실은 더 많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홀로 견디며 이겨냈다. 저는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제가 할 수 없는, 코믹적으로 풀어주면서 숨통을 트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저는 연기할 때 그 자리에 없어서 방송을 보면서 확인했는데 과몰입을 하면서 봤다."
- 16부에서 "~했다면"이라고 상상을 한다.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상상 장면을 먼저 땡겨 찍고 마지막에 결말을 찍었다. 그래서 흐름이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했는데 방송으로 보니 그 선택들이 너무 슬프더라. 순간의 내 선택이 쌓여서 결말이 되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인데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 그렇게 선택의 타이밍이 어긋나서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타이밍을 놓친 순간에 대한 생각도 떠올랐을 것 같다.
"너무 많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엄청난 타이밍과 행운이 필요하다.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 안 되기도 했다. 그 때는 내 것이 아니라며 합리화를 한다. 슬프지만 뭐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든 실망을 안하기 위해 기대를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실망이 무서워서 기대하지 않고, 들뜨는 것에 불안해하는 모습이 수영에 많이 투영이 된 것 같다."
- 수영은 상대적으로 대사가 적은데, 그런 부분에서 부담도 있었나.
"지금까지 많이 표현하는 캐릭터를 하다가 참아야 하니 어렵더라. 후반부에는 참다가 눈물이 흘러서 닦고 다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영이가 한번쯤은 무너지고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 후련할 수 있지만, 수영이는 소리 내서 울지 못한다. 그 방법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공감이 갔다."
- 수영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인가.
"잘 참는다. 또 내색하는 걸 안 좋아한다. 여유있는 척 하지만 안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경우가 많다. 13회 종현이와의 엔딩에서도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다. 그 방법이 문가영의 방법이다. 남들은 즐거우면 즐거워하고, 슬프면 울어버리면서 털어낸다. 하지만 수영이는 그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소리내어 울지 않는 것이 수영으로서 표현하고 싶었던 최선이었다. 혀를 깨물고 참기도 했다. 그 정도로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다."
- 그럼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
"그 방법을 찾고 있다. 물론 나름의 방법이 있어서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다. 주변에는 이런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각자의 방법이 있는 것 같다."
- 박미경(금새록 분)과의 관계도 특별했다. 어떤 인물, 관계로 바라봤나.
"미경은 너무나 멋진 언니이면서도 수영의 자격지심을 가장 크게 끄집어내는 인물이었다. 되고 싶은 대상을 보면서 흔들리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부러움과 질투, 용기와 멋짐을 포함한 감정이 있다. 은행이 아닌 밖에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고 대본에도 언니라고 하는데, 안 부른다. 16회에 언니라고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껴뒀다가 수영과 미영의 관계성을 풀어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둘 사이도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멋있어' 하면서도 내가 나의 자격지심을 잘 알기 때문에 그것을 못 넘었다고 생각한다. 수영이가 통영으로 떠나기 전 서팀장과 있던 신에 와서 '고마웠다', '미안했다'고 하는 장면에서 리허설 때 너무 많이 울었다. 하지만 방송은 안 우는 버전으로 나갔다."
- 16회에서 수영은 편안해진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미안함이 컸다. 받은 상처도 기억이 오래 가지만 상처를 줬다는 것 역시 굉장히 불편하고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또 다른 감정이다. 종현과의 횡단보도 신은 새록 언니가 보고 울었다. 오묘하기도 하고 기쁘고, 응원이 되기도 하는 미소였다. 사실 수영의 대본 지문은 거의 (표정)이다. 마지막으로 종현의 모습을 눈에 담는데 눈물이 나더라. 슬퍼서라기 보다는 대견하고 미안했다. 그렇다 보니 눈물이 많이 그렁그렁한 채 나갔던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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