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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유일무이'한 김혜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배우 김혜수, '밀수' 춘자役 맡아 염정아와 70년대 해녀 변신
공황 이겨내고 수중 촬영, 이마 찢어지는 부상에도 서로 응원하며 이뤄낸 '밀수'
"배우마다 다른 기질과 장단점, 유연한 배우 부러워…난 힘찬 배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김혜수만큼 '유일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연기도 미모도 인성도, 모든 것이 독보적이다. 스태프들이 뒷정리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일일이 챙기며 때만 되면 선물을 보낸다는 김혜수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질문하거나 작품 평을 하는 기자의 눈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답을 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캐치하고 더욱 큰 힘을 낼 수 있게 독려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김혜수의 배려와 진심은 그가 왜 오랜 시간 톱스타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김혜수다.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했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70년대를 배경으로 해녀들의 밀수판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쫄깃하게 담아낸 '밀수'는 지난달 26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 흥행을 이어왔고, 8월 27일 기준 4,964,40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 4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선 '밀수'는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 속 500만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동시에 해외 영화제 러브콜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의 기록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혜수는 '밀수'에서 춘자 역을 맡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패션과 헤어, 그리고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을 장악했다. 진숙 역의 염정아와 남다른 케미를 형성하는 동시에 권상사 조인성과는 로맨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특히 김혜수는 염정아, 조인성 뿐만 아니라 장도리 역 박정민, 고옥분 역 고민시 등 호흡하는 캐릭터마다 다른 연기 톤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역시 김혜수’라는 찬사를 얻었다.

다음은 김혜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처음 '밀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캐릭터 앙상블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관계성이 어떻게 풀리고 발현되고 밸런스가 완성이 되느냐에 따라 재미가 다르고 원하는 목적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 공황 상태로 인해 물에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이 됐나.

"그 당시엔 저도, 제작진도 몰랐는데 공황 상태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궁금해서 상담했는데 몸을 통제 못 하면 그게 온다고 하더라. 해녀팀이 3개월 준비를 할 때 저는 못 했다. 공황만 안 오면 수영도 하고 물속에서 편하다. 그래서 공황만 안 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테스트하면서 물을 보는데 약간 이상하더라. 어쩌나 했는데, 배우들 한 명 한 명 너무 잘하더라. 해녀들도 검수한다고 와있는데 캐릭터에 맞게 기가 막히게 하더라. 분명 이상한 상태였는데 '와!' 이러다가 (공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팀워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이마가 찢어지기도 하고 멍도 드는 등 부상도 많았던 것 같은데 어땠나.

"안전에 초긴장 상태였다. 안전 요원이 배치됐고, 의료 스태프도 있었다. 그럼에도 촬영하다가 손으로 쳐서 입술이 찢어지고 터졌다. 그래서 입술이 부어서 나왔더라. 저나 염정아 배우를 비롯해서 많은 배우가 물에 있다 보니 살이 약해져 많이 다쳤다. 생각과 의지대로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배 타고 나갈 때 선크림을 발라도 새빨갛게 타기도 하고 귀 뒤도 새빨개진다. 살이 쓸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건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큰 사고 없이 굉장히 조심했다. 하지만 하나도 안 힘들었다. '너무 힘들지만 해야 해'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하는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다치면서도 응원하고 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선 이마를 많이 다쳤다. 수경을 쓰고 장비에 부딪혔는데 깨지면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정말 잘 아물었다. 그림자가 보이긴 하는데 조명을 잘 쓰면 화면엔 안 보인다. 쇳덩이 장비에 부딪혔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춘자와 진숙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했나.

"진숙은 작은 해안가 마을에 배를 가지고 있는 선장의 딸, 금수저다. 진숙이 가진 성정은 해녀의 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진중한 인물이다. 해녀의 생계를 책임지고 인간적인 의리가 있다. 춘자는 혈혈단신 늘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이용당하고 상처를 받았고, 생존하려 하는 캐릭터이다. 군천에 흘러든 춘자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주는 인물이 진숙일 거다. 진숙은 춘자에게 친구 그 이상이다. 가족이자 전부일 수 있다. 두 사람이 그 사건 이후 처음 군천에서 만났을 때 진숙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고, 춘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나 알잖아' 그 마음이었다.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 정말 많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필요한 만큼 디벨롭을 했다. 대본엔 그 대사가 아니었다. '너 나 모르냐?' 이건 제가 의견을 드린 거다. 확인하고팠고 하고 싶었던 말이 뭘까 하다가 '이거야' 했던 것 같다. 진숙은 가족을 잃고 춘자는 전부인 진숙을 잃었다. 그래서 오해를 풀 수 있는 때를 기다린 것 같다. 군천으로 돌아가려 한 것은 밀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숙과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 그렇기 때문에 춘자와 진숙이 물속에서 손을 맞잡으면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이 더 뭉클하게 나온 것 같다.

