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길복순' 전도연, 남행선 잊어라…한계 넘은 '여왕'의 귀환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전도연이 남행선에서 길복순으로 변신했다. "전도연은 전도연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액션부터 감정 열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전도연이 '길복순'으로 전 세계를 홀릴 채비를 마쳤다. 한계를 또 뛰어넘은 '여왕'의 귀환이다.

21일 오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변성현 감독, 배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이 참석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불한당', '킹메이커' 등 매 작품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독보적인 캐릭터 서사,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변성현 감독이 청부살인업계의 살벌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도연은 청부살인업계 최고의 회사 MK ent. 소속 A급 킬러이자 엄마인 길복순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강렬 액션부터 감성 열연까지 완벽하게 소화내며 '여왕 전도연'의 명성을 다시 입증했다. 특히 전도연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남행선은 잊을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며 시선을 압도한다.

설경구는 길복순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특A급 킬러로 만들어낸 MK ent. 대표 차민규 역을, 이솜은 이사 차민희 역을, 구교환은 능력은 A급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킬러 한희성 역을, 김시아는 길복순의 딸 길재영 역을 맡았다.

액션, 서스펜스와 유머코드까지 놓치지 않은 복합장르적인 재미를 갖춘 '길복순'은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Berlinale Special)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일찌감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이 칸에 초청 됐을 때 얻어걸렸다고 해서 많이 혼났다"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혀 예상 못했다"라고 베를린영화제 초청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영화제에 초대되기엔 너무 장르적이지 않나 했는데 초청을 해주셔서 기쁘고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참석을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반갑고 좋은 소식이었다"라며 "'불한당'은 칸에 갔고 이번엔 베를린에 갔으니 다음엔 베니스 가면 되겠네 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영화제에 참석했던 전도연은 "스크리닝할 때 너무 감동적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 극장 안에 내가 있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구교환은 "당연히 초청이 될거라 예감했다"라며 "베를린에 걸린 제 모습 상상도 했지만 마음만 갔다. 어느 영화제 한 곳에서는 '길복순'을 필요로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길복순'의 시작은 전도연의 액션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생일' 때 설경구 선배님이 제가 전도연 선배님의 팬인 것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부르셨다. 그 때 소개를 받았다"라며 "그 후 작품 제안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저는 제 오리지널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역으로 '제 작품 해보실 생각 있느냐'라고 제안을 드렸고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전도연 선배님과 무슨 영화를 찍을지 고민을 했다. 너무 좋은 영화를 많이 했고 무거운 드라마였다. 부담이 됐다"라며 " 정면승부가 아닌 측면승부를 하자는 생각에 장르 영화를 선택했다. 선배님 필모에 액션 영화가 없어서 장르를 액션으로 먼저 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도연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제의를 해주셔서 기뻤다"라며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한 적이 없어서 기쁘면서도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고 생각보다 액션이 많아서 놀랐다.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또 전도연은 '일타스캔들'에 이어 '길복순'으로 대중들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오픈이 빨라질 지 몰랐다"라며 "'일타스캔들'과 겹쳐서 '남행선의 이중생활'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라고 댓글을 언급했다. 이에 박경림은 "댓글에 '김선영 씨 어쩌냐고. 곧 죽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전도연은 "감독님이 걱정을 하셨다. 댓글이 많은 건 좋은데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라며 "저도 배우와 엄마, 이중적인 삶을 살아서 큰 이질감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불한당', '킹 메이커'에 이어 '길복순'으로 변성현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하게 됐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한 설경구는 "제가 변성현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현장도 좋아한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불한당' 스태프들이 '길복순'도 참여해서 팀워크도 좋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변성현 감독은 "캐스팅을 안 여쭤봤다. 통화를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다. 전화를 드리니 '시나리오 나왔나보네? 이틀 후에 집으로 와'라고 하셨다. 시나리오를 드리고 어떤 역할인지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라고 설경구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경림이 "설경구가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페르소나는 아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과 설경구 역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전도연은 설경구에 대해 "늘 항상 '산 같다'는 표현을 한다.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닌데 옆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라며 "'길복순'에서는 훨씬 배려하고 기다려줬다"라고 전했다.

"전도연은 전도연이다"라고 강조한 설경구는 "액션 장면을 옆에서 봤는데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정말 안쓰럽고 걱정이 됐다. 그런데 그 한계를 넘더라. 그래서 '전도연이구나' 했다. '니가 아니면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라고 전도연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런 전도연이지만, 촬영할 당시엔 도전 그 자체였다. 그는 "마음은 날아다니고 싶은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때문에 고생을 했다"라며 "잘하고 싶어서 몸이 고장이 나더라도 쉬지 않고 채찍질을 하면서 극복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액션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배우들과 연습을 많이 하고 촬영에 들어가도 동작보다 감정이 앞서서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어려웠다"라며 "또 감독님이 롱테이크로 찍어서 무서웠지만, 해냈을 때의 쾌감도 컸다"라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길복순'에는 황정민이 특별출연해 무게감을 더한다. 전도연은 "선뜻 하겠다고 해서 시나리오 보고 하라고 오히려 만류를 했다. 그런데 '봐도 할 거고 안 봐도 할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황정민 씨가 액션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저는 합을 외우는데 시간이 걸려서 연습을 많이 하는데 황정민 씨는 뚝딱 하더라. 제가 배려도 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반대였다. 저의 첫 액션 촬영인데 저를 배려해주셔서 제가 민망하기도 했다"라고 황정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한국적인 정서를 가졌지만 블랙코미디 유머러스한 이야기 대사도 많다. 전 세계 관객들이 즐겨주실거라 기대한다"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길복순'은 오는 31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