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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이준호·도경수 부럽다"는 설경구, '선입견·조언NO' 선배美


(인터뷰)배우 설경구, '더 문' 전 우주센터장 재국 役 몰아치는 감정 열연
"웅장하고 오싹했던 '더 문' 완성도, 시행착오 있더라도 도전해야 발전한다"
"동료 배우 없이 혼자 사투 벌인 도경수 고생 느껴져 '난 날로 먹었구나' 생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준호부터 도경수까지,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꽤 많이 맞춰온 설경구가 배우와 가수 활동을 놓지 않고자 더 많은 노력을 하는 후배들이 대단하고 부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더 문'에서 홀로 사투를 벌인 도경수의 연기를 보고는 "난 날로 먹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후배의 열연을 극찬했다.

지난 2일 개봉된 '더 문'(감독 김용화)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을 달성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설경구가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설경구는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를 구하려 애쓰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 역을 맡아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등과 극을 이끌었다. 재국은 선우의 아버지인 기태(이성민 분)와의 아픈 과거로 센터를 떠나 소백산 천문대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다 선우의 소식을 듣고 센터로 돌아와 간절하게 선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 속 상황으로 인해 도경수는 물론이고 NASA에 있는 문영 역 김희애와도 직접적으로 호흡하지 못했다는 설경구는 베테랑 배우답게 극의 무게중심을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물론 성적만 놓고 봤을 땐 당연히 아쉽다. 아무리 극장 상황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더 문'이 개봉 3주 동안 얻은 총 관객수 50만 명이라는 결과는 안타깝다. 하지만 '더 문'이 경이로운 우주 비주얼을 통해 보여준 대한민국의 한층 발전한 기술력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누군가는 도전을 해야 발전을 한다"라는 설경구의 말처럼 '더 문'이 한국 영화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여기에 설경구와 도경수가 각기 다른 공간에서 그려낸 묵직한 열연, 만나지 않아도 전해지는 깊은 교감이 마음을 진하게 울린다.

이에 설경구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더 문'의 놀라운 완성도에 대한 소감, 도경수를 비롯해 이준호, 임시완 등 함께 호흡했던 아이돌 출신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 '더 문'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솔직하게 밝혔다.

- '더 문' 완성본을 보니 어땠나.

"만족했다. 궁금함이 컸는데, 애를 많이 쓴 것이 다 담겨서 웅장하고 오싹했다. 감사했고, 전체적인 내용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우주 비주얼 완성도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 오싹함은 어떤 지점을 말하는 건가.

"제 연기는 아니고, 도경수가 달에서 위기를 겪을 때 오싹함이 있었다. 끌려다니지 않나. 그런 장면을 볼 때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 도경수 배우와는 정말 짧게 만나는데, 어떤 식으로 연기했나.

"만나는 건 3회차 정도로 짧았다. 도경수가 촬영을 먼저 해서 그걸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소통하는 건 아니고, 찍어놓은 것을 보고 연기했다. 달이나 쭉 연결한 화면은 언론시사 때 처음 봤다."

배우 설경구가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김용화 감독의 연출은 어땠나.

"교신할 때 저는 경수의 톤을 모르니까 감독님이 노트를 준다. 그것에 대한 수위 같은 것도 말해주셨다. 달 뒤쪽에서 앞으로 나올 때 '제발', '제발'이라고 하면서 몰입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다시 하자고 하더라. 거기까진 생각 못 했었는데, 감독님이 '기태와의 관계를 필름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저에게는 깊이 와닿더라."

- 재국은 용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적인 인물이지 않나.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단순하게 '귀환시켜야 한다'였다. 원죄가 있다 보니 구원받을 생각은 없었다. 선우와 아버지 둘 사이 다리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사실을 얘기하는데, '돌아와라'가 아니라 죽더라도 이건 알고 죽으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절박했던 것 같다. 당사자는 없고 아들에게 고백해야 하는 것이라 저의 심정은 비참했다. 하지만 부자지간을 화해시키고 싶은 마음에 고백을 한 거다."

- 재국이란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나.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라서 그걸 보고 달려갔다. 촬영하는 데에는 답답함이 있다. 무기력한 존재 같다. 대우주, 달 앞에서 초라한 한 인간이 재국 아닌가. 센터장이 될 만큼 이 바닥에선 지식이라고 해도 우주선을 쏘아 올린 후에는 할 일이 없는 나약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은 편이지만, 이야기 구성에서의 우려 지점은 없었나.

