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창작가무극 '순신'이 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서울예술단이 선보인 '순신'은 판소리와 무용과 현대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새로운 총체극.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웅으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인간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린다. 성웅 이순신의 업적과 고뇌를 표현하기 위해 무용, 판소리, 뮤지컬의 요소를 융합했다.
이지나 연출가는 "관객들은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가지고 공연을 관람할 것이기에 걸음걸이 하나도 쉽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며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뮤지컬 파트는 스토리텔링과 드라마를, 무용 파트는 비주얼과 미장센을, 판소리는 전쟁 장면을 나누어 맡아 각각 장르의 호흡을 연결하는데 집중했다. '순신'은 이순신의 추상화 같은 작품이다. 이런 관점에서 관객들의 예술적 체험이 확장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핵심은 임진왜란의 시작부터 한산·명량·노량 등 3대 해전이 판소리로 펼쳐지는 전쟁 장이다. 이자람 작창가의 소리에 생동감 넘치는 타악 연주와 피아노 반주가 더해져 펼쳐지는 전쟁 장면은 관객들에게 보는 해전이 아니라 듣는 해전이라는 새로운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이자람 작창가는 "한산대첩은 '적벽가'처럼 전통적으로 만들었고, 명량해전은 해류를 이용한 해전이라 장단의 변화를 크게 줬고, 이순신이 마침내 숨을 거두는 노량해전은 정가로 표현했다. 전쟁 장면의 구성을 바꾸고 작창을 완성하는 내내 울컥울컥했다. 역사에 반응하고 진동한 셈인데 그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힘주었다.
한국적 소리와 현대음악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병합되어 표현되는지 또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양식이다. 김문정 작곡가는 "생소할 수 있는 총체극, 특히 판소리가 들어간 창작극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음악은 이순신의 묵직한 느낌과 주제를 살리면서도 관객들이 음악적으로 익숙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기존 음악을 편곡하여 사용할 필요성에 대한 이지나 연출가의 주문이 있어서 귀에 익숙한 클래식, 가요, 팝 등을 찾던 중에 '상록수'를 연출가께서 제안했고 명량·노량 등 전쟁 장면의 묵직함과 이어지는 관객의 희열에 적합해 '상록수'를 차용하게 됐다. 또, 쇼팽, 라흐나미노프, 베토벤의 곡 등도 한두 마디씩 극적 분위기에 맞게 활용했다"고 음악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순신'에는 거북선을 비롯해 배가 한 척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깊은 동굴 같은 구조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이순신의 꿈속이자 고통스럽고 외로운 내면인 동시에 조선 수군의 전함 내부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울돌목이다.
관객의 상상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고 밝힌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는 "극장의 깊이를 십분 활용한 20m 깊이의 구조물은 이순신의 고통을 상징하며, 9대의 프로젝터를 이용한 프로젝션 매핑(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을 활용했다"고 무대 미학의 의도를 밝혔다.
서울예술단의 이유리 단장 겸 예술감독은 "예술의 본질은 늘 새로운 도전이고 양식과 문법의 실험"이라면서 "서울예술단은 앞으로도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실험장이 될 것이고 새로운 공연 모델의 산실이 되고자 한다. 서울예술단만의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공연들은 다양한 예술 체험을 누릴 권리가 있는 관객들을 위한 역할 수행이며 '순신'의 목표"라고 제작 취지를 피력했다.
'순신'은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예매는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16일부터 R석 5만원, S석 2만원의 할인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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