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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년] 변승민 대표, '콘유'로 글로벌 도약 "어느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


[2023엔터 설문조사] '콘크리트 유토피아', 올해 최고의 영화 1위
(인터뷰)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뚝심과 믿음으로 이뤄낸 성과

고품격 엔터테인먼트 경제지 조이뉴스24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9월18일부터 25일까지 2023년을 빛낸 드라마, 예능, 영화, 배우, 가수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엔터테인먼트사·방송사 재직자, 영화 및 방송 콘텐츠 제작자, 연예부 기자 등 업계 종사자 2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부문별로 소개한다.[편집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설문 결과 34표를 얻어 올해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것.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올여름 최고의 영화"라는 호평을 얻었으며, 최종 스코어 384만 명을 기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향한 열렬한 관심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취리히 영화제, 시카고 국제영화제, 런던아시아영화제 폐막작 선정 등 연이어 해외 영화제 공식 초청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최근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난 변승민 대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택받은 것에 대해 "물리적인 수치들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이 오랫동안 회자해주셔서 만든 사람으로서 기쁘다"라며 "수상 이벤트가 있어서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계속 해외 영화제를 다니고 있는데 한국과는 또 다른 부분에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와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창작 활동에 대한 좋은 에너지, 응원, 그리고 질문을 가지게 되는 시점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정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있을 시상식에서도 수상 소식이 들려올 텐데, 이 작품을 처음 선택할 때 자신이 있었나?

"캐스팅 전후 자신감이 달랐다. 재난이라는 소재가 있지만 기존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낯설어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낯설 수 있는 장르나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선 대중적으로 흡입력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접점을 만들어주는 키가 됐다. 흥행이나 영화제 성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걸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논쟁을 하고 이야깃거리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개봉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우리가 만든 것이 확장되는 것이 실현됐다."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반응도 있었나?

"인물별로 어디에 공감할까 했었다. 이병헌 배우가 연기한 영탁은 낙차가 큰 캐릭터이고, 일정 부분 이야기를 강하게 끌고 가면서 잘못하면 영탁 위주로 쏠리면서 다른 서사나 입장 자체의 공감이 덜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다른 배우들이 잘 만들어줬다. 밸런스 있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명화, 민성은 물론이고 부녀회장, 혜원까지 공감도가 고르게 분포됐다."

- 앞서 엄태화 감독은 "재난 이후의 상황이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없애고자 지붕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대표님이 어이없어했었다"라고 말했었다. 게다가 3층 높이의 아파트를 실제로 만들기도 했는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을 만드는 건 제작자의 의무이자 큰 숙제였다. 기술적으로 돔구장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폭우나 햇빛, 기후 변동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힘들긴 했어도 작품을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지점이었다. 3층 높이 아파트도 그렇고 구조물 전체를 근접하게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이 영화는 '진짜'가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 인물들 설정 자체가 현실이 아니다. 진짜 같이 보여주기 위해서 꼭 선택해야 했다."

- 엄태화 감독은 정말 디테일의 끝판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지켜본 엄태화 감독은 어떤 감독인지 궁금하다.

"게시판에 사람을 찾는 내용까지 디테일했다.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다 챙겼다. 관객들은 못 보겠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몰입도가 달라진다. 타협 없이 선택하는 부분에서 연출자로서 존경받을 만하다. 대한민국 현실을 묘사하는 디테일도 있지만, 그 외의 것을 표현하는 상상력, 캐치 능력이 뛰어나다. 사실성과 허구성의 밸런스, 공감 가고 보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잘 배합하는 감독이다. 더불어 긴장감 있는 요소로 만드는 서사뿐만 아니라 블랙코미디, 사회 풍자를 부담스럽지 않게 주제 의식에 반영하는 것도 뛰어나다. 엄태화 감독은 고요하지만 강한 카리스마,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한여름에 찍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입김까지 완벽하게 한겨울을 표현했다.