"대본 속 글로 봤을 때도 그 이미지에서 뭉클하고 우직한 관계의 힘을 느꼈다. 업이지만 생존이 기본이다. 서로가 밀고 당겨주는 관계에서 시작해 더 강렬하게 밀고 당기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스타일도 인상적인데 어찌 보면 혼자 과장되고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고민되는 지점은 없었나.

"군천의 항구 마을을 그리다 보니 70년대 패션이나 문화 흐름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춘자는 서울에서 고가의 특수 모피, 사치품을 거래한다. 그런 사람이다 보니 볼거리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70년대 서울에선 남자들도 병 걸릴 정도로 꽉 끼는 바지를 입고 머리도 과장됐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당시 제 머리가 짧았다. 가발로 자연스럽게 연출을 했는데 춘자의 키워드를 저는 생존이라고 생각했다. 외롭고 언제든 떠나야 할 사람이라 그런 외형은 생존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또 진숙이 가발을 만드는 장면이 초반에 나오는데, 진숙은 가발을 만들고 춘자는 그걸 쓴다. 일부러 연결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연결점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 춘자와 권상사의 관계를 멜로로 보기도 하는데, 연기할 때는 어떻게 설정을 했나.

"상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관계다. 자신의 목적이나 생존을 위해서는 뭐든 가능하다. 그러다 예측하지 않은 상황,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때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거부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찰나를 연기하고 싶었고 과하지 않아야 했다. 그건 감독님이 조절하셨을 텐데, 그렇게 머리로 설정하지 않았던 감정이 재미있는 것 같다."

- 여성의 연대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성 투톱 영화로 소개가 됐지만, 캐릭터 간의 관계성, 앙상블이 중요하다. 여성들이 부각된다고 하면 팀워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인성, 박정민 등 모든 배우와 보이지 않지만 물 밑에서 안전을 책임진 분들, 일당백 했던 모든 스태프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투톱이라고 보인 비중이 좀 더 많았을 뿐, 모두가 함께했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물속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숨을 참고 말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느끼는 연대감, 정말 새롭고 특별했다. 정말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쳤고, 촬영장엔 집중과 웃음의 여유가 공존했다. 배우와 연출자, 스태프들이 자기 일에 완벽하게 집중했기에 웃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조인성 배우의 액션 장면은 제작보고회에서 언급한 대로 멋짐이 폭발했다. 섹시하기까지 했는데 촬영을 할 때 어땠나.

"저보고 다들 칭찬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본 그대로 말하는 거다. 연기할 때 상대의 눈을 보고 연기한다. '눈이 잘생겼어'가 아니라 권상사의 눈이 강렬하다. 힘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압도적인 것을 느꼈다. 액션 영화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 격렬한 액션신에 있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완전 깜짝 놀랐다. 움직이나 소리,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심장이 너무 뛰더라.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모니터로 보는 건 다르더라."

- 염정아 배우가 자신의 단점을 채워주는 배우였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좋은 배우라도 모든 영화에서 다 좋을 순 없다. 배우마다 기질이 다르고 강력한 무기와 단점들이 있다. 고유성인 것 같은데, 저 스스로 어떤 고유성을 가졌는지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저는 유연한 분들이 부러웠다. 각자 장점이 있지만, 신이 아닌 한 한 사람이 모든 걸 가질 수 없고,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한들 모두를 환호하게 하는 장면을 만들 수 없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보여줘야 하고, 그 캐릭터는 작품 내에서 존재한다. 또 수많은 사람과의 작업을 통해서 나온다. 힘이 느껴지는 것이 좋지만, 불필요한 것은 상대에게 부담과 불편을 준다. '힘을 줘야지', '힘을 빼야지' 생각하진 않지만 전 힘찬 배우인 것 같다.(웃음)"

- '밀수가 배우 김혜수에겐 어떤 의미이며, '밀수'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늘 작품을 시작하기 전 나의 정체성, '이 일을 하는 나는 뭔가'를 생각한다. 이번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었고 그게 너무 좋았다. 팀원으로서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해녀가 수중에서 활약하는 영상을 담은 건 지구상에 없다. 유일무이하다. 이런 소재를 이렇게 구현할 수 있는 감독도 없다. 이건 단언할 수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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