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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안기부와 남산돈가스집"…강풀, '무빙'의 숨은 1센티


디즈니+ '무빙' 원작자 강풀 인터뷰
"500억 대작? 제작비 몰라…하고 싶은 것 다 했죠"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500억 대작? 저도 정확한 제작비는 몰라요. 제작비는 작가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며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고 해서 정말 다했어요."

하늘을 나는 초능력자, 100대 1로 싸움을 하는 괴력의 사나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히어로들이 만화를 찢고 나왔다. 각 캐릭터들의 깊은 서사로 스토리는 더 풍성해졌다. 강풀 작가가 "원작보다 낫다는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라고 반응할 만큼, 상상 속 인물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됐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회차가 공개될 수록 반응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11회까지 공개된 '무빙'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에 랭크됐고, 미국 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웹툰 '무빙'의 작가이자 동명의 드라마 각본을 쓴 강풀은 "만화 그릴 때 제 댓글을 안 봤는데, 요즘은 생활이 바뀌었다"고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빙'을 검색해봐요. 제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비교 대상이 원작인데, 그런 반응이 만화한테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좋습니다."

동명의 웹툰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회를 넘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앞서 강풀 작가의 원작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등이 영화화 된 바 있으나, 직접 드라마 대본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직접 쓸 생각은 없었으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그를 끌어당겼다.

"다른 작품이 영화로 제작될 때는 심지어 시나리오가 와도 안 봤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겠다고 했어요. 만화는 내것이지만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는 호흡이 긴 데다, '무빙'은 애정이 남달랐던 작품이었어요. '무빙'은 트리트먼트 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내다가 '한 번 직접 해보실래요?'라고 했다어요 안해본 것이라 고민이 됐죠. 그래서 역으로 '제가 써볼테니 보고 판단해달라'고 제안하고, 제 방식대로 썼어요."

"예전에는 평가에서 자유로웠다면, '무빙'은 제가 책임을 지고 가장 먼저 앞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야기가 중요한건데 잘못되면 내책임이라는 생각을 했죠. 누구보다 원작을 잘 알고 있고 고민했는데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까 고맙죠. 중요한 건 제 투박한 극본을 제작진이 다듬어줬어요."

'무빙'은 20부작으로 완성됐다. 강풀 작가는 약 2년 여라는 긴 시간을 각본 작업에 투자하며 장대한 서사를 풀어냈다.

"만화는 어쩔 수 없이 덜어내는 부분이 있어요.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경우가 많죠. 만화는 아무리 여백을 준다고 해도 작가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드라마 '무빙'에는 시간에 쫓겨 만화에 넣지 못했던 것들을 넣었어요.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강풀 작가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

"굉장히 고민도 많았어요.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는데 시대가 점점 변했어요. 이제 사람들이 서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미드폼 숏폼, 릴스처럼 짧은 것을 좋아해요. 저는 개개인의 서사가 중요했어요. 대부분 인물이 사건을 만나서 결말을 가는 형태인데, 누구나 사건은 쓸 수 있으니 인물이 중요하다 생각했죠. 인물의 서사를 풀려면 지루해할텐데, 그것을 끌고 가는 것이 재미밖에 없었어요. 쓰고 난 뒤에 '나만 재미있으면 큰일인데' 대중과 맞춰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무빙'은 5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알려졌다. 강풀 작가 역시 직간접적으로 제작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전 정말 정확한 제작비를 몰라요. 하고 싶은 건 많고, 저지르고 싶은데 제작비로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살짝 쪼그라드는 게 있었죠. 근데 박인제 감독님이 일단 쓰라고 했어요. '제작비는 작가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다 했어요.(웃음)"

'무빙'은 자식과 부모 세대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는 작품으로, 지난 8화부터 안기부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안기부는 블랙요원 두식(조인성 분)과 정보분석관 미현(한효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배경인데, 요즘 10,20대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근대 역사를 조금 더 담고 싶었어요. 완전히 픽션이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사건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서 안기부를 다루게 됐어요. 안기부가 쇄신이 돼서 국정원이 된 걸 요즘 분들은 많이 모르시더라구요. 12화에 그런 내용이 나와요(웃음)."

'무빙' 조인성 한효주 스틸. [사진=디즈니+]
'무빙' 조인성 한효주 스틸. [사진=디즈니+]

두식과 미현의 데이트 장소인 '남산 돈가스'는 드라마 인기를 타고 MZ세대들에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강풀은 "난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웃었다.

"안기부가 남산에 있다보니까 (데이트 장소가) 돈가스 집이 됐죠. 한국만화가협회 사무실도 남산에 있고 예전 안기부 건물이었어요. 지하를 아직도 못 들어가는 걸로 알아요. 음산하기도 하고. 드라마에선 안기부가 중요한 요소인데, 미현과 두식이 어디서 데이트를 할까 생각해보니 남산 돈가스집이 나온거죠."

'무빙'의 전반부는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부모와 그들의 초능력을 이어받은 자식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으며, 중반부터는 능력을 감춘 부모 세대의 사연과 비밀을 그려내며 시선을 집중 시켰다.

"지금까지 7화까지는 자식들 이야기, 14화까지 어른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와요. 후반부에는 자식과 부모의 이야기가 합쳐져요. 이들이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남아있죠. 남은 5화의 이야기는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개개인의 서사는 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랄가. 원작에 없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무빙'이 끝나면, 한 2~3개월 뒤에도 작품을 보셨던 분들이 '8~9회 또 볼까?'란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에피소드마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무빙' 이후 강풀에는 많은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만화가에서 시나리오 작가로도 성공적인 변신을 한 그는 오리지널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반응이 좋으니 제안이 많이 와요. 전 스스로를 만화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 '무빙' 시나리오를 쓸 때는 외도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시나리오를 반쯤 쓰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내 본업이 이야기꾼이라면 만화든 영상이든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요. 앞날은 모르겠어요. 9월 20일에 '무빙' 마지막 세 편이 나오는데 그 때 행보가 정해지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고 여전히 긴장하고 있어요. 머릿속을 많이 비우려고 합니다."

'무빙'은 현재 11화까지 공개됐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두 편씩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후 마지막 18화와 19화, 20화는 3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강풀 작가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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