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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귀공자' 김강우 "할수록 어려운 연기, 그럼에도 사랑하는 일"


(인터뷰)배우 김강우, '귀공자' 한이사 役 통해 강렬한 존재감 발산
충혈된 눈·가운·맨발…김강우라 가능했던 섹시한 악역 진가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베테랑 배우 김강우에게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히는 것이 연기라는 것. 그러면서 연기를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 잘하는' 배우 김강우의 '겸손'이다. 이런 김강우가 20년 넘게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파고, 그 속에서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건 역시나 '사랑하는 일,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개봉된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신세계', '마녀' 시리즈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김선호와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열연했다.

배우 김강우가 영화 '귀공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김강우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마르코를 추격하는 한이사 역을 맡아 김선호, 고아라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극을 압도한다. 마음 먹은 건 어떻게든 이루고 마는 인물. 그래서 모든 악행도 당연하게 여기는 한이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에 김강우는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섹시한 악역'이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과 함께 연기의 의미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 첫 등장 당시 눈이 충혈되어 있다. 이것도 의도한 것인가.

"거의 잠을 안 자고 새벽에 나와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처단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피곤하고 나른해 보여야 했다. 충혈된 눈을 통해 예민함을 표현하려 했다."

- 후반 씻다가 나와서 가운을 걸치고 쭉 대치한다.

"사실 맨몸으로 가려고 했다. 급하다 보니 옷이고 뭐고 알몸으로 뛰쳐나온다. 그만큼 화가 난 거다. 그래도 가려야 하니까 가운을 입게 되는데, 타올이 아니라 가운을 줘서 고맙더라.(웃음) 가운은 원래부터 설정이 되어 있었다. 디자인도 그렇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엔 단순한 호텔 가운이었는데 포스가 있는 디자인으로 특별 제작을 했다."

- 그렇다 보니 맨발로 액션을 다 해야 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 '슬리퍼 정도는 신어야 하는 거 아니냐' 건의를 했는데 '상남자는 맨발로 가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신발을 안 주시더라. 그래도 요즘은 유리 파편도 특수 제작이 되어서 덜 위험하긴 했다."

'귀공자' 김강우가 한이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NEW]

- 자동차 추격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연기는 어땠나.

"힘들었다. 운전하면 감정 표현이 되는데 뒷자리에서 화를 내고 표현하는 것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내 목적에 문제가 생기니까 직접 움직여야 하는 다급함이 있었다."

- 섹시한 악역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봤을 땐 섹시하지 않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인물의 섹시를 의도해서 되는 건 아니다. 특히 한이사는 그런 것을 계산하면 오히려 싼티 나 보이지 않을까 싶다. 순간순간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휴대폰을 건넬 때 이렇게 했을 거야, 이런 상상의 과정으로 만들었다."

- 인물을 구축해갈 때 어디서 봤을 법한, 현실감을 입히기도 해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갔나.

"저는 어떤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 하나만을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지는 않는다. 살면서 쌓아온 기억을 꺼내고, 동물에서도 많이 따온다. 전 사실 기억력이 좋지 않은데 그런 것은 기억이 난다. 실제 내가 봤던 인물을 통해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간다."

- 동물에서 따오기도 했다고 했는데, 한이사는 어떤 동물을 떠올렸나.

"갈퀴가 날리는 사자 느낌이었다. 앞뒤 안 가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사자. '간신' 때는 늑대였다."

- '귀공자'에 이어 '폭군'까지 연달아 박훈정 감독과 함께 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커서 두 작품을 연달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바로 이어서 작품을 하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 중간에 다른 작품이 있다면 전작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비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색깔의 느낌을 가진 캐릭터를 연출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작품보다는 전작과의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한 것은 있지만 대본을 보고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배우 김강우가 영화 '귀공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 2002년 '해안선'으로 데뷔해 벌써 21년이 흘렀다. 그동안 '잘했다' 혹은 '고맙다' 하는 시간이 있다면?

"계속 작품을 하다 보니 21년이 금방 간 느낌이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특정 시간이나 순간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매 작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이다."

- 김강우 하면 연기 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베테랑 배우이지 않나. '연기 잘한다'라는 표현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인데, 배우 스스로는 어떤지 궁금하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가 썩 나쁘지 않으니까 20년 넘게 이 일을 한 것이겠지만,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연기를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은 해봤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게 했던 건데,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일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넘게 하고 있는 것이고, 보람도 있다."

- 그렇다면 김강우에게 연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데, 힘든 과정에 비해서 정상에 있는 순간이 짧다. 끊임없이 봉우리를 넘고 내려오고를 반복한다. 연기도 그렇다. 이 일이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도, 음악가도 그렇다. 한 번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안에서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는데 이걸 이겨낼 수 있는 건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기에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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