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눈빛부터 남다르다. 첫 만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부부 케미를 완성한 박서준과 박보영이다. 가족과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 두 사람 덕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지난 9일 개봉 첫날 2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냈다.
이병헌이 외부인들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 역을, 박서준이 아파트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민성' 역을, 박보영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명화' 역을 연기했다. 여기에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합세해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박서준과 박보영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부부 호흡을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영탁을 만나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완전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영탁, 명화 사이에 선 민성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을 대표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가장 크게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박서준은 이런 민성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세상을 바라보며 짓는 황망한 표정과 눈빛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소시민의 마음을 대변한다. 또 극 초반 등장하는 명화와의 황도신은 짧은 장면임에도 명화를 향한 민성의 애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 장면만 보면 여느 로맨스물 못지않다 싶을 정도로 달달하고 애틋하다. 그렇기에 아내를 지키기 위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민성과 이후 펼쳐지는 비극적인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런 박서준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민성은 영탁과 명화에 비해 에너지를 내뿜지 않는 역할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이입해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라며 "하지만 그것이 쉬운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관객들은 영탁이나 명화에게 이입하기도 하겠지만 민성을 제일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기를 정말 잘해줬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박보영은 명화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뽀블리'의 귀여운 매력은 지우고 진중하고 깊이감 있는 모습으로 인간애를 담아냈다. 웃음기를 지워낸 박보영은 순간순간 명화가 아닌 박보영이 튀어나와 애를 먹었다고 했지만, 밀도 높은 감정 열연과 묵직한 존재감은 박보영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케 한다.
물론 명화라는 인물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행동하는 이들과 달리 계속 다 같이 잘 살자는 말만 하는 명화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지고 타인을 돕는 '착한' 캐릭터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명화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만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담아낸 인간 군상이 다양하고, 그렇기에 여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엄태화 감독은 "명화도 남편을 지키기 위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착하고, 남편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이 광기로 변한다. 그렇게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을 주고 싶었다. 그 부분에 이입이 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관객들이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인물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명화를 심도 있게 그려낸 박보영의 열연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8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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