"입김을 CG로 하나하나 다 만들었다. 말투에 따라서 디테일하게 수정을 하면서 세밀하게 구현해냈다. 한여름이라서 주연 배우보다는 보조 출연자의 추위 표현이 쉽지 않았는데, 그들은 카메라에 안 잡힐 때도 추위 표현을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축복받았구나' 생각했다."

-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안구를 갈아 끼웠다고 할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를 해준 이병헌 배우를 필두로 박서준, 박보영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앞서 캐스팅 언급도 해주셨는데, 결과적으로 뿌듯함이 클 것 같다.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황궁아파트 주민들 모두 여러 활동을 통해 커리어를 많이 쌓은 배우들이 앙상블을 맞췄다. 각기 다른 영화,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분들인데, 주고받는 에너지의 합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앙상블에 신경을 많이 썼다."

- 토론토, 시체스영화제에 초청이 되기도 했는데 각각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토론토는 이민자가 많은 곳이다. 각양각색의 민족, 국가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이 작품은 아파트, 내 집에 대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큰 문맥으로 작용한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것도 다를 텐데, 다양한 해석으로 풍부해졌다. 시체스영화제는 장르 영화제다. 블랙코미디 요소를 엔터적으로 즐기고, 반대로 유머로 넣은 것을 진지하게 보기도 했다. 장르적 쾌감이 있을 때 박수와 웃음이 나오는데, 심각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더라. 특히 영탁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선 환호성이 나왔다. 영화 자체 무드를 따라가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장면에서 리액션을 크게 한다. 관객들이 주인공이 되어 소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부일영화상 수상 당시 엄태화 감독, BH 손석우 대표, 이병헌, 박보영 배우가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었다. 시상식 후 회식을 했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회식했다. 앞으로 남은 영화제 숙제도 있고, 더 많은 분에게 해외에 알리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상 자리였기 때문에 함께 기쁨을 나누고, 우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러 온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에는 박보영 배우도 함께했다. 무대인사부터 해외 영화제까지, 배우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보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해주고 적극적이다. 그분들도 관객으로서 작품을 좋아하고, 영화 속 자신들의 얼굴이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여정을 같이 해주는 것이 든든하고 고맙고 힘이 많이 된다."

- 작품을 선택할 때 최우선은 당연히 '재미'일 것이다. 그 외에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어느 시대에도 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반복해서 여러 번 보는 영화가 있다. TV를 볼 때 중간부터 보더라도 채널을 돌릴 수 없이 빠져들어 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당대성을 포함하되 시기적으로 낡은 느낌이 아닌 젊은 영화로 남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에 맞춰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듣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되, 유행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오래 기억되어 다시 꺼내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을 한다."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조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앞으로 남은 시상식에서의 수상도 기대 포인트다.

"저는 작품보다 배우가 높게 평가받는 것이 더 기쁘다. 작품상보다 연기상이 더 기쁜 것 같다. 작품상은 하모니가 잘 맞았다는 의미지만, 더 뾰족한 것은 연기상이다. 관객들에게 가장 잘 닿았다는 의미라 그 상을 받았을 때 가장 기쁜 것 같다."

- 올해 '소울메이트', '몸값', 'D.P.2', '콘크리트 유토피아', '발레리나' 등 굉장히 많은 작품을 공개했고 좋은 성과도 많이 냈던 해였다. 돌아봤을 때 어떻게 기억이 될 것 같은지, 그리고 올해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작품을 OTT 시리즈, 영화도 극장 개봉, OTT 공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선보였다. 피드백을 체크하고 서치하는 한해였다. 매 작품이 나올 때마다 리뷰나 기사를 다 본다. 요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빠르게 변하고 재정립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움이 들어가지 않으면 낡은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외면한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 대한 전 세계의 호감은 여전히 높지만, 새로운 얼굴에 엄청나게 환호한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은 내년에 내놓을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11월부터 내년을 미리 준비하다 보니 10월이 연말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이 나누면서 즐겁게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다음을 위해 중요하다. '황야'를 비롯해 아직 개봉 일정은 안 잡혔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 '지옥2', '무도실무관' 등 후반 작업과 촬영을 하면서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이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그것을 오래 꾸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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