"없었다. 떠난 동료의 아들을 구한다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사람 관계까지 복잡하면 힘들어질 수 있기에 일부러 단순함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는 '탑건: 매버릭'을 극장에서 보면서도 이야기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단순하고 비슷하더라. 우주 쪽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지구 쪽은 단순화시킨 것 같다."

- 평소 SF 장르를 좋아했나.

"썩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다. 280억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달과 우주를 구현할 때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걸로 똑같은 퀄리티를 뽑아내야 하는데, 김용화 감독은 만들 것 같았다. 그 단계를 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안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저는 그것을 해낸 것이 다행인 것 같다. 보는 내내 달, 광활한 우주라는 것을 잊고 봤다."

(왼쪽부터)김용화 감독-배우 도경수-김희애-설경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언론시사회 후 "도경수의 연기를 보고 날로 먹은 것 같다"라고 했다.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어떤 마음이었나.

"연기할 때는 날로 먹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센터 일이 '작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일도, 지시 내릴 것도 없더라. 센터에서 연기할 때 답답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경수가 진짜 고생을 많이 했겠다 싶더라.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엔 경수도 표함이 된 거다. 동료 배우 없이 혼자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고, 달에 내려서는 유성우를 피해 뒤집히고 끌려다니며 사투를 벌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말을 하게 됐다."

- 도경수 배우뿐만 아니라 이준호, 임시완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꽤 많이 작업했다. 선배로서 바라본 그들은 어땠나.

"이준호는 '감시자들'에서 처음 연기를 했다. 설현은 '살인자의 기억법', 임시완은 '불한당', 박진영은 '야차' 그리고 도경수까지 다섯 명과 같이 했는데 다 좋았다. 아이돌이 다 연기를 하는 건 아닌데, 이들은 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고 가수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부러웠다. 저는 가수를 못 하지 않나. 그리고 두 개를 하려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다."

- 같이 연기를 하면서 생각과 다른 지점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나.

"예상을 안한다. 선입견을 가지고 만나지 않았다. 저랑 같이 연기할 배우로 보는 거지 가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도경수도 배우로만 보였다. 오히려 가수 활동을 하는 영상을 보면 다른 것 같다. 그쪽이 낯설고 배우로서가 더 편하다."

-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나.

"아니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내 것을 남에게 심어주는 것은 삼간다. 전혀 할 얘기가 없고, 알아서 다 잘한다."

배우 설경구가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영화에서는 거의 만나지 않지만, 홍보 활동을 보면 도경수 배우와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이 비슷한 점이 있다. 경수에게 평소 뭐하냐고 물으면 집에 있는다고 한다. 저도 그렇다. 저도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생각만 하지 말로 뱉지 않는 편이다.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있다."

- 김용화 감독과 첫 작업이었는데 어땠나.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진도를 내다가 하나 빡 꽂히면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제어를 못 한다. 소년 같은 면이 있다. 반응도 즉각적이다. 좋으면 소리를 지른다. 포커페이스 하는 감독도 있는데 김용화 감독은 바로바로다. 조한철 배우는 코믹 담당이었고 재미있는 신이 많았지만 톤이 안 맞아서 편집됐다. 감독님이 너무 재미있었는지 너무 웃어 급기야 운다. 그렇게 반응을 해주니 배우는 신이 나서 할 수 있는 거다."

- 아이들에게 '더 문'을 보여주고 싶다는 반응도 많았다.

"가족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김희애 씨 어머니가 40년생이신데 언론배급시사회 때 오셨다. 대기실에서 만났는데 경수 팬이라고 하시더라. 빨리 보고 싶어서 오셨다고 해서 '진짜 감각 있으시다'라는 얘기를 했다. 영화를 보시고도 신선하게 느끼셨다. 대전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관계자들이 감동적이라고 하더라. 달을 이해하는 센터 입장에서 보셨을 것 같은데 그렇게 잘 표현해줘 고맙다고 해주셨다. 아이들 역시 잘 봤더라. 교육까지는 몰라도 체험을 해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것 같다."

- 사실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변화된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바가 많을 것 같다. 그 속에서 '더 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로 인해 많이 바뀌었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언제는 위기가 아니었나. 스크린 쿼더 때는 길거리에 나가기도 했다. 좋은 일도 많았다. K콘텐츠 위상이 높아졌고 영화제에 갔을 때 한국이라고 하면 다르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하더라. 그 가운데 '더 문'은 한국 영화가 우주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발전을 한 것 같다. 시행착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시작해야 계속 발전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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