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다. 자신의 장기를 다 때려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원하게 밀어붙이는 '밀수'다. 그 안에서 배우들도 자유롭게 유영하며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캐릭터 맛집이자, 올여름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밀수'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1970년대,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녀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 분)는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 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진숙은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다.
처음엔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금괴를 손에 넣기 직전 세관에 적발이 되고 가족을 잃는 큰 사고를 겪는다. 그렇게 진숙은 교도소로 가게 되고, 춘자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3년 후 사라졌던 춘자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 분)와 함께 군천으로 돌아온다.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리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시원하다. 진숙과 춘자가 밀수를 통해 돈을 벌었다가 위기에 빠지고 오해 속에 인생이 달라지는 과정이 속전속결로 펼쳐진다. 유쾌한 장면 전환과 색깔이 명확한 캐릭터의 향연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누구 하나 빼놓으면 섭섭하다 싶을 정도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넘치는 개성과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그야말로 '캐릭터 맛집'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기본 동력이다. "데뷔 후 가장 상스러운 역할"이라는 김혜수의 설명처럼, 춘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으로 판을 쉴 새 없이 뒤흔든다. 마치 '바비의 실사판' 같은 형형색색의 의상과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안긴다. 또 만나는 상대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김혜수의 목소리 톤과 표정, 눈빛, 그리고 텐션은 쫄깃한 재미를 선사한다.
진숙 역의 염정아는 리더다운 카리스마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으로 눌러 담는 에너지가 강한 편. 그렇기에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고, 연기하기도 어려운 캐릭터다. 하지만 염정아는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진숙이 가진 진중함과 책임감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극의 밸런스를 꽉 잡아준다. 특히 "아가리 찢어버리겠다"라며 춘자에게 칼을 들이대는 장면은 JTBC '스카이캐슬'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렬하다.
무엇보다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 투톱 영화로 기대를 모은 작품. 그렇기에 두 사람이 보여주는 뜨겁고 끈끈한 워맨스 호흡은 '밀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서로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고백하기도 하면서 손을 맞잡는 두 사람의 케미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이 언니들 너무 멋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권 상사로 돌아온 조인성의 활약도 눈부시다.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조인성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후반부 권 상사의 휘몰아치는 액션신은 눈 뗄 수 없는 몰입도를 자랑한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위기 속 순간순간 보이는 조인성의 섹시한 눈빛과 표정에 탄성이 터진다.
'밀수'의 또 다른 수확은 장도리 역 박정민과 고옥분 역 고민시다.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킨 박정민은 이번 장도리로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짜증 연기'의 일인자다운 면모는 '밀수'에서도 유효하다. 매 신 강렬한 짜증 연기에 표정까지 맛깔스럽다. 분명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상이지만, 박정민이기에 짠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고민시 역시 엄청난 내공의 선배들 사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박정민과 함께 웃음까지 책임진다. 그야말로 신스틸러,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고민시다.
이런 배우들이 한데 뭉쳤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밀수'다. 특히 끝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반전에 막판 해녀들의 수중 액션은 '밀수'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OST까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더운 여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줄 역대급 여름 영화의 탄생이다.
7월 26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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