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도현이 '더 글로리'에 이어 '나쁜엄마'로 다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눈빛에 깊은 감정을 담고, 상대 배우들과 완벽한 케미를 형성한 이도현에 안방 시청자들도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이도현 역시 '나쁜엄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연기 인생에서도 새로운 가지를 얻게 됐다고 말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 연출 심나연)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 분)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이도현은 강호 역을 맡아 라미란, 안은진, 유인수, 홍비라, 정웅인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감동과 웃음이 가득한 서사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나쁜엄마'는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1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얻으며 JTBC 역대 수목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도현은 라미란, 안은진과 애틋한 가족애를 그려내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디테일한 감정 연기는 물론 코믹, 스릴러, 로맨스 등을 오가는 폭넓은 장르 소화력을 과시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에 이도현은 지난 12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나쁜엄마'를 떠나보내는 소회와 함께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7세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둔 것은?
"서른아홉도 강호고 7살도 강호다. 그 둘 사이 괴리감이 어떻게 하면 없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억을 잃었을 뿐 둘이 다른 인물이 아니다. 그 부분을 잘 잡고 가고 싶었다. 어린아이처럼도 해보고, 초등학생으로도 해보고 다양하게 연기를 하면서 수위 조절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다."
- 목소리의 높낮이도 달라진 것 같다.
"아직 부끄러운데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톤 작업을 하고 있다. 목소리 공간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하라고 하셔서 연습하고 있다."
- '나쁜엄마' 속에서 성시경의 '두 사람'을 계속 불렀는데.
"죄송하다.(웃음) 저도 제가 노래를 왜 계속 하는지 모르겠다. 저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시상식에서도 하고 '더 글로리'에서도 했다. '나쁜엄마'에서는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최대한 상황에 맞게 하려고 했다. 미주랑 기타를 치며 부를 때는 어설픔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오히려 조금은 음치스럽고 서툴게, 급하게 준비를 한 것처럼 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악보도 다 외웠었다. 얼굴을 보고 부르는 거였는데 악보를 종이로 뽑아서 보고 부르는 콘셉트를 가져갔다."
- 뮤지컬 도전은 왜 생각을 하게 됐나.
"대학생 때부터 공연하면서 뮤지컬 하는 친구들을 경이롭게 봤다. 무대에서 노래, 춤, 연기 다 잘하니까 멋있어 보였고 무대가 주는 힘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러 가면 제가 힘을 받아서 나온다. 그래서 노래는 아직 못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연기 잘해'보다 '노래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레슨비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 라미란 배우가 '눈물 버튼'이라고 할 정도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된 것 같나.
"저도 어머니가 눈물 버튼인데, 꾸준히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준비를 엄청 해 가지 않아도 온전히 엄마만 바라봤을 때 오는 감정과 생각 등이 많더라. 혼자 준비해가는 것보다 폭이 깊고 다양하게 오가게 되어 연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상대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들이 이거구나', '이 사람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이거구나' 싶어서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
- 라미란 배우가 지금까지 아들 중 가장 좋았다고 극찬을 했다. 이도현 배우에겐 어떤 엄마였나.
"다음 작품을 하면 그 아들이 가장 좋다고 하실 거다.(웃음) 너무 좋은, 또 다른 엄마가 생겼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새로운 가치관을 알려줬다. 어떻게 이 일을 헤쳐나갈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제 삶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한 분이 된 것 같다. 아직도 저는 엄마라고 부른다.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시는데, 첫 리딩을 할 때 호칭을 어떻게 할지 물었었다. 그때 누나라고 하셨지만, 엄마와 누나는 거리가 있지 않나. 그래서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하게 된다."
- 선배들과 호흡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있나.
"저는 항상 같았다. 선배님들의 명성에 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쌓아온 커리어가 있는데 저 때문에 망치면 안 되지 않나.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아직 유지가 됐고 앞으로도 신인, 후배, 선배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임할 것 같다."
- '나쁜엄마'를 통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저도 강호처럼 성장했다. 반 강제로 학원을 보셨다. 저는 PD도, 당구장도 나쁜 곳인 줄 알고 컸다. 밤 10시면 집에 들어가야 했는데 새벽에 나갔다가 혼이 엄청 났다. 엄하게 자랐다. 반항도 많이 했다. 죄송하다. 크고 나서 보니 그런 어머니의 방식이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더더욱 그랬다."
- 강호의 톤을 잡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4~5번 정도 다양하게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 중에서 '강호야 이거 같다'라고 하시면 그 톤으로 갔다. 아이들과 촬영을 할 때는 더 어려지고 아이들화 된다. 우리가 조카를 만나면 말투가 달라지듯 똑같이 장난을 치게 된다. 순간 이래도 되나 했다가 친구 같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애들처럼 했다."
- 서진(박다온 분), 예진(기소유 분)이는 평소에도 그렇게 말을 하나?
"말 진짜 잘한다. 프로다. 연기 열정이 어마어마하다. 서진이 대사 중에 뇌졸중이 있다. 근데 이가 빠져서 발음이 안 되다 보니 엉엉 울었다고 하더라.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운다는 것은 성인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일이지 않나. 열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 신을 찍는데 계속 대사 연습을 하길래 물어보니 이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질 수 없지'라며 초심을 다잡았던 순간이 있었다."
- 안은진 배우와 과거 행복했던 신을 촬영할 때도 아이디어를 서로 많이 냈다고 하던데 실제 연애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 있나?
"반영이 안 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강호와 미주였다면?'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처음엔 '이렇게 하자' 하다가도 '사귄 지 오래 되었는데 이게 맞을까?' 하면서 스킨십이나 말, 행동 등을 바꾸고 조절했다. 아이디어는 은진 누나가 많이 냈고 반영이 됐다."
- 마지막 계단 키스신에서 가방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게 됐나.
"나중에 그 장면을 삼식이가 CCTV로 보지 않나. 삼식이가 보면 열 받아야 하니까 격하게 하겠다고 했다. 옷을 벗긴 좀 그렇고 가방 던지는 걸로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나왔다."
- 어머니는 '나쁜엄마'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여주셨나.
"작품이 시작되고 저를 강호라고 부르시더라. '더 글로리' 때도 주여정이라고 안 부르셨는데 '나쁜엄마' 하는 동안엔 '강호야,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냐'라고 하시더라. 그 정도로 어머니가 몰입해서 봐주셨다. 재방송까지 챙겨보시길래 물어보니 시청률 올려야지 하셨다. 그러면 재방송은 시청률 반영 안 된다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만큼 재미있게 보셨던 것 같다."
- 촬영장에서 안은진 배우와 카드 뽑기 가위바위보를 했다가 져서 계산한 것 같은데 얼마나 계산을 한 거냐.
"밥 내기 했다. 그때 많이 나왔다. 카메라 팀, 은진이 누나까지 세 팀이 했는데 많이 나왔다.(웃음) 그래서 나중에 유인수에게 복수를 했다. 인수는 휴게소 편의점이었는데, 4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저는 편의점이 아니다 보니 더 많이 나왔다."
- '나쁜엄마'를 통해 얻은 것은?
"또 한 명의 엄마를 얻었다. 그리고 저라는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친 것 같다. 저만의 연기에 갇혀 있던 이도현이 감독님과 배우들을 만나 '이렇게 연기가 할 수 있구나', '이런 방식이 좋을 수 있구나' 새로운 가지가 생겼고 물을 잘 줘서 꽃을 피울 때인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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